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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기획자와 보이지 않는 고릴라 - 소비자의 심리를 설계하는 어느 전략가의 인사이트 노트
이규철 지음 / 그래도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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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기획자와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광고 기획자가 쓴 책이다. 광고 기획자는 광고주를 설득하고 소비자를 이해시켜야 하는 자리이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헤아려 본다는 건 그만큼 생각하고 들여다봐야 가능한 일이다.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은 44가지 심리학,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작동 원리들을 잘 정리하여 누구나 생각의 물꼬를 잘 틀 수 있게 설명한다. 그리고 용어들을 어렵지 않게 저자의 일상과 경험을 접목시켜 읽으면서 누구나 ‘맞아 그랬던 적이 있어’라며 공감할 수 있다. 더불어 괴괴한, 풍윤한, 안온함, 요원하다 등등 다양하고 예상하지 못한 단어들이 담겨 있어서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광고 기획자가 쓴 책이라고 해서 광고나 마케팅 이야기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쳐던 것처럼 나도 유레카를 발견했다.

어머니는 고된 시간을 보냈지만 자식들에게는 그늘이 지지 않도록 온몸으로 버텨오셨을 테니 사진 속의 나는 그렇게 웃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빼앗긴 결정적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취향’이다.
‘도대체 어머니가 좋아하는 건 무엇인가?’(P.222~223)

저자가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 나에게도 꽂혔다. 나는 그동안 온전히 알지 못했던 엄마를 만났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처럼 나에겐 엄마가 그런 존재였다. 다른 세상을 보느라 항상 옆에 있던 엄마의 존재를 잊고 살았다.
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정작 나를 키워준 엄마의 취향은 모른다.
우리 집은 이틀에 한 번 된장찌개를 먹었었다. 그래서 난 엄마가 된장찌개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 서울에 오신 부모님과 식사하러 갔다. 고깃집에서 김치찌개를 시켰는데 식사를 끝마친 엄마가 고기도 맛있는데 김치찌개가 너무 맛있다며, 엄마는 김치찌개를 좋아한다고 말씀하셨다. 40년을 살면서 난 처음 알았다. 엄마가 김치찌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다면 시선을 잠시 옮겨보자.
더 많은 사람이 아니라 당신 옆에 있는 사람에게로. 엄마나 아빠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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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책쓰기 수업
강원국 지음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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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나는 책 쓰기에 관심이 1도 없다. 책은 작가나 유명한 사람들이 쓰는 거라 생각했다. ‘나처럼 평범한 주부가 감히 책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책은 둘째 치고 글이라고 써본 건 학창 시절 독후감과 일기가 전부인 나였다. 과연 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싶었다.

대단한 일을 하지도 않았는데 하루가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갔지, 라는 순간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의 뇌는 새로운 경험이 감소하고 하루에 일어나는 일이 비슷해지거나 중요도가 낮아지면 기억에서 생략되거나 희미하게 저장되어 시간이 빨리 간다라고 인지한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자각하던 요즘이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삶과 씀은 하나이다.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삶이 있듯, 자기만의 글이 있다. 모든 사람의 삶은 한 편의 작품이다.”(p.64)

《강원국의 책쓰기 수업》을 다 읽은 지금 여전히 책을 쓰는 건 나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나의 삶을 기록하는 일은 해보고 싶어졌다. 매번 똑같다고, 쓸 이야기가 없다고 접어두었던 일기장부터 꺼내야겠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내가 다를 것이니 같은 일을 해도 같을 수는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기록하다 보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나의 일상에서 작은 행복과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테고, 그러면 내 삶의 속도도 감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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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걷기
박산호 지음 / 오늘산책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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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산호 저자의 <<다르게 걷기>>는  조금은 우리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10인의 인터뷰 책이다. '기자, 특수청소 전문가, 스님, 지식 큐레이터, 웹소설 작가, 이집트 고고학자, 성교육 강사, 인권위 조사관, 도시연구가, 인권할동가' 생소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이들의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다. ‘어떻게 성공 했어요’ 가 아닌 ‘어떻게 스스로의 길을 찾게 되었나요’ 를 나누고 있다.  

