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미러클 영어 그림책 느리게 100권 읽기의 힘 - 대한민국 영어 그림책 읽기의 교과서
고광윤 지음 / 길벗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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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책 읽기의 힘>으로 유명한 고광윤님의 책이다. 엄마표 영어는 힘들다고 생각해서(실제로 비영어전공자로서 많이 힘들다) 늘 포기할까 말까 다짐과 포기만 백만번째다. 내년에 첫째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더 갈팡질팡이다. 그냥 학원으로 외주를 맡겨 버릴까, 그래도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아이와 책 읽는 시간도 갖고 영어도 늘고 돈도 아끼고 일석삼조일텐데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던 찰나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영어를 모르는 나같은 엄마는 아이에게 어떤 수준의 책이 적합한지, 난이도는 어떤지 감이 오지 않는다. 이 책은 영어 그림책들의 내용과 특징을 매우 상세하게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영어책 읽기의 즐다잘(즐독, 다독, 잘독)이 영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 늘백(느리게 백권 읽기)를 통해 5-5-5효과를 체험했다고 한다. 대강 이 효과는 영어에 재미를 느끼고 즐길 수 있게 되며 자존감을 높여주며 깨달음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이 책은 100권의 책을 계절별로 25권씩 배치하고 매주 5권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난이도가 조금씩 높아지도록 배치했다. 그리고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슬미, 늘백, 즐다잘, 홈런 문장 등 핵심용어들을 사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지금은 여름의 문을 닫는 지점이라, 여름 계절에 맞는 책의 소개내용을 먼저 읽었다. 단순히 책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짧은 그림책 안에 우리가 아이랑 나눌 수 있는 많은 질문거리와 생각거리가 숨어져 있다. 그냥 한 권 읽고 덮는게 아니라 영어책을 한글 그림책처럼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는거다. 왜 이런 문장이 등장한걸까, 토끼의 마음은 어땠을까 등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려면 엄마인 내가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한다. 영어 단어나 문장구조도 중요하지만 책 자체에서 얻는 즐거움과 감동도 한글 그림책 못지 않다. 아이와 그런 것들을 함께 나누며 영어 실력도 덤으로 얻는다고 생각하면 영어 그림책이 마냥 어렵게만은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이 영어 그림책에 대한 훌륭한 가이드라인이 되어 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각 책마다 이미 2년간 슬로우 미러클을 실천한 엄마들의 소감들이 적혀 있어서 더 와닿고 도움이 된다. 관련 음악 등은 큐알코드도 나와 있어서 바로 연결해서 들을 수 있다.



