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하루, 그게 오늘이야 - 따분한 일상을 유쾌하게 바꿔줄 다이어리 북
레슬리 마샹 지음, 김지혜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했던 다이어리 북.
늘 탐구하지만 아직 대답에 도달하지 못한 질문.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 질문 때문에 책도 읽고 끊임없이 내게 대답을 요구해보지만
아직까지도 뾰족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이 책을 하루에 한 페이지씩 쓰면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까?

저자인 레슬리 마샹은 임상사회복지사다. 25년간이나 이 분야에서 활동한 전문가이기도 하고 개인의 건강, 자기관리, 영감 등에 대해 글을 쓰고 가르치는 일을 한다. 이 책은 그런 전문가의 손에서 태어난 나를 위한 다이어리북이다. 내가 떠올리는 것들을 그대로 내려놓고 이 일기에 솔직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가며 나도 잘 몰랐던 내 안의 진짜 내 모습을 알 수 있다.

추억을 기록하기도 하고 현실을 직시해보기도 하면서 미래를 꿈꾸게 만든다. 저자는 결국 나에 대한 답은 나 자신에게 있다고 말하며 모든 것의 밑바탕에는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다이어리북에 나에 대한 것들을 질문대로 하나씩 적다보면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내면이 끄집어내어질 수 있다. 때로는 낯선 내 자신의 모습조차 신뢰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이 책이 그 과정을 천천히 안내하고 있다.
책의 오른편에는 이런 것들을 쓸 수 있도록 안내하고 왼편에는 내게 영감을 주거나 내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메시지, 명언들이 수록되어 있다. 오른편을 채우는 과정은 마치 일기를 쓰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일종의 다이어리북이다.
이렇게 하나씩 책을 완성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잊었던 진짜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나를 알기 위해 그동안 책을 읽었는데 반성과 반추의 과정이 부족했기 때문에 늘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그 허전함이 조금씩 채워지고 오롯이 내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일종의 명상을 내게 선사할 이 다이어리북을 조금씩 채워나가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나 아렌트 평전 -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사만다 로즈 힐 지음, 전혜란 옮김, 김만권 감수 / 혜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나 아렌트는 독일 출신 미국 철학자로 <전체주의의 기원> 등 여러 저작을 남기고 자신만의 철학을 확고히 한 여성 철학자로 유명하다. 한나 아렌트의 철학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었지만 워낙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고 그녀의 인생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접근이 가능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치 대표 전범이었던 아돌프 아이히만을 관찰하면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화제가 됐고 이는 심리학에서도 자주 나오는 개념이기에 한나 아렌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한나 아렌트의 유년기 시절부터의 삶과 그녀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 등을 통해 그녀의 철학에 한걸음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한 책이다. 총 5부로 나뉘어져 있다. 왜 어떤 책을 그 시기에 쓸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납득이 가능하다. 그리고 한나 아렌트에 대한 최근의 연구 결과를 반영한 점 또한 이 책의 장점이다. 책의 중간중간에 실려 있는 한나 아렌트의 사진들은 정말 그녀가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녀의 사상 및 철학에 빗대어 상상 속으로만 생각하던 그녀의 모습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는 느낌을 준다. 강단있고 박식한 유대인 여성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1부에서는 비범한 소녀에서 주목받는 학자로 성장하기까지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그녀와 하이데거의 만남(우리가 잘 아는 ‘현존재’를 얘기한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가 맞다), 그녀가 지었다는 시, 그녀의 호기심, 한나의 연구 논문 등에 대한 이야기가 잘 풀어져 있다. 유부남이었던 하이데거와 사귀었지만 얼마 안가 헤어진 이야기 등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가감없이 풀어져 있다.
2부는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치사상가로 전향한 한나 아렌트의 이야기가 나와 있다.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극별을 맞으며 한나 아렌트의 사상과 철학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본인이 유대인이므로 유대인을 탄압했던 당시의 상황에 대해, 일반적인 정치적 맥락에서 하나의 정치 문제로 인식했으며 그녀가 생각하는 정치의 기본원리는 자유였다. 그녀는 유대인 전선을 원했고 여러 국가에 흩어진 유대인들의 연대를 간절하게 원했다.