주부로 지낸지 15년차이다. 
결혼과 육아를 하면서 경단녀가 되었다. 그러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내가 설자리가 없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제2의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내가 좋아하는게 뭘까?'
'하고 싶은게 뭘까?'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다 문득 주부로써 삶을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우리의 사회는 주부를 직업이라 생각 하지 않는다. 그냥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사도우미, 정리수납가, 육아 돌보미 등 그들이 하는 일을 주부인 나는 다하고 있다. 그럼 난 직업이 3~4개가 넘는 거 아닐까? (와~일당백인데...) 

‘사회가 정하고 용인하고 허락하는 틀 안에서만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지는것, 그 자유로운 상상이 누군가에겐 삶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 책의 역할은 충분하다. (p,7) 

삶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지가 차이를 만든다.
나부터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화려하고 거창한 일이 아니지만 나의 일을 아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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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가 되는 법 - 읽고 쓰는 사람으로 책 세계를 만끽하기 위하여 땅콩문고
김성신 지음 / 유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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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발견한 해답

김성신『서평가 되는 법』
읽고 쓰는 사람으로 책 세계를 만끽하기 위하여

책을 좋아하지만 책읽기는 그 만큼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다 몇 해 전부터 친한 언니가 자꾸 책을 읽어보라며 한 권씩 가져다주었다. 그러더니 책을 읽었으니 이제 글을 써보라고 권하기 시작했다.
“뭐라고요? 글을 써보라고요?”
학창시절 글짓기라면 온 몸으로 거부했던 나에게 글을 써 보라니 ‘도대체 왜 그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 강제(?)로 글을 쓰기를 시작했다. 한 권, 두 권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조금 잘 쓰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렸다. 어차피 써야 한다면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할 무렵『서평가 되는 법』이라는 책을 만났다. 작고 가벼운 책이라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왠지 이 책에는 서평은 잘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는 기대로 책을 펼쳤다. 하지만 그런 답을 원하는 나에겐 잘 못 고른 책이라고 생각했다.

김성신 저자의『서평가 되는 법』은 코미디언, 화가, 요리사, 탈북자, 주부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어떻게 서평가의 길로 접어 들었는지 그 이야기가 담겨있다.
재밌는 이야기와 더불어 어떤 마음 가짐으로 서평을 써야하는지, 앞으로의 서평가는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도 쓰여있다.

“누구나 서평가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되어서는 안 된다. 좋은 글은 좋은 '표현' 이기보다는 좋은 '생각' 이다. 좋은 서평 역시 현란한 수사로 쓰는 것이 아니다. 책에 대한 사람과 무엇보다 공공성에 대한 엄격한 자기 검증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서평의 본질은 바로 사랑과 공공성이다.” (P.18)

여기서 나는 나의 해답을 찾았다. 바로 좋은 생각이다.

예전에 언니가 책을 건네며 했던 질문이 있었다.
“자기는 운동하거나 집안 일 할 때 무슨 생각해?”
‘음…아무 생각 안하는데....무슨 생각을 해야하는 건가?’
그 때는 저 질문을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요즘은 운동을 하거나 집안일을 하면서 다양한 생각을 한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예전에는 어떤 꿈이 있었는지’, ‘내가 어떻게 하면 앞으로 더 발전할지’ 등등 이런 생각들을 한다. 이런 것들이 ‘좋은 생각’ 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책도 더 많이 읽어야 하고 글쓰기 스킬도 부족하다. 하지만 책을 사랑하고 좋은 생각을 함께 나누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으니 스스로에게 잘 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나 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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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도서관
나카지마 교코 지음, 안은미 옮김, 고영란 해설 / 정은문고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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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속으로

