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은 우리를 강하게 해요 상수리 그림책방 7
소피 비어 지음 / 상수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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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이 도착했다. 내가 읽을 책이 온 것보다 기분이 좋았다. 택배기사님의 띵동 소리에 버선발로 달려나갔다. 이제 네 살, 이제 말을 제법 할 줄 알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딸이 기관 생활을 매일 무사히 잘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선택한 책이다.

책의 제목만큼이나 그림도 표지부터 따뜻하다. 피부색이 다른 아이들이 서로 함께 어울려 놀고 우산을 함께 쓰자고 손을 당긴다. 강아지의 다친 다리를 보며 무릎을 구부러 함께 아픔에 공감하여 어루만지기도 하고 친구 한 명을 들어올려주기 위해 두 친구가 힘을 합친다.

쨍하고 다양한 색깔의 그림 속에 다양하고 따뜻한 풍경들이 담겨 나와 딸을 맞이한다. 아이에게 친절이란 무엇인지 알려주는 다양한 상황들을 그림과 함께 짚어서 설명해주는 재미가 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오랜만에 집중해준다.

친구를 만나 반갑게 인사하는 것이 친절의 첫 시작이다. 첫 페이지에서 서로 인사하며 활짝 웃는 그림을 보고 아직 친구 이외에 인사하는걸 부끄러워하는 첫째가 인사를 통해 친절함을 배웠기를.

아기오리가 길을 지나갈 수 있게 잠시 기다려주는 것, 꽃에 물을 뿌려주는 것을 통해 동물과 식물같은 작은 존재에게도 친절을 베푸는 삶을 가르쳐줄 수 있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가져온 토마토모종에 물을 주어 커다랗게 토마토를 키워낸 것도 식물에 대한 친절이라고 알려주니 꽤 주의깊게 듣고 있다.

서로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는 건 아이들에게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먹는 것은... 꽤나 소중하니까. 내가 아끼는 걸 함께 나누는건 어른도 어려운 일이다. 책을 읽어주며 나도 반성하게 된다. 아이를 키우며 내가 얼마나 작은 인간이었는지를 알고 함께 성장한다.

휠체어에 앉아 리코더를 부는 아이의 음악을 강아지가 들어주는 모습, 울고 있는 친구를 안아주는 아이. 친절은 함께 기쁨도 슬픔도 나누는 것이다.

나부터 친절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아이의 이해못할 행동에 화부터 냈던 나를 반성하며, 친절한 엄마가 먼저 되어보기로 결심했다. 친절은 분명 나를, 그리고 내 아이들을 강하게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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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다솔맘 홈트 - 진짜 나를 찾는 시간
최보영 지음 / FIKA(피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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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다솔맘 홈트


출산하고 십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충분히 살을 뺄 수 있다 싶지만 아이들을 키우며 헬스나 피티를 하기는 쉽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복직을 해서 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사실 이 모든건 변명이다....) 어쨌든 그 사이에 몸이 망기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 살은 출산 전보다 10키로 가까이 늘었고 허리, 어깨 등은 잘못된 자세와 아이 안고 업기 등으로 늘 뻐근했으며 직업 특성상 서 있는 시간이 많은 나는 다리가 전과 달리 퉁퉁 붓기 시작했다. 가장 슬펐던 건 복직으로 인해 출산전 입었던 옷을 입으려 했으나 죄다 맞지 않았던 것이다.

옷을 아예 한 치수 내지 두 치수 더 크게 입어야하나 임신도 아닌데 임부복 사이트에서 옷을 사야하나 자괴감을 느낄 때 이 책을 만났다. 일단 홈트라는 제목과 맘이라는 공통분모가 맘에 들었다.

첫 파트는 운동과 식단에 대한 전반적 이야기가 나온다. 식단 레시피와 몸매 관리를 위한 팁, 일반식 다이어트에 적합한 식단이 소개되어 있다. 저염식, 저탄수화물을 지키면 한식으로도 체중감량에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두번째 파트부터 본격 홈트가 소개되어 있다.
워밍업 - 부위별 근력운동 - 유산소성 근력 운동 - 복근운동 - 쿨다운 스트레칭 의 순서로 진행되며 홈트레이닝을 위해 매트, 라텍스밴드, 폼롤러 등 기본 도구가 있으면 더 좋다.
중기 스트레칭 중에는 요가 동작이 가미되어 있다. 이제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하면 부위별 본 운동이 시작된다.
힙, 하체, 가슴, 등, 팔, 어깨, 복부 코어로 나누어 진행되며 각 단계별 운동법과  주의점이 사진과 함께 상세히 표시되어 있다. 초급자와 중급자를 위한 세트의 기준이 달라 자신의 몸에 맞게 운동할 수 있다.