3부는 그녀의 사상, 저작,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특히 <전체주의의 기원>, <아모르 문디>, <과거와 미래 사이>에 대한 내용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으며 미국 시인 랜달 자렐, 프랑켈, 브로흐 등 한나와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들과의 일화도 담겨 있다. 특히 <전체주의의 기원>은 유명한 만큼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는 평이 자자한데 이 책을 통해 읽어볼 용기를 얻었다.
4부는 그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것이다. 앞서 얘기했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대표적이다. 특히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에 대한 오해를 풀고자 노력했다. 한나는 아이히만에게 타인의 관점으로 세상을 상상하는 능력인 포괄적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악의 평범성에 대한 한나의 주장은 누구나 아이히만과 같은 짓을 저지를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고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를 해명하는 등 논란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와 있다.
5부는 사랑, 우정, 이별, 그리고 한나의 죽음에 이르까지 말년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다. 한나는 망명 시절 만나 결혼했던 마르크스 주의자 하인리히 브뤼허와 결혼생활에 자식은 없었으나 서로 깊은 애정과 우정을 바탕으로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마음이 충만했던 걸로 보인다. 블뤼허가 세상을 떠나고 여생을 <정신의 삶> 집필 활동에 몰두했다.
그녀의 철학은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분명히 어려운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나의 사유, 방법론 등 본질을 꿰뚫는 그녀의 철학과 정치 이론은 분명 현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나를 통해 사유하는 방법, 즉 행동을 멈추고 최근의 경험과 마음 속 두려움, 욕망을 바탕으로 나를 되돌아보는 법을 배우기 전에 한나 아렌트의 삶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녀의 삶과 철학을 이해하기에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지난 몇 년 동안은 전 세계적으로 반자유주의가 대두되면서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이 유례없이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한나 아렌트의 철학의 핵심은 결국 이 세상을 끊임없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한계를 재설정하며 다시 배열하는 것, 그리고 새로운 언어로 새 이야기를 들려주라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철학자나 정치 이론가로 단정지어 생각하기에도 범주가 큰 사람이다. 시인이자 사상가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작가이기도 하다. 시, 정치, 철학, 문학 등 다방면에 조예가 깊었기 때문에 한나 아렌트가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세상과 세태 속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이 묻고 지혜가 답하다 - 내 안의 문제 해결을 위해 고전과 마주하는 시간 EBS CLASS ⓔ
전근룡 지음 / EBS BOOKS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에서 빠진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읽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특히 동양 고전의 경우 옛 성인들의 지혜로움은 익히 알고 있지만 역시 한자의 압박때문에 고전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삶에서 부딪히는 많은 문제들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는 고전이란 좋은 선생님이 있지만 이를 풀어 해석하고 삶에 적용할 수 있게 하는 친절한 안내서를 만나기는 어려웠다. 이 책은 내가 읽은 몇 안되는 고전 해설서 중에서도 쉽고 명확하게 삶의 지혜를 주는 책이다. 12개의 주제를 가지고 고전 속의 인물 중심으로 사례를 제시하여 여러 각도에서 주제를 바라본 후 고전 속 인물이 아닌 실제 주변인물이나 유명인사의 일화를 토대로 어떻게 고전 속 메시지를 삶에 잘 적용할 수 있는지 결론을 도출한다. 다양한 고사성어를 알게 돼서 덤으로 좋았다.

관계, 마음, 처세, 용서, 행동, 만남, 겸허, 득인, 불신, 경청, 승리, 행복이라는 열두 가지 주제를 고전과 현대를 넘나들며 여러 각도에서 얘기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2장의 <마음의 지혜>에서 인간관계, 과연 얼마만큼 타인에게 베푸는 게 맞는지 고민될 때를 생각해보자.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의 참모 서서의 어머니가 조조에게 볼모로 붙잡혀 있는 일화를 소개한다.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오지 않으면 노모를 죽이겠다고 협박하는데, 서서는 어머니를 위해 투항하겠다고 한다. 주위에서는 서서가 조조에게 원한이 맺히면 더 유비에게 충성할 것이라 하지만 인자무적(따뜻한 사람은 적이 없어야 한다)이므로 유비는 서서를 배려했고, 족탈불급(맨발로 뛰어가도 능력을 따라갈 수 없는)인 제갈량을 유비에게 추천해 유비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유비가 여포를 인자무적에 의해 살려줬을 땐 호인난주(사람이 마냥 좋으면 일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를 보여주듯 여포가 도리어 유비를 쫓아내니, 과연 베푼 인애가 화살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현명하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착해져야 할지 잘 판단해야 한다.

