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저널 - 상처받은 영혼을 위한 치유 라이팅북
마이클 싱어 지음, 노진선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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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내 목표는 명상하기다. 아직 명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고 방법도 잘 모르겠지만 차분하게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시간을 갖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눈을 감고 고요한 음악을 들으며 단계를 밟아갈 수도 있지만 나의 내면 상태를 직접 글로 표현해보는 것도 훌륭한 명상의 일종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전작인 <상처받지 않는 영혼>에서 직접 발췌한 핵심문장과 이어지는 길잡이 글을 통해 독자가 저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며 상처를 발견하고 치유해 나가는 여정으로 구성된 명상 글쓰기 책이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 잠든 의식을 일깨우고 2부에서 에너지를 경험하며 3부에서 자기를 놓아 보내고 4부에서 그 너머로 나아가서 5부에서 삶을 살기를 완성하는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각자의 마음, 감정, 내면의 에너지와 맺고 있는 심오한 관계를 탐색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내 안에 시끄러웠던 마음을 놓아주고,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과거의 상처와 힘든 경험을 놓게 해주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안내한다. 그럼으로써 마침내 참나의 자유와 행복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이론을 넘어 실생활에 적용하는 단계이다. 심오한 수행을 이끌어내는 질문도 있다. 자신의 경험을 쓰고 생각해보는 것, 즉 저널링을 통해 말의 위력을 넘어 경험으로 옮기게 해준다.
무엇을 적어야 할지 처음에는 막막하게 느껴지지만 질문의 안내가 이끄는 대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니 글의 시작이 쉬워진다. 나를 화나게 하는 마음 속의 명확하지 않게 부유하던 것들이 글로 표현되면서 점차 모양을 하고 자리를 잡아 간다. 글을 시작하는 것이 어려워서 그렇지 한번 연필을 종이에 맞대고 나면 이후는 보다 쉽게 써진다.

명상이 필요한 이유는 결국 내 내면이 무언가로 인해 상처받았기 때문이다. 상처 받은 내면과 영혼을 놓아주기 위해서는 수면 위로 그것을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 수면으로 올려주는 장치가 바로 글로 써보기다.
처음에는 뭘 써보라는 건지 알기가 힘들었다. 명상 초보자이기도 했고 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만 같아서 꺼려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상자를 열기로 마음 먹고 허허벌판같던 종이의 여백을 채워넣고나니 신기하게도 내 마음은 비워졌다. 가벼워졌다. 그리고 이 명상 저널을 나의 방식대로 어떻게 활용해볼 것인지도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외부 세계의 어떤 것도 내가 아니고 나는 감정도 아니며 외부와 내면의 이런 대상들은 그냥 왔다가 지나가고 나는 그저 경험할 뿐이다. 이 느낌을 이해하면 나는 명상을 아주 잘 이해하는 것이다. 아직 이 단계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내 내면의 상처를 보내고, 흘려버리고 생각이란 것이 내가 인식하는 또다른 대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을 다 쓰고 명상에 성공한 참나의 모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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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니체 - 지금 이 순간을 살기 위한 철학 수업 마흔에 읽는 서양 고전
장재형 지음 / 유노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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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마흔이 다 되어 가도록 니체를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다. '차라투스트라...'는 이해하기 몹시 어려웠다는 것 이외에는 기억이 거의 나지 않고 다른 니체 관련 책들도 핵심만 대강 기억이 날 뿐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이 책은 그런 날 위한 책인 것 같다. 니체의 저서에 담긴 생각, 사상을 저자가 읽고 정리하여 우리가 어떻게 인생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알려주는 니체 철학 실용서다. 사실 '신은 죽었다'던 니체의 명언은 유명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알고 있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니체의 책은 유명하기도 하고 필독서도 많지만 이해하기가 어려워 금방 포기해버렸기 때문이다. '차라투스트라...'의 경우는 메타포가 특히 많아 어떤 걸 의미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니체의 사상을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니체의 생각 많은 부분에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대체 신은 죽었다는 뜻은 뭘까? 니체는 신이 오히려 인간을 병들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기독교에서 인간은 죄지은 자, 나약한 존재다. 그러나 니체에 의하면 "사람은 언제나 자기 자신을 극복해야 하는 그 무엇"이다. 그래서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했고, 삶을 극복하고 초인이 될 것 즉, 익숙한 과거와 결별하고 창조하는 자가 되어 내가 원하는 나로 살 것을 강조한다. 낯선 세계로 나아갈 때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 내면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니힐리즘, 즉 허무주의는 목표가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신이 죽고난 후 자신의 토대가 사라진 인간은 이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니체는 욕망이 가라앉아 끝도 목적도 싫증도 욕구도 없는 휴식 시간이 얼어붙은 삶의 의지를 녹일 봄바람이며 이 시간을 견디며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쇼펜하우어 철학과의 차이점도 알 수 있었는데, 쇼펜하우어가 수동적 허무주의를 얘기한다면 니체는 능동적 허무주의자다.

