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개 이야기
마크 트웨인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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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re I learn about people,
the more I like my dog.
인간을 알게 될수록,
내 개가 좋아진다.
마크 트웨인

강아지와 17년을 함께 지낸 나는 (물론 엄마가 돌보셨지만) 아무래도 강아지라는 동물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애틋하다. 내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첫째 아이는 작년에 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를 자주 생각하고 울기도 하며, 우리 강아지가 죽어서 별이 되어 우릴 지켜봐주는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 중에서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 마음이 따뜻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개를 키우면서 개가 인간보다 더 나은 점이 많다는 걸 느꼈고 나도 사회생활 하면서 인간에게 실망하는 부분이 커질수록 그런 부분은 더 대조됐다. '인간적'이라는 말을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인간에 대한 불신이라기보단 인간적이란 말이 반드시 관대하고 따뜻한 긍정적 의미로 생각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느껴서다. 내가 성선설을 지지하는 입장은 아니라서.

<톰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마크 트웨인의 단편소설 <어느 개 이야기>는 개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이야기다. 다소 경박하고 허풍이 심한 편이긴 하지만 친절하고 온화하며 용기있는 엄마 개 콜리는 주인공 강아지가 다른 집으로 팔려가게 되어 헤어지게 되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우리는 더 크고 원대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세상으로 보내지는 것이니 불평하지 말고 사명을 다하라고, 운명을 받아들이며 언제나 다른 이들을 위하라고, 그리고 노력의 결과는 우리의 몫이 아니니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위험과 맞닥뜨리면 엄마를 떠올리며 엄마가 어떻게 했을지를 생각해보라고 했다.
강아지가 팔려간 곳은 어느 유명한 과학자의 집이다. 주인 아저씨의 부인은 다정하고 그들에게는 갓난 아기와 새디라는 딸이 있다. 새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강아지도 엄마가 됐다. 과학자 그레이 부인과 아이들도 새로 태어난 강아지들을 무척 좋아했고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어느 날 아기 방 벽난로에서 불꽃이 튀어 모기장에 옮겨붙은 불이 천장까지 기어오르자 강아지는 엄마의 말을 생각하며 아기를 불길 속에서 구하기 위한다. 그러나 아기를 구하기 위해 아기 허리띠를 끄는 강아지의 행동을 오해한 주인 아저씨는 지팡이로 강아지 앞다리를 가격했고, 무서움에 강아지는 다리를 절며 다락에 숨었다. 불이 난 집에 아기를 구하기 위한 강아지의 행동을 알게된 식구들은 다시 강아지를 환대하고, 주인 아저씨의 과학자 친구들은 개의 이성에 대한 과학적 논의를 하다가 과학자 부인과 딸이 여행을 간 사이 강아지 새끼 한 마리의 머리를 가격해 죽이고 땅에 묻는다. 새끼 강아지를 죽인 이유는 실험을 위해서다. 뇌의 특정 부위 부상이 실명과 관련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어린 강아지를 실험대상으로 삼고 죽여놓고도 아무런 가책이 없다. 그들은 실험의 결과에만 몰두하며 이론의 증명을 반길 뿐이다. 새끼 강아지의 어미만이 자신의 새끼를 핥아주고 기대게 했다. 어미가 된 강아지는 새끼가 묻힌 곳에 싹이 나 다시 새 생명이 피어날 거라고 생각했으나 시간이 흘러도 싹은 피어나지 않고 절름발로 그곳을 지키는 강아지를 보며 그집 하인들만 딱하게 여길 뿐이다.

동물실험이 활발해지면서 의학은 큰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대의를 위해 생명을 희생시키는 일은 정당화되는가. 이 소설은 실화와 상당히 겹친다고 한다. 과학자 클로드 베르나르가 아내와 아이들이 집을 비운 사이 반려견을 해부했다고 하는데, 마크 트웨인은 동물실험에 반대했던 사람으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이 소설을 쓴 것이다.

이 책은 어느 개 이야기라는 단편 하나만 수록되어 있으나 왼쪽 바닥은 영어로, 오른쪽 바닥은 한글로 수록되어 있어 영문과 국문을 함께 읽을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윤리에 대해 적으며 책의 내용을 깊이 있게 반성해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마크 트웨인의 삶에 대해서도 나와 있는데 잘 알려진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나 <톰 소여의 모험>은 가장 미국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그의 작품엔 풍자와 해학이 녹아 있는데, 글의 길이가 내용의 깊이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님을 이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다.

책의 뒷쪽에는 터스기기 매독 생체실험, 탈리도하이드 사건 마크 트웨인이 직접 런던 동물실험반대협회에 쓴 편지가 영문과 국문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모티브가 된 클로드 베르나르는 과학자로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고 전해지지만 실험윤리의식이 결여됐던 잔인한 사람이고 그의 아내는 이런 남편에 대한 충격으로 이혼, 분가 및 프랑스에 동물실험 반대협회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다행히 이제는 사람들의 경각심이 커져 동물실험을 피하기 위한 새로운 실험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윤리를 생각해야 하는 존재다. 실험윤리, 연구윤리 등 삶의 모든 부분에 윤리를 늘 되새기며 살아야 할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 한 문구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 이 소설이 무얼 의미하는지 명확히 알려준다.

To cease to love- that is defeat.
사랑하기를 멈추는 것.
그것이야말로 패배하는 것이다.
수잔 글래스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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