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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묻고 지혜가 답하다 - 내 안의 문제 해결을 위해 고전과 마주하는 시간 ㅣ EBS CLASS ⓔ
전근룡 지음 / EBS BOOKS / 2022년 9월
평점 :
고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에서 빠진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읽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특히 동양 고전의 경우 옛 성인들의 지혜로움은 익히 알고 있지만 역시 한자의 압박때문에 고전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삶에서 부딪히는 많은 문제들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는 고전이란 좋은 선생님이 있지만 이를 풀어 해석하고 삶에 적용할 수 있게 하는 친절한 안내서를 만나기는 어려웠다. 이 책은 내가 읽은 몇 안되는 고전 해설서 중에서도 쉽고 명확하게 삶의 지혜를 주는 책이다. 12개의 주제를 가지고 고전 속의 인물 중심으로 사례를 제시하여 여러 각도에서 주제를 바라본 후 고전 속 인물이 아닌 실제 주변인물이나 유명인사의 일화를 토대로 어떻게 고전 속 메시지를 삶에 잘 적용할 수 있는지 결론을 도출한다. 다양한 고사성어를 알게 돼서 덤으로 좋았다.
관계, 마음, 처세, 용서, 행동, 만남, 겸허, 득인, 불신, 경청, 승리, 행복이라는 열두 가지 주제를 고전과 현대를 넘나들며 여러 각도에서 얘기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2장의 <마음의 지혜>에서 인간관계, 과연 얼마만큼 타인에게 베푸는 게 맞는지 고민될 때를 생각해보자.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의 참모 서서의 어머니가 조조에게 볼모로 붙잡혀 있는 일화를 소개한다.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오지 않으면 노모를 죽이겠다고 협박하는데, 서서는 어머니를 위해 투항하겠다고 한다. 주위에서는 서서가 조조에게 원한이 맺히면 더 유비에게 충성할 것이라 하지만 인자무적(따뜻한 사람은 적이 없어야 한다)이므로 유비는 서서를 배려했고, 족탈불급(맨발로 뛰어가도 능력을 따라갈 수 없는)인 제갈량을 유비에게 추천해 유비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유비가 여포를 인자무적에 의해 살려줬을 땐 호인난주(사람이 마냥 좋으면 일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를 보여주듯 여포가 도리어 유비를 쫓아내니, 과연 베푼 인애가 화살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현명하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착해져야 할지 잘 판단해야 한다.
책을 읽다보면 여러 고사성어의 유래도 알 수 있어서 지식이 상당히 넓어지는 느낌이 들뿐만 아니라 삼국지나 동양 고전을 읽어보지 않은 내가 삼국지나 초한지 등을 재미있게 여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따로 삼국지, 사기 등의 동양 고전을 독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또는 요즘과 같은 자기 PR시대에 사람들이 나를 얼마나 알아볼지 고민스럽다면 6장의 <만남의 지혜>를 읽어볼 수 있다. 사마천의 <사기>에서 평원군에게 모수라는 사람이 자신을 낭중지추라며 자기추천을 해서 그의 뛰어난 수완으로 성공적인 외교를 마친 일화를 소개한다. 그러나 과도한 자기 PR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일화도 반대로 소개하고 있는데, 유방의 아내 여후가 한신의 과도한 자기 PR을 경계하여 함정에 빠뜨려 한신은 몰락하게 되었다. 비록 최후에 몰락은 했지만 유방은 소하라는 참모가 추천한 한신 덕에 많은 전쟁터에서 유방의 오른팔 역할을 하며 자기 PR없이 출세한 케이스가 됐다. 그럼 자기 PR을 해야하는 걸까 말아야하는 걸까. 저자는 여러 사례들을 통해 장차 다시 만나게 될 사이라면 마치 조각가가 되어 눈을 조각하듯 처음에는 최대한 나를 작아보이게 하는 게 슬기로운 방법이 아닐까 조언한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일화를 소개하기 때문에 더더욱 다양한 시선과 관점을 이해할 수 있고 나의 생각도 더불어 정리할 수 있었다.
고사성어를 많이 알게 된 것 또한 큰 수확이다. 읽으면서 지식과 지혜가 한꺼번에 자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