힘에의 의지로 자기 자신을 극복하고 도달해야 할 목표는 초인이다. 니체는 "춤추는 별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혼돈을 자신 속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니체 철학 중 가장 내게 공감을 줬던 부분인데, 우리는 행복만을 바라보며 행복하지 않고 고통스런 순간을 떨쳐내려고 애쓴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는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순간도 나의 삶이다. 그런 순간까지 모두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니체 하면 떠오르는 것이 영원회귀사상인데, 우리의 고통스러운 삶이 끝없이 반복되더라도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충실하면 삶을 긍정적으로 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삶이 늘 행복할 수는 없지만 삶을 바라보는 태도는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 니체는 그 부분을 이야기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낙타, 사자, 아이정신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도 많이 다루어졌던 부분인데 이 책을 통해 다시 확실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무거운 짐(전통 철학, 종교적 진리, 관습, 신에 대한 순종 등)을 지고 버텨 내는 낙타는 현실에 안주하고 정신은 일상에 매몰된 상태다. 그러다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사막의 주인이 되고자 자신의 짐을 부정하고 파괴하는 사자가 된다. 사자는 기존 가치를 파괴는 하지만 새로운 가치는 창조하지 못한다. 이제 놀이에 빠져 몰두하듯 자기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아이의 정신으로 나아가야 한다.

니체는 욕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플라톤 주의에 맞서 이성보다 신체의 중요성을 크게 생각한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플라톤, 소크라테스 등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이성을 중시한다. 그러나 이성을 중시하는 것에는 디오니소스적인 것이 결여되었으며 비극은 삶에 대한 긍정에서 나온 최고의 예술이므로 지금까지 부정한 삶의 측면을 있는 그대로 긍정한다면 삶이 아무리 괴롭더라도 영원 회귀를 부정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니체의 저서 여러 권과 각 출판사에서 번역된 여러 문헌들을 참고해 철학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니체의 철학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썼다. 니체를 알고 싶었지만 솔직히 그동안 읽었던 니체의 저서들은 너무 심오하고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경지에 있다고 생각해서 쉽게 포기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만나고 나서 니체를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해졌다.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한 '차라투스트라', 그리고 집 한쪽 구석에서 다시 읽히길 기다리고 있는 '르 살루메' 책까지 다시 읽어볼 힘과 용기를 얻었다. 니체가 말하고자 하는 사상이 내가 생각하는 삶의 지향점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최근 읽은 니체 관련 서적 중에 가장 쉽고 편안하게 읽히는 책이었다.

마흔은 에포케, 잠시 멈추는 시간이다. 판단을 중지하고 잠시 멈추는 시간이 있어야 또 새로운 삶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마흔은 니체를 제대로 알기에 적절하게 무르익은 나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흔을 목전에 두고 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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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당신의 삶을 리디자인하라 - 유튜브 새내기를 위한 유튜브 길잡이
김정미 지음 / 다온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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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이제 현대인의 삶과 뗄레야 뗄 수 없게 되었다. 공무원, 교사가 선호직업이었던 시대가 지나고 유튜버가 떠오르는 직업 1순위가 된지 오래되었다. 나 역시 유튜브 보는 것을 낭비라고 생각하고 텍스트로 승부해야지 생각하다가 시대의 흐름이 그게 아니란 걸 깨닫고 뒤늦게 유튜브에 빠지게 되었다. 새로운 자기계발 통로이자 어필의 수단으로 유튜브는 이제 거부할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신변잡기식 재미만 추구하는 유튜브도 가끔 있지만 창의적이고 유익한 유튜브 채널들도 많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독서라는 컨텐츠를 이용해서 기록도 하고 타인과 교류도 하면서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나를 드러내는 걸 꺼리는 내향적 인간이지만 유튜브는 이런 성향도 충분히 유튜버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했다. 이 책의 도움을 받아 유튜버 채널 개설부터 시작하여 기술적인 부분의 기초, 기본을 쌓을 수 있었다. 이 책의 타겟은 중장년층인만큼 나와 같은 생초보도 쉽게 잘 따라할 수 있게 구성되었다. 나도 중년층인가? 이 책에서 예를 들어 소개하는 유튜버 채널들도 중장년층이 인생 2막을 여는 컨텐츠라서 어느정도 유튜브의 기능을 알고 쓸 줄 아는 중급 이상의 유튜버들보다 완전 초보 유튜버들에게 적합하다. 나는 아직 채널명도, 주제도 없이 막연한 꿈만 가지 예비 유튜버이기에 연령 타겟과 상관없이 나와 잘 맞았다.

