-
-
행복의 기원 -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서은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여러 책에서 수없이 많이 인용된 책, 행복의 기원. 인류의 가장 큰 숙제가 행복한 삶인듯 서점에는 행복이란 단어가 들어간 책들이 너무나도 많다. 한동안 그런 책들만 보다가 신물이 좀 났다. 행복이란 뭘까? 난 행복한가?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삶에서 행복이 온다던데 비교하지 않아도 그닥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여러 생각이 들다가 돈이나 명예가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말을 여러 곳에서 하고 있는 걸 보고 저건 다 짜고 치는 거짓말이다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읽게 된 책들에서, 그것도 여러 책들에서 이 책 <행복의 기원> 의 구절들을 인용하고 있었고 호기심이 생겼다. 결국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 아닌가? 그것에 기원이랄 게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이 책 자체를 읽어봐야겠다 생각했고 기회가 닿았다. <행복의 기원>은 출간 10주년을 맞아 개정판이 나왔다. 개정 전에 비해 추가된 부분이 있는데, 저자와의 Q&A 인터뷰가 실려 있다,
이 책이 도끼로 내게 다가온 부분은 행복이 목적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에서 벗어나 행복은 생존의 수단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허무맹랑한 곳에서 찾지 않고 과학적 연구와 근거를 통해 확인했다는 점이다.
내향인으로서 인정하기 싫지만 인생을 살다보니 나도 확실히 느낀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사람이 있어야만 행복을 느낀다는 것. 또 유전적인 특성인 외향성의 차이가 행복의 개인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진화론의 렌즈로 행복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모든 문장이 신선했다.
돈, 명예, 새집, 복권당첨 같은 것들은 지속적인 즐거움을 주지는 못한다. 또 행복은 상대적이어서 극단적인 경험을 하고 나면 감정에 반응하는 기준선이 변하기 때문에 오히려 복권당첨같은 일확천금이 장기적 행복의 관점에서 보면 저주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설득력있었다. 행복한 사람은 '시시한' 즐거움을 여러 모양으로 자주 느끼는 사람들이라는 걸 나도 이 나이쯤 되니 알 것 같다. 객관적으로 얼마나 가졌냐보다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행복과 더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화려한 변신에만 주목하지 그 삶을 구성하는 그 뒤의 많은 시간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becoming에 눈을 두고 살지만 정작 행복이 담겨 있는 곳은 being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와닿았다.
개정판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역시 Q&A 부분인데, 책을 읽고도 의문이 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고 마지막 부록에서 이부분을 정확하게 짚어 줬다. 행복을 느끼는 부분에서 개인차가 있고 그것들은 유전적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행복은 변하지 않는 건가, 내가 노력해도 아무 쓸모 없는 건가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부분의 해석이 명확하기도 했고, 늘 감사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것만으로는 행복감이 늘 높은 사람을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에도 공감했다. 또 행복도가 낮다는 걸 불행하다는 것으로 단정지어서도 안되는데 이걸 찬물, 따뜻한 물 수도꼭지에 비유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재생산이 본능인데 왜 비혼과 저출산이 늘어나는가에 대한 답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행복이 중요하지만, 그것을 유일한 인생 나침반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는 것!
행복한 나, 조금 덜 행복한 나, 불행한 나, 모두 그냥 나일 뿐이다. 그런 나를 온전히 품을 수 있는 단단한 코어를 가지는데 이 책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진화론과 행복의 신선한 만남에서 시작된 연구의 결과물들을 이렇게 하나의 책으로 요약 정리할 수 있어서 읽는 내내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책을 읽었던 순간도 나의 잦고 시시한 행복에 추가되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