책을 읽다보면 여러 고사성어의 유래도 알 수 있어서 지식이 상당히 넓어지는 느낌이 들뿐만 아니라 삼국지나 동양 고전을 읽어보지 않은 내가 삼국지나 초한지 등을 재미있게 여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따로 삼국지, 사기 등의 동양 고전을 독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또는 요즘과 같은 자기 PR시대에 사람들이 나를 얼마나 알아볼지 고민스럽다면 6장의 <만남의 지혜>를 읽어볼 수 있다. 사마천의 <사기>에서 평원군에게 모수라는 사람이 자신을 낭중지추라며 자기추천을 해서 그의 뛰어난 수완으로 성공적인 외교를 마친 일화를 소개한다. 그러나 과도한 자기 PR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일화도 반대로 소개하고 있는데, 유방의 아내 여후가 한신의 과도한 자기 PR을 경계하여 함정에 빠뜨려 한신은 몰락하게 되었다. 비록 최후에 몰락은 했지만 유방은 소하라는 참모가 추천한 한신 덕에 많은 전쟁터에서 유방의 오른팔 역할을 하며 자기 PR없이 출세한 케이스가 됐다. 그럼 자기 PR을 해야하는 걸까 말아야하는 걸까. 저자는 여러 사례들을 통해 장차 다시 만나게 될 사이라면 마치 조각가가 되어 눈을 조각하듯 처음에는 최대한 나를 작아보이게 하는 게 슬기로운 방법이 아닐까 조언한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일화를 소개하기 때문에 더더욱 다양한 시선과 관점을 이해할 수 있고 나의 생각도 더불어 정리할 수 있었다.
고사성어를 많이 알게 된 것 또한 큰 수확이다. 읽으면서 지식과 지혜가 한꺼번에 자란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개 이야기
마크 트웨인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The more I learn about people,
the more I like my dog.
인간을 알게 될수록,
내 개가 좋아진다.
마크 트웨인

강아지와 17년을 함께 지낸 나는 (물론 엄마가 돌보셨지만) 아무래도 강아지라는 동물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애틋하다. 내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첫째 아이는 작년에 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를 자주 생각하고 울기도 하며, 우리 강아지가 죽어서 별이 되어 우릴 지켜봐주는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 중에서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 마음이 따뜻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개를 키우면서 개가 인간보다 더 나은 점이 많다는 걸 느꼈고 나도 사회생활 하면서 인간에게 실망하는 부분이 커질수록 그런 부분은 더 대조됐다. '인간적'이라는 말을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인간에 대한 불신이라기보단 인간적이란 말이 반드시 관대하고 따뜻한 긍정적 의미로 생각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느껴서다. 내가 성선설을 지지하는 입장은 아니라서.