이 책은 결론적으로 100권의 그림책에 대한 소개, 가이드책이다. 가이드는 영어에 대한 내용이라기보다는 책 내용에 대한 가이드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레 영어가 체화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이 책의 포인트다. 그리고 읽으면서, 영어보다 아이와 영어 "그림책"을 읽어나가는 것에 핵심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아이가 즐기는 것은 그림과 책내용이고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영어를 배워나갈 것이다. 다시 도서관에서 열심히 영어책 빌려오기를 할까 싶다. 조금 어색한 내 영어 발음이라도 같이 읽는 것에 초점을 두고 편하게 읽어나가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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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글이 된다면 - 닫힌 글문을 여는 도구를 찾아서
캐시 렌첸브링크 지음, 박은진 옮김 / 머스트리드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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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책을 출판한다는 식의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나의 생각이나 느낌을 논리적으로 때로는 감성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요즘 유행한다는 1일 1글쓰기를 시도해보고 싶었지만 늘 시간 부족, 글솜씨 부족이라는 변명을 일삼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 속에서는 이상하게도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꿈꿔보는 일일 것이다. 내가 만난 이 책 <내가 글이 된다면>은 나에 대한 글, 즉 회고록을 쓰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나처럼 글을 쓰고 싶은데 시작이 어려운 사람들, 주제는 떠오르는데 글로 옮기는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들, 작가가 되고 싶은데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이 많은 용기와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가장 먼저 글을 쓰기 전에 해야 할 일은 자기 안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글을 쓰는 정형화된 방법 같은 건 없다고 초반부터 저자는 단언한다. 대신 콘텐츠(자기만의 이야기)와 프로세스(타인에게 배우고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을 구분할 것, 자신에게 다정할 것을 권한다.
글쓰기를 통해 자기 안으로 파고드는 일은 감정 치유가 될 수 있다. 물론 그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일은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말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글쓰기 자체의 가치에 의미와 목적을 두고 자기 표현의 두려움에 맞서야 한다. 두려움을 떨쳐내는 방법은 두려움에 맞서는 수 밖에 없다. 두려움은 여러 가지 이유때문에 나타나는데, 자기 표현으로 인해 집단에 소속되지 못할거라는 판단, 완벽주의, 자신에 대한 불신, 구상의 어려움, 게으름에 대한 책망, 글쓰기를 그만뒀어야 하는가에 대한 자책, 타인과 비교하고 절망하기, 미루기, 경험 부족과 기억의 불완전함, 근거 없는 믿음, 타인의 시선 및 비판 의식 등으로 인한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두려움을 과감하게 꺼내 놓고 자기 안의 자질들을 발굴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말! 일단 써보라고 말한다. 일단 글을 쓰는 걸 시작하기만이라도 해보라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산만하게 만드는 것들을 지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감정목록을 작성하거나 자신이 꿈꾸는 일, 날씨에 대한 감상, 불평 등 뭐든 쓰라고 말한다.
초반부는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까지 두려움을 걷어내고 자신을 받아들이고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글을 써보자고 마음 먹으면 이후에는 마인드맵, 목록 만들기 등 글감을 고르는 여러 가지 방법, 초고 쓰는 여러 가지 방법 등을 제시한다. 일단 글을 쓰면서 고치고 또 고치는데, 완벽하게 글을 처음부터 쓰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일단 다 쓴 후에 수정하라고 말한다. 수정하는 방법, 퇴고법도 뒷 부분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의 고통은 언제나 작가들에게 있는 법이다. 창작의 고통을 덜어주는 법, 생각을 넓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글을 쓰려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25분 집중, 5분 휴식 등의 시간관리법을 통해 매일 꾸준히 글을 쓰고 집중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좋았던 부분 중의 하나는 저자가 읽었던 책 중 좋았던 책들을 소개하고, 여러 작가들의 글쓰기 비법을 따로 뒷부분에 묶어 소개한 점이다. 자신의 관점 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생각도 들어보고 이런 글쓰기 방법과 생각이 있으니 그 중에서 독자의 입맛에 맞는 것을 참고하기 바란다 하는 느낌이다.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열린 자세를 취해 좋았다.
나는 나를 더 자세히 알기 위해 글을 쓰고 싶다. 그런데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는 순간 이 글을 어딘가에 게시할테고 누군가가 보고 이상한 판단을 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돌이켜보면 글쓰기를 막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적인 부분이나 주제 없음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이 책은 괜찮으니 너도 작가가 될 수 있다, 너도 글을 쓸 수 있다는 독려를 따뜻하게 해주는 책이다. 저자의 책을 읽고 밑줄치며 어느덧 책의 말미까지 다 읽고 나서 나도 글을 오랜만에 하나 써봤다. 하루 중 있었던 일 하나 적는 것만으로도 큰 첫 걸음이라고 생각된다. 글쓰기는 저자의 말처럼 나를 치유하고 나를 발견하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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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위의 낱말들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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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신 작가의 책을 처음 접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내게 술술 읽히는 느낌의 문체는 아니었다. 작가가 펼쳐놓은 문장과 단어의 세계를 말하는 '너'라는 주체가 작가 자신인지, 작가의 지인인지, 지인이면 같은 사람인지 아닌지, 독자인지 헷갈렸다. 그냥 나일수도 너일수도 있는, 작가와 단어를 공유하는 누군가라고 생각하고 읽으니 편안하게 읽혔다. 단순하고 뚜렷한 글이 아니라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었다. 그래서 느리게 읽혔고 그러다보니 단어에 대한 내 생각을 책에 적어보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고 다른 생각을 끼적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작가가 원했던 달 위의 낱말들은 이런거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동사 단어들과 명사 단어들이 목차에 등장한다. 작가님이 여는 말에 순서 안지키고 읽어보라고 하셔서 내키는 단어를 골라 읽어보았다.
지키다 라는 단어는 토마스 만의 책과도 연결해볼 수 있는데, 토마스 만같이 루틴이 철저하고 규칙적인 사람도 사랑이란 감정이 들어오면 지켜오던 루틴도 규칙도 엉망이 되고 만다. 그 원칙들이 다시 제자리를 지킬 때까지 사랑의 감정을 잘 다스려야 된다는 거다. 사랑은 자신만의 루틴과 원칙이 깨지는 소용돌이같은 감정뿐만 아니라 원칙이 돌아와서 평정을 되찾고 지켜질때 어떻게 감정을 다스리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명사들은 한자의 구성을 하나하나 풀이하기도 하는데 가장 멋진 구절은 기적이라는 단어에 대한 것이었다.
奇는 사람을 형상화한 큰 大가 옳을 可 위에 있다. 곡괭이 질을 하고 있는 것처럼 해석해 기특하다는 의미도 있다. 발자취 跡은 발 足과 사람 겨드랑이를 형상화한 亦이 붙어 있어 이 글자에도 사람이 들어있다. 사람이 지나간 자리에 기적이 있다는 것. 그러니까 갑작스런 돌발상황이라기보다 사람이 살아가는 발자취의 모든 과정이 기적이라는 의미다. 한자어를 뜯어보니 단어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오디오나 자동차, 휴대폰 등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물건에 대한 작가의 소회를 담은 에세이도 인상깊었다. 자신의 20년된 차 스펙트라가 폐차되는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은 것에 대한 감정, 홈시어터를 경험하고 느낀 이상한 쓸쓸함에 반하여 작은 씨디플레이어를 장만한 일화, 가족의 성화에 못이긴채 주방 리모델링을 하며 느낀 감정들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건 작가의 사물을 바라보는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 글을 쓰게하는 동력이라는 것이다. 작은 것도 허투루 보지 않고 나만의 시선과 경험을 입혀 따스한 글이 탄생한다. 이루다, 버티다, 소원 같은 단어를 일상에서 많이 쓰고 접하지만, 그 단어의 질감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다. 이 책은 여는 글이 가장 어려웠는데 다 읽고나니 약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달 위의 낱말들인지도. 여행을 떠나보면 낯익은 일상의 것들이 낯설게 느껴진다. 자주 보고 쓰던 것들을 낯설고 따뜻한 시선으로 보는 연습을 이 글들을 통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다른 책도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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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 단 하나의 나로 살게 하는 인생의 문장들
최진석 지음 / 열림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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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가장 큰 고민은 '나'이다. 나는 내가 누군지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40년을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가 선택하는 책들도 전부 나를 이해하는 방법, 나를 알아가고자 하는 것에 초점을 둔 책이다. 그런 와중에 만난 이 책. 정말 좋은 책이다.