당신의 어린 시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언제인가요?
누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아빠와 함께 했던 시간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빠는 365일중 360일을 떨어져 지냈다. 그래서 우리가족이 다 함께한 기억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히 앉아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상상인지 기억인지 흐릿해져 진짜인지 아닌지 불분명 하지만 내가 떠올린 장면엔 모두 아빠가 함께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 장면이 남아 있다는 건 내가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와코 역시 그랬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전쟁 통에 부모와 헤어졌고, 그녀를 보살펴준 건 도서관이 사랑한 히구치 이치요를 좋아하던 오빠였다고 한다. 그와 함께 다녔던 우에노 도서관은 그녀에게 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남겼다. 그 뒤 오빠와 헤어지고 다시 부모님 품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녀가 홀로서기를 하고 찾은 곳은 결국 우에노였다. 그녀도 히구치 이치요를 좋아하던 오빠와 함께 한 시절이 그리워서 이지 않을까?

이 책은 도서관을 사랑한 기와코의 수수께끼 같은 인생을 프리랜서 작가인 화자가 퍼즐 맞추듯 찾아가는 여정과 일본 최초 근대도서관 설립 배경과 도서관이 사랑한 작가의 이야기 까지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두껍지만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여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가끔 핸드폰을 열어 아이들 어릴 때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회상에 젖곤 한다. 점점 커가면서 나와 멀어지는 아이들이 서운해 자꾸만 어릴 적 모습이 그리워진다. 시간이 흐르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나의 기억도 빛바랜 사진이 되어 점점 희미해져 간다. 오늘은 오랜만에 아빠와 함께 찍은 사진을 찾아 봐야겠다.


P114
"여기에 열람실이 있었는데. 어머, 이렇게 깨끗해지다니 왠지 느낌이 달라. 신문 따위를 읽었던 것 같은데, 진짜 예뻐졌네."
기와코 씨는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혹시 그리운 추억이 망가져서 못마땅한가 싶어 걱정하며 먼저 밖으로 나간 그녀를 쫓아가니 커다란 문 앞에 멈춰 서서 문에 붙은 동판을 연신 어루만지고 있었다
"이건 변함없네."

P136
"있잖아, 넌 어릴 적 일을 얼마큼 기억해?
"얼마큼이요?"
"학교에 들어가기 전 일이 기억나?"
"기억나는 일이 있긴 한데 선명하진 않아요. 부모나 형제에게 듣고 나중에 덧대어진 기억도 있을 테고요."
"그렇지. 난 도쿄에서 지낸 뒤 쭉 미야자키에서 살았고, 그 오빠들과는 연락이 끊겼거든. 그래서 그 시절 일을 떠올리면 기분이 되게 이상해."
"이상?"
"진짜인지 가짜인지 잘 모르겠달까."

P319
이 글이 회상인지 소설인지는 불분명하다. 그 모든 것이 그녀가 만들어낸 창작일 가능성도 부정 못 한다. 기와코 씨가 쓴 글을 사토 씨에게 곧장 보여주지 않은 이유는 그 점에 확신이 없어서였다. 물론 이제 와서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누구도 모를뿐더러 중요하지도 않다. 하지만 가족이 읽는다면 꽤 높은 확률로 전부 사실이라 믿어버리지 않을까. 두 여인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사토 씨는 또 몰라도 유코 씨 얼굴을 떠올리니 어머니가 이런 글을 남겼다며 화를 낼 것 같았다.

P332
나는 새삼스레 기와코 씨를 막 알게 됐을 무렵을 떠 올렸다. 기와코 씨는 우에노 공원 벤치에 나를 앉히고 "자, 눈을 감아 봐"라며 말했더랬다. 우에노 공원에 자리한 미술관이니 음악당이니 하는 건물이 전부 없다고 상상해봐, 모든 것을 지운 그 자리에 간에이지가 나타날 거야, 라고 알려줬다. 어쩌면 그때 그녀의 감긴 눈 속에는 미술관이나 음악당이 들어서지 않았던 시절, 간에이지 묘지였던 땅에 세워진 판자촌 풍경이 펼쳐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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