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고아가 아니었을 때 다시 작가들 8
조재선 지음 / 다시문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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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이 책을 열면 고래가 나타나 나를 등에 태우고 바다 깊은 속에 숨겨둔 어린 시절로 시간 여행을 보내줄 것 같은 기분에 들어 마음이 설렜습니다. 고래를 타고 여행을 떠납니다. 제가 도착한 곳은 나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 거제도. 그리고 1993년도 여름. 뉴스에서 태풍 소식이 나오면 아빠와 엄마는 창문 샷시에 청테이프를 붙이고, 동생은 촛불을 찾아두고, 나는 욕조나 양동이에 물을 가득 받아 두었습니다. 창문에 부딪히는 비바람 소리가 무서웠지만 정전마저 즐거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촛불 하나지만 온 가족이 함께여서 외롭지 않았던 그 시절로 잠시 되돌아가게 해주었습니다. 아무 걱정이 없던 시절이었죠.
누구나 이 책을 펼치는 순간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시작 될 것입니다. 지금의 20,30대는 조금 갸우뚱할 수 있겠지만 40대 이상 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회상 할 수 있는 시간일 것입니다. 작가의 기억을 따라 가다 보면 어른이 되면서 조금씩 잊고 살았던 어린 시절 기억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합니다. 평범해서, 잊고 싶어서,  삶이 바빠서 여러가지 이유로 잊고 지냈던 과거로 시간을 여행 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그리웠는지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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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sun90 2024-11-29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는 정전을 불편해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정전이 되면 동네 아이들이 모두 골목에 나와 별을 구경하고 숨바꼭질을 했습니다. 어른들도 정전이 되면 대문 앞에 나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거제도 출신이세요? 책에도 썼지만 거제도에 대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어요. 그 캠프를 가기 전에 5월에 거제로 답사를 갔었어요. 지세포 성당 어른들과 몽돌 해수욕장 앞에서 저녁을 먹고 술을 마셨는데, 어른들이 거제도 사투리를 군대에서 쓰다가 혼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때는 대학생 때라 어른들이 베푸는 친절이 굉장히 불편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보는 사람을 환대해 주신 것이었어요. 제가 오십 대가 되어보니 젊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더라구요.

따뜻한 서평을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가까운 사람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써 내려 갔습니다. 제가 썼다기보다는 우리가 함께 살았던 이야기를 받아 적어 쓴 것에 불과합니다. 공연히 읽는 분들의 귀한 시간을 빼앗는 글이 아니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언젠가 제주에서 작은 독립 책방에 갔다가 어떤 시인의 글을 읽었습니다. 어떤 천상의 장인이 있어서 그(녁)가 하늘에 못을 박아 별을 만들고 그 별을 실로 잇는 그런 이야기가 담긴 시였어요. 저에게는 그것이 하나의 시론이 되었습니다. 사람과 사람, 기억과 기억 그리고 사연과 사연을 서로 이어보자. 그래서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 왔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여기서 잇기 시작한 실이 닿는 또 하나의 별이 되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