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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나를 화나게 하지 않았다 - 분노, 짜증, 스트레스 다스리는 법
레너드 셰프.수전 에드미스턴 지음, 윤춘송 옮김 / 프롬북스 / 2022년 8월
평점 :
최근 나도 신랑도 둘다 그로기 상태다. 둘다 나름의 하는 일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점점 어린이의 형태를 해가는 일곱 살 첫째 때문이다. 말도 잘 안듣고, 대들기도 한다. 내가 화를 자주 내니 고스란히 그 모습을 따라해 둘째한테 보이기도 한다. 나부터 변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고, 가정생활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로 활기차게 살고 싶어 이 책 제목이 더 와닿았다. 책을 읽으면서 결국 명상이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하반기 목표 중의 하나가 명상하기인데, 이 책을 참 잘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를 냄으로써 누군가를 강제로 바로잡으려 하기 전에 다음에 벌어질 상대방의 행동들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보통 성격이 가장 드러나는 순간은 운전할 때라고들 한다. 갑자기 주차자리에 끼어들었다고 퍼큐를 날리며 욕하는 상대 운전자를 맞닥뜨리는 상황이 예로 제시되어 있다. 먼저 불교에서 얘기하는 '마음챙김(mindfulness)' 즉,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해서 이전에 형성된 믿음이나 해석에 방해받지 않고, 경험하고 있는 것을 직접적으로 관찰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개념적 사고가 떠오르기 전에 순수한 집중, 열린 마음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가령 내가 화가 나는 상황, 아이가 반복된 말에도 불구하고 집을 계속 어지르는 것, 떼 쓰는 것을 생각해보자. 나의 요구(필요나 기대)가 무엇인지 생각(인식)하는 것으로부터 화 다스리기는 시작된다.
또한, 내가 '화'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들도 화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짜증, 혐오, 못마땅함, 성급함, 집착, 호불호, 빈정거림 등도 일종의 화다. 티베트에서는 이를 "센파shenpa" 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통해 느끼는 감정 뒤에 숨어 있는 중독성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우리의 본래심(original mind)은 그 안에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그 자체로 부족함이 없고 충분하다. 모두 자신의 이 충분한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 마음을 닫으라는 의미가 아니다. 마음을 비우고 준비된 상태로 만들어라. 마음을 비우면 무엇이 다가오든 항상 준비할 수 있다. 모든 것에 대해 열려 있다. 초심자의 마음에는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숙련자의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 By 스즈키 순류 <선선초심Beginner’s Mind>
결국 지금 이 순간을 인식하고 직시하는 것. 모든 순간을 마치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껴안는 것이 삶의 근본이다.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명상인데, 어떤 계획을 세우거나 문제를 풀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오직 호흡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그것이 명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 한다. 이것을 일상에 적용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세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자존심을 다칠 때도 화가 난다. 하지만 타인의 의견은 본인의 고유한 가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비판에도 화를 내는 경우가 있다. 내가 유리멘탈이라 좀 그런 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화가 정당한 비판에 대해서도 듣는 것 자체를 거부하게 만들어 유용한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서 저자는 베푸는 자가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군가가 당신의 호의를 받아들이면서 당신을 받아들이는 것. 거절할 수 있지만, 반드시 받아야할 필욘 없지만 받아줘서 나눔이 된다는 것이다. 다른 존재와의 상호작용이 우주에 반향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내가 특별히 공감했던 부분은 "진정한 보물은 삶의 기쁨과 고난 속에서 '글쎄요'라는 마음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고 또 평정심"이라는 것이다. 내 삶이 행복해야만 하고 의미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벗어나야 한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런 내 인생조차 받아들일 때 화를 내려놓을 수 있다. 수많은 행복론을 보며 내가 했던 생각과 이 책의 내용이 일치하여 기뻤다.
이미 일어난 일은 어찌할 수 없다. 그렇다면 화를 내고 안내고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타인과 내가 우주 전체적 관점에서 상호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고 연민으로 바라보면 화낼 이유가 없다. 그 화는 결국 내게 돌아온다.
출근 길에 이 책을 읽으며 가는데, 갑자기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아저씨가 담배연기를 훅~ 하고 내뿜었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는데 내 손에 쥔 이 책이 떠오르며 다시 마음을 가라앉혔다. 두 번째 담배 연기 아저씨를 만났을 때는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담배 연기 아저씨를 만났을 때처럼 내가 내 아이들을 대할 때도 수시로 이 마음가짐이 떠올랐으면 좋겠다. 명상의 필요성을 다시금 느껴 좋은 시간이었고 좀 더 달라진 엄마의 모습을 딸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