내가 읽은 고전들, 혹은 읽지는 않았지만 줄거리를 대강 알고 있는 열 개의 고전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여정을 저자와 함께 할 수 있었다. 저자는 건너가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대답하기가 아닌 질문하는 삶을 통해 건너가기를 경험할 수 있고 그것이 인간다운 삶이며 책을 통해 그것을 이룰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돈키호테>. 워낙 많이 알려진 줄거리인데, 저자가 새롭게 돈키호테를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일반화된 자신을 넘어서 고유하고 특별한 각성 속으로 걸어가는 용기를 북돋아주는 책이다.

<어린 왕자>는 '길들이기'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초점을 맞췄던 여타 책들과 달리, 뱀에게 물리는 어린 왕자에 초점을 맞추어 인간으로 완성되기를 꿈꾼다면 이렇게 스스로 선택하는 결단이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니체가 말한 낙타, 사자, 어린이의 비유를 통해 한층 더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했다.

<페스트>는 코로나19시대에 반드시 읽어야 할 도서라고 해서 1년 전에 읽었었다. 그때 느낀 책의 느낌은 단편적이었다. 저자는 같은 책을 읽고도 나와 다른 시선으로 접근하는데, 인생 자체가 페스트다, 특정 관념에 지배당하는 정해진 마음에 갇힌 상태에서 결별해야 한다, 우리 안의 페스트를 고치려면 긴장과 지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더 넓은 시선으로 말해주고 있다. 페스트에 투쟁할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페스트에 갇혀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고 긴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데미안>에 저자는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이 책은 나도 읽어보았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독서 내공이 초보적이라 그런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가 난해했다. 내가 아직 내가 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았다. 내가 내가 되는 신의 경지에 이르는 것, 내가 완전한 고독으로 나에게 도달하는 것. 저자의 해석을 통해 데미안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노인과 바다>는 청소년 시절 읽고 줄거리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꼭 다시 읽어보아야겠다. 어릴 때 느꼈던 산티아고 할아버지는 고집스러운 노인이었는데 다시 이 책을 읽는다면 저자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지 기대된다.