사실 주제를 정하는 것이야 유튜버 개인의 기호에 따른 것일테지만 어떤 주제를 정해야할지 도움을 주는 것이 1장이다. 1장은 말 그대로 유튜버 마인드셋을 하는 부분이다. 유튜브를 시작해본다는 그 자체 실행력이 중요하며 내 안에 있는 끼를 끄집어내서 낙천적 마인드로 실행해볼 것을 권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보고 싶다 마음은 먹으면서 실제로 유튜브를 하는 경우는 거의 손에 꼽을 정도이다. 마음을 먹게끔 만드는 게 1장의 큰 흐름이다.

2장은 입문편이다. 일반 채널과 브랜드 채널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채널 아트, 썸네일, 저작권법, 키워드 등 기본적인 유튜브 용어 등을 설명하고 있다. 댓글 차단을 하는 방법, 삭제, 사용자 숨기기 기능 등 악플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대처법도 얘기하고 있다. 확장자는 컴퓨터를 다루는데 익숙하지 않은 초보를 위해 설명한 부분이다.

3장이 진짜 실전편이다. 구글 계정을 만들고 채널을 개설해서 채널 대문 역할인 채널 아트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채널 기본 정보 세팅이나 로고 만들기도 첫 시작으로 중요한 일이다. 프로필 사진, 동엿낭 워터마크 세팅 등 여러 팁을 상세하고 소개하고 있다. 사실 자막을 넣고 편집하는 기술적인 작업이 제일 큰 일일 것이다. 이 과정을 이 책에서는 하나하나 예를 들어 캡처하여 흐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썸네일 만들기는 정말 중요하다. 이 과정을 키네마스터, 멸치, 미리캔버스, 캔바를 활용해 어떻게 제작하는지 소개한다. 저작권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픽사베이에서 영상, 사진 다운받기, 영상 편집 및 유튜브 영상 다운로드, 업로드 방법도 상세하게 알려준다. 깔끔한 레이아웃으로 채널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알릴 수 있는데, 이런 소소한 팁도 깨알같다. 성우 보이스 녹음은 목소리 노출을 꺼리는 내가 관심있는 부분이었는데 잘 알 수 있었다. 요즘은 쇼츠가 트렌드이기 때문에 쇼츠폼 활용하기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실시간 스트리밍은 나도 아직 뭔지 잘 몰랐는데 이 책으로 그게 뭔지 알 수 있었다.

이 책 저자의 강의를 수강한 유튜버들의 예도 나와 있어서 실제 적용사례도 엿볼 수 있다.

이제 유튜브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의 흐름이다. 어떻게 유튜브를 시작할건지 막막했는데 하나하나 자세히 짚어줘서 유튜브에 익숙지 않은 독자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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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박또박 따라 쓰고 뚝딱뚝딱 동시 쓰고 : 초급 1 또박또박 따라 쓰고 뚝딱뚝딱 동시 쓰고
한태희 그림, 백경민 기획 / 책모종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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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큰 아이는 비교적 빨리 한글을 습득했지만, 맞춤법에 익숙하지 않고 글씨 쓰는 걸 싫어한다. 글씨도 바른 획순을 가르치지 않고 큰 아이가 쓰기 편한 대로 쓰게 놔뒀더니 이응(ㅇ)도 시계 반대 방향으로 쓰지 않고 시계 방향으로 쓴다. 지루하게 연습시키니 아이는 점점 더 지루해하고 재미없어 했다. 그런 아이가 이 책을 받자 마자 동시를 읽더니 따라 쓰는 칸에 자기도 열심히 따라쓰기 시작했다.
이 책이 우리 집에 오고 나서 아이는 최근 잘 쓰지 않던 한글을 스스로 쓰며 재밌어 했는데, 왜 아이가 이 책을 스스로 꺼내와서 즐겁게 공부하는지 그 이유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동시 한 편의 길이가 짧다. 예비초등~ 저학년 학생들의 입장에서 너무 심오하거나 긴 시는 적절치 않고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는데 이 책의 동시들은 짧으면서도 한 권당 분량도 적절하다.