이후 쿨다운 스트레칭으로 정리한다.

도구가 있을 때 가능한 운동도 소개되어 있다.
서클링, 폼롤러, 세라밴드, 나비밴드, 릴링, 스트랩 스트레칭과 같은 도구인데 나는 폼롤러는 구비하고 있다. 사진을 보니 다른 도구들로 쉽게 스트레칭이나 마사지를 할 수 있고 각 도구들의 가격이 크게 비싸진 않았다. 가격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일단 나는 세라밴드를 추가로 구매해서 천천히 따라해볼 생각이다. 도구의 도움을 받으면 나같은 초보자들은 훨씬 쉽고 바르게 운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나같은 게으름뱅이에게 가장 도움되는 부분은
세번째 파트다. 일상에서도 청소할 때, 막 일어나서 침대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나 스트레칭이 소개되어 있어서 수시로 생각날 때마다 할 수 있다.
고강도 운동이 필요한 사람이나 산후 운동이 필요한 사람(혹은 고도비만)을 위한 운동, 커플이 함께하는 운동, 그리고 수준별 평일 플랜까지. 굉장히 꼼꼼하게 짜여져 있는 책이다.

제일 중요한 건 책의 내용이 아니라 나의 의지다. 책이 암만 좋으면 뭣하나. 내가 안하면 무용지물인 것을.
일단, 천천히 이 책으로 습관 루틴을 만들어봐야겠다. 수시로 꺼내보며 실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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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는 마음
툽텐 진파 지음, 임혜정 옮김 / 하루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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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비심이라는 인간의 특성인 자비심(이 책에선 본성이라고 표현하고 있다)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을 통해 이를 함양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나아가 궁극적으로 행복한 인간의 삶 추구를 지향하는 책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책은 많지만 명상이라는 구체적 방법을 들어 자비심 함양이라는 특정한 인간본성을 주제로 행복과 삶을 논하는 책은 읽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명상법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1장에서는 달라이 라마의 통역사이자 티베트 출신 승려인 툽텐 진파가 승려에서 현재 두 아이의 아빠이자 스탠포드 자비심 함양 프로그램 개발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소개되고 있다. 자비를 통해 주고받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면 삶의 의미가 커지고 스트레스 또한 줄어들며 자신이 혼자라는 고독함에서 벗어나 함께 하는 삶의 행복을 느끼게 된다. 자비라는 단어의 특성상 뭔가 대단하고 종교인이나 성자만이 누릴 수 있는 것같이 여겨지지만 우리 모두 자비로운 인간이 될 수 있다. 특히, 여기서 자기 자비라는 개념은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왔는데 자존감이나 자기 만족, 자부심 등과 구별되며, 이는 자기 자신의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겸손하며 부정적인 부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저자는 자비심에 관한 개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연구 결과가 심리학 등 객관적인 사실을 근거로 들어 자신의 주장이 타당함을 설명하고 있어서 저자의 글이 더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2장은 명상을 통해 구체적으로 자비를 함양하는 방법을 단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의도 즉, 의식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목표를 설정하는 명상의 과정을 호흡법과 함께 제시하여 따라할 수 있다. 하루를 마치고 이를 되돌아보기 또한 중요하며 이러한 과정의 반복을 통해 의도는 자연스럽게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동기가 된다.
이제 목표설정과 되돌아보기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자비심을 기르는 세 가지 명상법이 소개된다. 복식호흡과 마음 넓히기 연습을 통해 마음을 고요히 하고, 호흡을 통해 마음 집중 및 이미지를 통한 집중력 수련의 과정을 통해 마음을 집중하여 가다듬으며, 메타인식을 강화하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자애심과 자비심을 갖고 자신을 먼저 수용한 후 타인에게 공감하며 자비의 원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 통렌 명상에서는 자비심의 대상을 세상 모든 존재로 확대한다. 티베트 불교 전통의 하나의 통렌 명상을 통해 아름다운 영적 수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3장은 자비의 개념에서 더 나아가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야 하는지, 1,2 장에서 살펴본 개인의 자비관점을 사회로 확장한다.

처음 책의 제목만 보고는 처세술이나 성공학 관련 책이라 생각했다. 그러한 종류의 책이 워낙 많이 나오고 경쟁이 강조되는 현대사회에서 남을 이겨야 내가 오르는 것이 당연한 순리처럼 인식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자비심이 낯설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녀, 스님, 종교인들에게 요구되는 특별한 특성이 아니라 누구나 자비심을 가질 수 있고, 함양해야 하며, 자비로 가득찬 삶이 이끄는 선순환의 힘을 저자는 과학적 근거를 통해 믿고 있다.

