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이 된다면 - 닫힌 글문을 여는 도구를 찾아서
캐시 렌첸브링크 지음, 박은진 옮김 / 머스트리드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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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책을 출판한다는 식의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나의 생각이나 느낌을 논리적으로 때로는 감성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요즘 유행한다는 1일 1글쓰기를 시도해보고 싶었지만 늘 시간 부족, 글솜씨 부족이라는 변명을 일삼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 속에서는 이상하게도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꿈꿔보는 일일 것이다. 내가 만난 이 책 <내가 글이 된다면>은 나에 대한 글, 즉 회고록을 쓰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나처럼 글을 쓰고 싶은데 시작이 어려운 사람들, 주제는 떠오르는데 글로 옮기는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들, 작가가 되고 싶은데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이 많은 용기와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가장 먼저 글을 쓰기 전에 해야 할 일은 자기 안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글을 쓰는 정형화된 방법 같은 건 없다고 초반부터 저자는 단언한다. 대신 콘텐츠(자기만의 이야기)와 프로세스(타인에게 배우고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을 구분할 것, 자신에게 다정할 것을 권한다.
글쓰기를 통해 자기 안으로 파고드는 일은 감정 치유가 될 수 있다. 물론 그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일은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말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글쓰기 자체의 가치에 의미와 목적을 두고 자기 표현의 두려움에 맞서야 한다. 두려움을 떨쳐내는 방법은 두려움에 맞서는 수 밖에 없다. 두려움은 여러 가지 이유때문에 나타나는데, 자기 표현으로 인해 집단에 소속되지 못할거라는 판단, 완벽주의, 자신에 대한 불신, 구상의 어려움, 게으름에 대한 책망, 글쓰기를 그만뒀어야 하는가에 대한 자책, 타인과 비교하고 절망하기, 미루기, 경험 부족과 기억의 불완전함, 근거 없는 믿음, 타인의 시선 및 비판 의식 등으로 인한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두려움을 과감하게 꺼내 놓고 자기 안의 자질들을 발굴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말! 일단 써보라고 말한다. 일단 글을 쓰는 걸 시작하기만이라도 해보라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산만하게 만드는 것들을 지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감정목록을 작성하거나 자신이 꿈꾸는 일, 날씨에 대한 감상, 불평 등 뭐든 쓰라고 말한다.
초반부는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까지 두려움을 걷어내고 자신을 받아들이고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글을 써보자고 마음 먹으면 이후에는 마인드맵, 목록 만들기 등 글감을 고르는 여러 가지 방법, 초고 쓰는 여러 가지 방법 등을 제시한다. 일단 글을 쓰면서 고치고 또 고치는데, 완벽하게 글을 처음부터 쓰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일단 다 쓴 후에 수정하라고 말한다. 수정하는 방법, 퇴고법도 뒷 부분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의 고통은 언제나 작가들에게 있는 법이다. 창작의 고통을 덜어주는 법, 생각을 넓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글을 쓰려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25분 집중, 5분 휴식 등의 시간관리법을 통해 매일 꾸준히 글을 쓰고 집중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좋았던 부분 중의 하나는 저자가 읽었던 책 중 좋았던 책들을 소개하고, 여러 작가들의 글쓰기 비법을 따로 뒷부분에 묶어 소개한 점이다. 자신의 관점 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생각도 들어보고 이런 글쓰기 방법과 생각이 있으니 그 중에서 독자의 입맛에 맞는 것을 참고하기 바란다 하는 느낌이다.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열린 자세를 취해 좋았다.
나는 나를 더 자세히 알기 위해 글을 쓰고 싶다. 그런데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는 순간 이 글을 어딘가에 게시할테고 누군가가 보고 이상한 판단을 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돌이켜보면 글쓰기를 막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적인 부분이나 주제 없음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이 책은 괜찮으니 너도 작가가 될 수 있다, 너도 글을 쓸 수 있다는 독려를 따뜻하게 해주는 책이다. 저자의 책을 읽고 밑줄치며 어느덧 책의 말미까지 다 읽고 나서 나도 글을 오랜만에 하나 써봤다. 하루 중 있었던 일 하나 적는 것만으로도 큰 첫 걸음이라고 생각된다. 글쓰기는 저자의 말처럼 나를 치유하고 나를 발견하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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