둘째, 동시이면서 동요인 것들이 많고 이미 아이들이 알고 있는 동시 혹은 동요가 많아서 따라 부르며, 흥얼거리며 쓰게 된다. <리자로 끝나는 말>, <개구리>, <나비야> 같은 곡도 있고, 요즘 음악책에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학창시절에 배웠던 게 떠오르는 <엄마야 누나야> 같은 고전 동시(동요)도 있다. 특히, <엄마 손은 약손>같은 경우는 음을 붙여 읊기도 했는데 아이가 아플 때 내가 자주 배를 쓸며 불러주었기에 더 즐거워했다. <두껍아 두껍아>, <장난감 기차>도 마찬가지다. 동요이면서 동시인 것의 경우 아이와 내가 같이 노래를 부르며 즐기며 썼다.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인 나도 같이 노래 부르며 즐거운 시간이고, 노래가 없는 경우 음을 적당히 갖다붙이며 둘이서 깔깔 즐거워했다.

셋째, 동시의 주제들이 친숙하다. 아이가 좋아하는 엄마, 아빠, 동생, 형, 누나 등 가족이 주제인 경우가 많아 아이가 쉽게 받아들이고 재미있어했다. 뿐만 아니라 웃음, 노래, 학교 등 아이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 주제여서 아이가 흥미있어 하는 것 같다.

넷째, 짧고 단순하면서도 재미있는 동시를 보면서 자기도 시를 짓고 싶은 마음이 들고, 그런 부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4장에는 여러 주제로 아이가 직접 시를 지어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다소 말이 안되는 시라도 아이 입장에서는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고 글을 지어보는 연습을 하게 한다. 아이만의 감성을 마음껏 글로 표현해볼 수 있게 구성된 점이 좋다.

다섯째, 적절한 그림, 여백, 그리고 필사의 공간이 넓은 점이다. 아이들 책이 너무 빡빡하면 금방 질려한다. 시의 길이가 짧더라도 아이가 글을 쓰는 공간이 넓게 확 트여 있기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글을 따라 쓸 수 있고, 남은 여백에는 아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거나 같은 주제로 자기만의 글을 써보는 등 다양하게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시에 맞는 그림도 적절하게 그려져 있어 아이가 그림도 보고 시도 보며 천천히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된다.