<동물농장>은 무지하면, 즉 생각하지 않으면 지배당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건너가려는 의지를 가져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걸리버 여행기>는 정치적인 내용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말은 쓸모없는 것의 쓸모가 진짜 쓸모다, 수학에서도 기하학에서의 쓸모가 연산과 대수에서의 쓸모보다 크고, 민주와 자유도 무용한 것 같지만 구체적 권력보다 더 쓸모 있다는 것.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말자는 것을 기억해야 겠다.

<이솝 우화>에서는 이야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비교는 자기자신과만 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종지라고 해도 나는 나를 양재기로 생각할 것. 새끼를 한 마리밖에 낳지 못해도 그 한마리가 사자라는 사자의 말. 여러 가지 이야기 속에 여러 가지 교훈이 숨어 있다. 나는 아마 그걸 생각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아Q정전>과 <징비록>은 건너가지 못한 인간 개인과 사회가 어떤 모습이 될지 그린 고전이다. 내가 원하는 사회는 어떤 사회이며 나는 어떤 개인이고 싶은지, 자꾸 생각하고 질문하고 스스로에게 답해가며 건너가기를 해야겠다. 생각하고 사유하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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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조건 - 융 심리학으로 보는 친밀한 관계의 심층심리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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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깊이 만나본 사람만이 타인을 깊이 사랑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하는 이 책은 타인을 사랑하기 이전에 진정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이 중요함을 융 심리학으로 파헤치는 책이다. 심리학에 관심 있는 사람, 특히 융의 심리학에 관심 있는 사람, 타인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 스스로를 자책하고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책의 내용 자체가 심리학을 기반으로 학문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술술 읽히지는 않지만 한줄 한줄 음미해가며 이해하고 곱씹으며 읽어내려가야 진정한 융 심리학, 그리고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랑의 조건에 다가갈 수 있다.

우리가 자아-자신을 타자에 빗대어 읽는 일은 탄생과 더불어 시작된다. 아이가 자라면서 타자라는 존재 앞에서 주변 환경에 무력감을 느낄 수 있는데, 아이에게 가장 강력한 정신적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는 바로 부모로서, 옛날부터 전해오는 "원죄" 즉, 영혼을 등한시하는 일로서 가족의 시작과 더불어 존재하며 그 결과의 여파가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지는 심리적 현상때문에 부모가 이루지 못한 삶을 보상하는 방향으로 무의식중에 끌려갈 수 있다. 결국 양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아이는 애착관계가 올바로 형성되지 못하여 여러 문제점이 생기게 된다. 타자에게 투사한 이미지가 무너지는 고통을 겪거나 자신의 증상을 총체적 근원까지 파헤쳐봐야 진정한 우리의 적은 자신 내면에 있음을, 타자는 자신에게 보이는 것과 다른 존재일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결혼생활 속에서 성장하지 않는 사람에게 결혼은 끔찍한 재앙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랑과 결혼은 그러므로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계속 우리 안에 있었다. 이 책에서는 투사라는 기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투사가 내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투사는 어디에나 있으며 자신을 표출하려는 무의식 때문에 발현된다. 두 사람이 맺는 친밀한 관계가 얼마나 건강하고 희망적일지는 자신의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관계를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당사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 진정한 사랑은 '무심'하다. 타자가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데 만족할 뿐만 아니라 상대가 타자로 존재하도록 지지해준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연약하고 겁에 질린 본성과 싸워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사랑인 것이다.

성장 경험은 갈등과 상실에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의식은 반대되는 것들이 빚어내는 긴장에서만 생긴다. 타자가 나와 다른 존재임을 발견함으로써 사심 없는 사랑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건강한 관계를 확장할 수 있다. 타자를 존중하는 태도를 설명해주는 단어는 '경외', 모호함에 가득 차 있으면서도 이를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용기'라 부른다. 결국 타자의 다름을 공경하는 경험을 설명해주는 단어가 '사랑'이라고 말하며 우리가 타자를 대할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내 안에 상처를 어떻게 바라보고 극복할 수 있는지를 심리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결국 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내가 누군지를 이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어렵다. 최근에 나도 나를 이해하고 알기 위해 노력하는데 참 어려움을 느낀다. 내가 나로서 온전히 오롯이 존재하면 타자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존중하고 경외하는 것도 한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랑은 용기와 관용에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나를 똑바로 세우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데미안> <노인과 바다> 등 수많은 고전들도 결국 같은 결론으로 귀결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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