<톰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마크 트웨인의 단편소설 <어느 개 이야기>는 개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이야기다. 다소 경박하고 허풍이 심한 편이긴 하지만 친절하고 온화하며 용기있는 엄마 개 콜리는 주인공 강아지가 다른 집으로 팔려가게 되어 헤어지게 되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우리는 더 크고 원대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세상으로 보내지는 것이니 불평하지 말고 사명을 다하라고, 운명을 받아들이며 언제나 다른 이들을 위하라고, 그리고 노력의 결과는 우리의 몫이 아니니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위험과 맞닥뜨리면 엄마를 떠올리며 엄마가 어떻게 했을지를 생각해보라고 했다.
강아지가 팔려간 곳은 어느 유명한 과학자의 집이다. 주인 아저씨의 부인은 다정하고 그들에게는 갓난 아기와 새디라는 딸이 있다. 새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강아지도 엄마가 됐다. 과학자 그레이 부인과 아이들도 새로 태어난 강아지들을 무척 좋아했고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어느 날 아기 방 벽난로에서 불꽃이 튀어 모기장에 옮겨붙은 불이 천장까지 기어오르자 강아지는 엄마의 말을 생각하며 아기를 불길 속에서 구하기 위한다. 그러나 아기를 구하기 위해 아기 허리띠를 끄는 강아지의 행동을 오해한 주인 아저씨는 지팡이로 강아지 앞다리를 가격했고, 무서움에 강아지는 다리를 절며 다락에 숨었다. 불이 난 집에 아기를 구하기 위한 강아지의 행동을 알게된 식구들은 다시 강아지를 환대하고, 주인 아저씨의 과학자 친구들은 개의 이성에 대한 과학적 논의를 하다가 과학자 부인과 딸이 여행을 간 사이 강아지 새끼 한 마리의 머리를 가격해 죽이고 땅에 묻는다. 새끼 강아지를 죽인 이유는 실험을 위해서다. 뇌의 특정 부위 부상이 실명과 관련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어린 강아지를 실험대상으로 삼고 죽여놓고도 아무런 가책이 없다. 그들은 실험의 결과에만 몰두하며 이론의 증명을 반길 뿐이다. 새끼 강아지의 어미만이 자신의 새끼를 핥아주고 기대게 했다. 어미가 된 강아지는 새끼가 묻힌 곳에 싹이 나 다시 새 생명이 피어날 거라고 생각했으나 시간이 흘러도 싹은 피어나지 않고 절름발로 그곳을 지키는 강아지를 보며 그집 하인들만 딱하게 여길 뿐이다.

동물실험이 활발해지면서 의학은 큰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대의를 위해 생명을 희생시키는 일은 정당화되는가. 이 소설은 실화와 상당히 겹친다고 한다. 과학자 클로드 베르나르가 아내와 아이들이 집을 비운 사이 반려견을 해부했다고 하는데, 마크 트웨인은 동물실험에 반대했던 사람으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이 소설을 쓴 것이다.

이 책은 어느 개 이야기라는 단편 하나만 수록되어 있으나 왼쪽 바닥은 영어로, 오른쪽 바닥은 한글로 수록되어 있어 영문과 국문을 함께 읽을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윤리에 대해 적으며 책의 내용을 깊이 있게 반성해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마크 트웨인의 삶에 대해서도 나와 있는데 잘 알려진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나 <톰 소여의 모험>은 가장 미국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그의 작품엔 풍자와 해학이 녹아 있는데, 글의 길이가 내용의 깊이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님을 이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다.

책의 뒷쪽에는 터스기기 매독 생체실험, 탈리도하이드 사건 마크 트웨인이 직접 런던 동물실험반대협회에 쓴 편지가 영문과 국문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모티브가 된 클로드 베르나르는 과학자로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고 전해지지만 실험윤리의식이 결여됐던 잔인한 사람이고 그의 아내는 이런 남편에 대한 충격으로 이혼, 분가 및 프랑스에 동물실험 반대협회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다행히 이제는 사람들의 경각심이 커져 동물실험을 피하기 위한 새로운 실험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윤리를 생각해야 하는 존재다. 실험윤리, 연구윤리 등 삶의 모든 부분에 윤리를 늘 되새기며 살아야 할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 한 문구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 이 소설이 무얼 의미하는지 명확히 알려준다.

To cease to love- that is defeat.
사랑하기를 멈추는 것.
그것이야말로 패배하는 것이다.
수잔 글래스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치적 올바름 - 한국의 문화 전쟁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grandstand는 관중을 의식한 플레이를 하다, 정치인이 인기 영합적인 언행을 하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즉, 그랜드스탠딩은 자기과시를 위해 도덕적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민주주의 정치에 막대한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정치 담론을 자신을 과대포장하는 장으로 여기면 그들의 이해관계는 사회문제의 해결이라는 목적과 자주 상충할 수 밖에 없으므로 정치적 쟁점이 도덕과 정의의 문제가 될수록 사람들이 그 쟁점에서 타협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이 항상 올바른지에 대해 강준만 저자의 솔직하고 신랄한 사회 비판이 녹아 있는 책이다. 최근 내가 읽었던 책들과 결이 달랐던 부분이 많아 더 흥미로웠다.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는 부분도,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난 솔직한게 좋다.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풀어낸 것이 마음에 든다.