또박또박 따라쓰고 동시쓰는 이 시리즈는 원래는 하나의 책이었던 것으로 알고있는데, 초급편으로 1권에서 5권까지 분리되면서 더 많은 동시들이 수록되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딱딱한 국어책으로 이것저것 공부할 것도 많을 것 같다. 그때 아이에게 쉬어가는 타임으로 마음에 여백과 휴식을 주는 시를 엄마랑 같이 읽어보고 시를 지어보고 써 보기도 하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인 것 같다. 덕분에 나도 학창시절에 교과서에서 읽었던, 혹은 문제집에서 봤던 시들을 다시 만나게 되어 기뻤다. 정지용의 <호수>나 한용운의 <사랑>과 같은 시는 길이는 짧지만 깊이는 여느 시보다 깊고 강렬하다. 강소천, 방정환 등 익숙한 이름들이 많이 등장하기도 한다. 요즘 가뜩이나 아이에게 화만 많이 냈던 엄마였는데, 나와 아이가 같이 시 읽고 쓰고 짓고 노래 부르면서 서로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루에 하나씩 십분, 길면 오분씩이라도 함께 동시를 노래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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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나를 화나게 하지 않았다 - 분노, 짜증, 스트레스 다스리는 법
레너드 셰프.수전 에드미스턴 지음, 윤춘송 옮김 / 프롬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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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도 신랑도 둘다 그로기 상태다. 둘다 나름의 하는 일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점점 어린이의 형태를 해가는 일곱 살 첫째 때문이다. 말도 잘 안듣고, 대들기도 한다. 내가 화를 자주 내니 고스란히 그 모습을 따라해 둘째한테 보이기도 한다. 나부터 변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고, 가정생활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로 활기차게 살고 싶어 이 책 제목이 더 와닿았다. 책을 읽으면서 결국 명상이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하반기 목표 중의 하나가 명상하기인데, 이 책을 참 잘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를 냄으로써 누군가를 강제로 바로잡으려 하기 전에 다음에 벌어질 상대방의 행동들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보통 성격이 가장 드러나는 순간은 운전할 때라고들 한다. 갑자기 주차자리에 끼어들었다고 퍼큐를 날리며 욕하는 상대 운전자를 맞닥뜨리는 상황이 예로 제시되어 있다. 먼저 불교에서 얘기하는 '마음챙김(mindfulness)' 즉,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해서 이전에 형성된 믿음이나 해석에 방해받지 않고, 경험하고 있는 것을 직접적으로 관찰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개념적 사고가 떠오르기 전에 순수한 집중, 열린 마음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가령 내가 화가 나는 상황, 아이가 반복된 말에도 불구하고 집을 계속 어지르는 것, 떼 쓰는 것을 생각해보자. 나의 요구(필요나 기대)가 무엇인지 생각(인식)하는 것으로부터 화 다스리기는 시작된다.

또한, 내가 '화'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들도 화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짜증, 혐오, 못마땅함, 성급함, 집착, 호불호, 빈정거림 등도 일종의 화다. 티베트에서는 이를 "센파shenpa" 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통해 느끼는 감정 뒤에 숨어 있는 중독성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우리의 본래심(original mind)은 그 안에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그 자체로 부족함이 없고 충분하다. 모두 자신의 이 충분한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 마음을 닫으라는 의미가 아니다. 마음을 비우고 준비된 상태로 만들어라. 마음을 비우면 무엇이 다가오든 항상 준비할 수 있다. 모든 것에 대해 열려 있다. 초심자의 마음에는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숙련자의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 By 스즈키 순류 <선선초심Beginner’s Mind>

결국 지금 이 순간을 인식하고 직시하는 것. 모든 순간을 마치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껴안는 것이 삶의 근본이다.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명상인데, 어떤 계획을 세우거나 문제를 풀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오직 호흡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그것이 명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 한다. 이것을 일상에 적용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세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자존심을 다칠 때도 화가 난다. 하지만 타인의 의견은 본인의 고유한 가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비판에도 화를 내는 경우가 있다. 내가 유리멘탈이라 좀 그런 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화가 정당한 비판에 대해서도 듣는 것 자체를 거부하게 만들어 유용한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서 저자는 베푸는 자가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군가가 당신의 호의를 받아들이면서 당신을 받아들이는 것. 거절할 수 있지만, 반드시 받아야할 필욘 없지만 받아줘서 나눔이 된다는 것이다. 다른 존재와의 상호작용이 우주에 반향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내가 특별히 공감했던 부분은 "진정한 보물은 삶의 기쁨과 고난 속에서 '글쎄요'라는 마음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고 또 평정심"이라는 것이다. 내 삶이 행복해야만 하고 의미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벗어나야 한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런 내 인생조차 받아들일 때 화를 내려놓을 수 있다. 수많은 행복론을 보며 내가 했던 생각과 이 책의 내용이 일치하여 기뻤다.

이미 일어난 일은 어찌할 수 없다. 그렇다면 화를 내고 안내고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타인과 내가 우주 전체적 관점에서 상호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고 연민으로 바라보면 화낼 이유가 없다. 그 화는 결국 내게 돌아온다.

출근 길에 이 책을 읽으며 가는데, 갑자기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아저씨가 담배연기를 훅~ 하고 내뿜었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는데 내 손에 쥔 이 책이 떠오르며 다시 마음을 가라앉혔다. 두 번째 담배 연기 아저씨를 만났을 때는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담배 연기 아저씨를 만났을 때처럼 내가 내 아이들을 대할 때도 수시로 이 마음가짐이 떠올랐으면 좋겠다. 명상의 필요성을 다시금 느껴 좋은 시간이었고 좀 더 달라진 엄마의 모습을 딸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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