이 책에 제시된 명상을 실제로 따라서 해보진 못했다. 직장맘에게 고요한 나만의 시간은 거의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허락되면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실제로 마음수련을 통해 다른 삶을 사는 나의 친한 친구가 자비로운 삶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하는 수련법이 이 책의 수련과 같은지 아닌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다만, 내 아이들의 마음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내 친구처럼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내뿜으며 행복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은 크다. 나는 미안하게도 친구의 수련 권유에 오랜 시간 화답하지 못했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자비심을 오래전부터 나의 친구에게 느꼈고, 이 책을 통해 자비에 대한 두려움을 한 발짝 걷어낸 것 같다. 마음이 건강해지고 싶은 모든 이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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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의 수기 생각하는 힘 :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39
이반 세르게예비치 뚜르게녜프 지음, 진형준 옮김 / 살림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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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은 러시아 작가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가 귀족인 화자의 시선에서 농노제도가 존재하던 당시의 러시아 농부, 지주, 영지 관리인 등 다양한 사람들과 겪은 이야기 10편을 엮은 단편집이다.

1800년대 러시아의 농노제도를 통해 그 당시 여러 계층의 삶을 엿볼 수 있는데, 주인공인 화자는 여러 농부들이 '나리'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계급이 높은 귀족영주로 추정되며 사냥을 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그들과 교류하며 농노들에게 연민을 느끼지만 적극적으로 개혁의지를 보이지는 않으며 관조적 자세로 시종일관 관찰자 시점을 유지한다.
그러한 부분은 '영지 관리인'에서 극명히 드러나는데 영지 관리인인 소프론이 농부들에게 행하는 인간 이하의 행동과 그걸 묵인하는 영주를 알면서도 자신 역시 마지막에 '우리는 사냥을 하러 갔다'라며 문제를 알면서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느 귀족와 다른 따뜻한 사냥꾼인 화자의 면모들이 단편 곳곳에 등장한다. '카시얀'에서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살아있는 것에 대한 존중을 드러내는 카시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그를 이상한 괴짜로 보지만 화자는 그에게서 사려깊음을 느낀다. '르코프'에서는 어부 수초크로 인해 배에 물이 차 물에 빠져버리지만 그를 나무라거나 혼내지 않는다. 다만 그 일 이후의 저녁노을과 풍경을 낭만적으로 묘사하고 있을 뿐이다.

'호리와 칼리니치'에서는 현실적 합리주의자 농부인 호리와 낭만적 이상주의자 농부인 칼리니치의 모습을 통해 다양한 농부상을 보여준다. 특히, 비록 주인의 지배를 받는 농부일지라도 좀 더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농부가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비류크'에서 폭풍우로 인해 화자가 신세를 지게 된 산지기는 배가 고파 산에서 나무를 훔친 농부를 결국에는 놓아준다. 주인에게 종속되어 있는 처지는 같지만 밥벌이는 하는 산지기와 배가 고파 먹을게 없는 농부는 다른 처지이기도 하다. '시골 의사'와 아가씨의 사랑은 신분의 처지(혹은 교양의 유무)때문에 선뜻 죽어가는 아가씨의 사랑 고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뇌하다 비슷한 처지의 아내를 만나 기억 한 켠에 숨겨두기만 한다. 이 소설은 이렇든 다른 처지의 두 인물을 극명하게, 그러나 담담하게 대비시켜 처연함을 배가시킨다.

그러나 의외의 곳에서 신분이 다른 두 부류가 접점을 찾기도 한다. '죽음'은 어떤 신분이든간에 러시아인들이 아름다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묘사되어 있고 '체르토프하노프와 네도퓌스킨'은 태생부터 귀족이지만 선량하고 정직한 체르토프하노프와 겨우 신분 상승을 이룬 네도퓌스킨이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과정이 그러진다. 이어지는 '체르토프하노프의 최후'는 그가 사랑하던 아내 마샤가 떠나고 친구 네도퓌스킨이 죽고 가장 사랑하던 말 말렉을 도둑맞은 상황에서 말렉에 집착하던 체르토프하노프가 일년만에 찾아온 말을 죽이고 자신도 죽어가는 과정이 밀도있게 그려졌다. 어떤 대상에 대한 집착이 한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것에서 인간에 대한 연민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뭘까. 농부든 어부든 귀족이든 누구든 관계없이 자신의 삶을 사는 인간의 모습 아닐까. 한발 멀리 떨어져서 농노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화자의 시선에서 따뜻함과 존중이 느껴지는 건 그들 또한 똑같이 존중받아야 할 인간임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개인의 가치, 사회의 가치 모두를 생각해보게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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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백을 버린 날,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최유리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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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이 책을 읽게 된건 나의 삶이 아닌 남의 삶이 궁금해서였다. 나는 사치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고 가방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이제 나이가 들어가면 조금씩 비싼 가방을 들어야 품격이 있어보인다는 말을 들어도 별 동요가 없다. 가방에 관심이 없으니 브랜드도 잘 모른다. 그래서 누군가가 내 앞에서 비싼 가방을 들고 자랑한다해도 가방이 비싼지 아닌지 모르니 자랑을 들어줄 수가 없다. (그래도 샤넬은 들어봤다.)
그래서인지 샤넬백을 버린다고 하는게 가방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졌다. 가방이 대체 뭐길래? 가방을 버리면 새 삶이 시작될까? 나도 버려봐? 뭐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고 해야하나.