싸이 흠뻑쇼와 배우 이엘이 공개적으로 드러낸 물 300t에 대한 여러 언론과 비평가들의 온도차도 읽었다. 정답은 없지만 저자의 말처럼, PC든 아니든 자기 과시와 인정 투쟁의 요소를 배제하고 겸손 모드로 말하자는 것, 열린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인디언, 장애우와 같은 단어가 차별적 단어인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장애우란 표현을 써야한댔던거 같은데 그게 우월의식을 드러낸다하여 다시 장애인이라고 써야 한단다. 미국에선 서양 고전이 소외되고 억압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어 감정을 격발시키고 공격적인 느낌이 들게 하므로 트리거 워닝(미리 수업이 고역이 될 것임을 경고)이 필요하며 감정 지원을 학교에서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한다. 학생은 반드시 만족시켜야 하는 소비자가 됐으며 스스로 유약함을 드러낸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보호'는 아름다운 말이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규제와 개입이라고 저자는 얘기한다.

마이크로어그레션(미묘한 모욕)은 위험하지만 의도가 없는 말에 SNS가 부추기는 가해자 지목 문화와 피해자 의식 문화를 끼워넣어 피해자 코스프레할 필요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생각하는 자세의 차이라는 건데, 일정 부분 동의하면서도 의도가 없다는 것만으로 그런 미묘한 것들에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정말 피해자가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걸로 역이용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외된 계층에게 네가 피해자 의식 쩔어서 그래, 생각을 바꿔, 자존감 높여, 라고 얘기하는 게 과연 맞는건지 생각해볼 일이다. 말하는 자의 의도의 유무, 생각하는 자세의 차이라고 일갈하기엔 너무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엮여 있는 것 아닐까. 추석 때 결혼 유무, 취업 유무를 묻는 모욕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미묘한 모욕을 같은 선상에 비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언더도그마는 힘이 약한 사람이 힘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선하고 고결하며, 힘이 강한 사람은 힘이 강하다는 이유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믿음을 가리킨다. 언더도그마는 평등주의나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으려는 욕망과는 다르며 911테러범들에게 미국이라는 오버도그의 반대 측면에서 언더도그마를 씌워 용감을 거론한 사람들을 비판한다. 인간의 보편적 특성이 있다면 그것은 성공한 사람에 대한 악의와 그를 정상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열망이라고 미국보수 단체인 프렐이 말했다. 지난 3월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는 약자는 무조건 선하고 강자는 무조건 악하다는 논리로 자리잡은 이슈라고 서울교통공사는 말했다. 이준석 국힘대표는 내용이 아니라 프레임 전쟁을 벌이는 것이 문제며 소수자 정치의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해당 성역의 PC강도만 높아져 주제 자체가 갈라파고스화 되어버리는 방식으로 끝난다고 말했다. 물론 저자도 이준석이 언더도그마라는 개념을 보수, 극우의 개념으로 몰게끔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의 언더도그마 역기능 사례와 유시민의 피포위 의식 강화 발언 및 미국의 진보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 그러니까 좌파들은 약자들은 자신들의 자아상을 버리지 않았다는 거다. 그리고 민주당은 모든게 내로남불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누군가에게는 언더도그라는 어느 분의 말처럼 독선과 오만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샤이 트럼프 현상도 그런것 아닐까. 이상하게 보수라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나는 아직 보수 진보와 같은 정치적 성향을 얘기하기에 너무 아는 게 없고, 그래서 이런저런 시각들을 보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유독 중장년층에서 진보는 당당하고 보수는 샤이한 느낌이다. 둘다 비판받을 건 받아야 된다. 특히 저자가 논의하고자 하는 PC에 관해 이것이 책에서 언급된 사회적 병폐를 드러낸다면 더더욱, 드러내놓고 소통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하는 논의는 중요하다. 건강하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소통할 수 있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