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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 단 하나의 나로 살게 하는 인생의 문장들
최진석 지음 / 열림원 / 2022년 7월
평점 :
최근의 가장 큰 고민은 '나'이다. 나는 내가 누군지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40년을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가 선택하는 책들도 전부 나를 이해하는 방법, 나를 알아가고자 하는 것에 초점을 둔 책이다. 그런 와중에 만난 이 책. 정말 좋은 책이다.
내가 읽은 고전들, 혹은 읽지는 않았지만 줄거리를 대강 알고 있는 열 개의 고전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여정을 저자와 함께 할 수 있었다. 저자는 건너가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대답하기가 아닌 질문하는 삶을 통해 건너가기를 경험할 수 있고 그것이 인간다운 삶이며 책을 통해 그것을 이룰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돈키호테>. 워낙 많이 알려진 줄거리인데, 저자가 새롭게 돈키호테를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일반화된 자신을 넘어서 고유하고 특별한 각성 속으로 걸어가는 용기를 북돋아주는 책이다.
<어린 왕자>는 '길들이기'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초점을 맞췄던 여타 책들과 달리, 뱀에게 물리는 어린 왕자에 초점을 맞추어 인간으로 완성되기를 꿈꾼다면 이렇게 스스로 선택하는 결단이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니체가 말한 낙타, 사자, 어린이의 비유를 통해 한층 더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했다.
<페스트>는 코로나19시대에 반드시 읽어야 할 도서라고 해서 1년 전에 읽었었다. 그때 느낀 책의 느낌은 단편적이었다. 저자는 같은 책을 읽고도 나와 다른 시선으로 접근하는데, 인생 자체가 페스트다, 특정 관념에 지배당하는 정해진 마음에 갇힌 상태에서 결별해야 한다, 우리 안의 페스트를 고치려면 긴장과 지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더 넓은 시선으로 말해주고 있다. 페스트에 투쟁할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페스트에 갇혀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고 긴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데미안>에 저자는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이 책은 나도 읽어보았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독서 내공이 초보적이라 그런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가 난해했다. 내가 아직 내가 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았다. 내가 내가 되는 신의 경지에 이르는 것, 내가 완전한 고독으로 나에게 도달하는 것. 저자의 해석을 통해 데미안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노인과 바다>는 청소년 시절 읽고 줄거리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꼭 다시 읽어보아야겠다. 어릴 때 느꼈던 산티아고 할아버지는 고집스러운 노인이었는데 다시 이 책을 읽는다면 저자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지 기대된다.
<동물농장>은 무지하면, 즉 생각하지 않으면 지배당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건너가려는 의지를 가져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걸리버 여행기>는 정치적인 내용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말은 쓸모없는 것의 쓸모가 진짜 쓸모다, 수학에서도 기하학에서의 쓸모가 연산과 대수에서의 쓸모보다 크고, 민주와 자유도 무용한 것 같지만 구체적 권력보다 더 쓸모 있다는 것.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말자는 것을 기억해야 겠다.
<이솝 우화>에서는 이야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비교는 자기자신과만 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종지라고 해도 나는 나를 양재기로 생각할 것. 새끼를 한 마리밖에 낳지 못해도 그 한마리가 사자라는 사자의 말. 여러 가지 이야기 속에 여러 가지 교훈이 숨어 있다. 나는 아마 그걸 생각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아Q정전>과 <징비록>은 건너가지 못한 인간 개인과 사회가 어떤 모습이 될지 그린 고전이다. 내가 원하는 사회는 어떤 사회이며 나는 어떤 개인이고 싶은지, 자꾸 생각하고 질문하고 스스로에게 답해가며 건너가기를 해야겠다. 생각하고 사유하는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