서울대라는 학벌, 박사논문을 쓰고 있던 저자가 우울증에 빠져 있던 어느 순간 자신을 알아차리고 그 모든 걸 벗어던졌다. 저자는 학교에서 기간제교사로도 일한 적 있고 대학에서 시간강사로도 활동한 적 있는 교육계 종사자였다. 교육계는 특히 다른 직종보다 더 보수적이고 특히 패션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어릴 때부터 옷을 좋아하고 패션에 일가견이 있던 그녀가 선택하는 옷들은 학교에서 잘 맞지 않는 옷이었던 것같다. 사립학교에서 나오게되어 다시 박사논문을 쓰던 중 우울증이 왔고 자신을 존중하며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쳐 현재 패션힐러로 활동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이다.

저자가 스스로를 알아차리는 과정 중에 핵심이었던 것은 글쓰기였다. 글을 쓰는 과정은 자신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동시에 자기치유과정이었다. 또한 책을 읽다보면 저자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 책, 영화들이 소개되는데 이걸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미녀와 야수> 제외하고는 부끄럽게도 읽거나 본 적없는 책, 영화이고 나도 찾아보고 싶어 메모를 해두었다.

책 중간중간에 패션힐러답게 나같이 옷을 정말 못입는 사람을 위한 패션 조언도 있어 굉장히 쏠쏠했다. 튀는 옷, 유행인 옷보다 자신의 아우라를 뽐낼 수 있는, 자기에게 맞는 옷을 선택하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나와있어 나도 한 번 실행해 볼 예정이다. 또한, 나를 알아차리고 자기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도 장과 장 사이에 수록되어 있다. 나는 그러고보니 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직업도 입시 성적에 맞춰 시간이 흐르는대로 가다보니 얻게 된거고, 거의 모든게 그냥 시간에 나를 맡기다보니 별다른 사유없이 진행되는 하루하루다. 저자는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 그랬는데 나는 아무 생각이 없이 그냥 모든걸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 뜨뜨미지근하게 그냥 살았다. 그러다보니 저자가 던지는 질문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은? 영화는? 나는 언제부터 노래도 듣지 않고 내가 본 영화도 생각나지않는 사람이 된걸까.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의 자기고백이 궁금해서 선택한 이 책은 의외의 순간순간에 자꾸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일단, 저자가 나와 같은 교육계에 종사했었단 이유로 반가웠고 나에게도 쩔어있는 학벌주의가 부끄러웠다. 아이들 입시지도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노랫말같은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가 머리에 박힌다고는 하지만 그건 핑계일지도 모른다. 나도 내 욕심에 박사과정을 하고 있다가 육아로 포기했지만 잘 된 것 같다. 나는 방향성없이 이유없이 그냥 늦은 임용에 대한 보상책으로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육아라는 거대한 산이 그걸 포기하게 했다. 저자처럼 자의에 의한 선택은 아니었지만, 나를 정신차리게 해준 아이들이 고마웠다.

저자의 여행에 관한 시선도 참 좋았다. 난 여행이라고는 몇 번 안가봤지만 그때도 그 여행에서 여행지와 그 여행지에 있더 나를 온전하게 느끼지 못했다. 물론 저자가 경계하는 여행지름샷을 찍어본 일도 없지만.

앞만보고 달려온 사람들, 자기가 누군지도 모른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픈 책이다. 마치 옆집 언니가 나에게 너 그렇게 살면 안돼 하고 조언해주는 느낌이었다. 이런 책이랑 영화가 있는데 생각할 거리가 많으니 한번 볼래? 내가 이렇게 살았었는데 지금 나를 찾고나니 너무 행복해! 너도 네 인생에 대해 예의를 지켜보지 않을래? 이렇게 말하는 느낌. 거기에 패션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패션정보까지. 
이 기회에 나도 잠시 잊고있었던 나를 좀 찾아봐야겠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글로 써내려가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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