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 지음 / 황금나침반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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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는 예전에 써놓은 내 일기장을 보는 듯한 느낌에, 흘러내리는 눈물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순간순간 책읽기를 멈춰야만 했다. 그가 느껴온 감정을, 그가 받은 상처를 어찌 그만의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딱지가 얇게 앉기 시작한 상처를 조심스레 살짝 벗기기 시작하자 눈물이 흐르고 그것은 곧 상처를 아물게 하는 치유의 그것이 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이며 독자들을 끌어안는 작가 공지영. 예술가에 대해 그가 내린 정의를 읽으며 그는 자신의 역할을 지금 충실히 해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예술가라는 존재들은 낚싯대의 찌처럼 춤을 추는 존재들입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어두운 물 속에서 물고기가 1밀리미터쯤 미끼를 잡아당기면, 혼자서 그 열 배 스무 배로 춤을 추어서 겨우 물고기가 1밀리미터쯤 잡아당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 그 우스꽝스러운, 대개는 그 빛깔이 화려한 그 찌 같은 존재들. 그래서 우리가 알고도 피하고 모르고도 피하고 무서워서도 피하는, 생의 가지가지 모든 고통들이 실은 인생의 주요 질료라는 것을 알려주는 그런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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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창비시선 156
함민복 지음 / 창비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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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여는 순간 맞이하는 첫번째 시, 가슴을 치고 어느새 내 눈가엔 눈물이 고인다.
누군가로부터 함민복 시인의 극찬을 들은 후 이 시인의 몇 권의 책들을 구입했다.
'착한 반찬'에 '악의 양념'을 치는 것이 '철이 드는 것'이 되는 사회에서 시인은 우울증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던 시인 차창룡 씨의 글을 보면서 시인의 무상함과 고독, 그러나 사랑의 힘을 만난다. 그리곤 현실에 몰려 있던 ''내''가 다시금 힘을 얻고 사랑을 느낀다.
신에게 부여받은 시인이라는 그의 역할을 새삼 다시 떠올리며 조용히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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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병의 귀로 매달린 돌처럼
도둑의 침입을 경보하기 위한 장치인가
내 것과 내 것 아님의 경계를 나눈 자가
행인들에게 시위하는 완곡한 깃발인가
집의 안과 밖이 꽃의 향기를 흠향하려
건배하는 순간인가

눈물이 메말라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하는 날
꽃철책이 시들고
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

- <꽃> 전문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 <선천성 그리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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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슨 래퍼 이야기
앨리슨 래퍼 지음, 노혜숙 옮김 / 황금나침반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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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현실이 무겁게 느껴질 때면 나는 서점에 들리곤 한다. 서른의 중반을 넘어서는 이 시기는 누구에게나 분명 무거운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우연히 발견한 책에서 발견한 한마디, "현실이 힘들다면 나를 보라!" 미안했다. 부끄러웠다. 팔다리 없는 그녀가 아이를 품고 있는 모습은 투정에 불과했던 나의 힘겨움을 한껏 비웃는 듯했다.
책을 다 읽은 후 나는 책장에 꽂지 않고 세워두웠다. 수십번의 결심보다 이 사진 한 장으로 앞으로 나는 힘을 얻을 것 같다. 
지금 컴퓨터의 자판을 두드리는 나의 손가락을 들여다본다. 이제야 깨닫는다. 이 못생긴 열 개의 손가락은 내가 이 세상을 버텨나갈 수 있는 조그마한 힘이었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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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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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은 책. 특히 중간중간에 있는 괄호 속의 저자의 속마음은 읽으면서 계속 낄낄거리게 만든다. 다만 이 속에 나오는 축구 선수들에 대해 내가 좀더 상식이 많았더라면 더 재미있게 읽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알베르 카뮈가 골키퍼 출신이었고 가난해서 신발 밑창이 닳을까 봐 골키퍼를 맡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 축구황제 펠레의 예상은 늘 빛나가 그의 예견은 '펠레의 저주'로 불리웠다는 사실, 진화 생물학자 로빈 베이커와 마크 벨리스의 정자 전쟁 등도 무척 흥미롭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일부일처제라는 단어보다도 일처다부제라는 말이 훨씬 친숙하게 느껴진다. 저자가 마치 끊임없이 일처다부제를 주입시킨 것처럼. 어린 시절 리버럴리스트를 가장한 몇몇 친구들이 말하곤 했다. "어떻게 한 사람과 50년 60년을 살지?" "살아보고 결혼해야 하는데...."  하지만 그들은 지금 모두 일부일처제의 제도 속으로 일제히 편입되어 그 울타리의 안전망을 열심히 지키고 있다. 그 안전망이 행복으로 연결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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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코드 1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이창식 번역 감수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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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설이 있을 수 있다니... 이 책을 단지 소설로만 분류한다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동안 너무나도 몰랐던(거의 무지에 가깝다) 사실들이 하나의 픽션속에 담겨 있다. 오푸스데이, 성배, 시온수도회... 이 모든 단어들을 새롭게 정의내릴 수 있었다.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아니 댄 브라운에 대해 깊은 경의를 표할 정도다. 어떻게 이 많은 내용과 지식을 한편의 소설 속에 담을 수 있을까. 소설을 킬링타임으로만 여기는 사람들에게 한방 가볍게 날린다. 물론 전체적인 구성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럭버스터에 가까운 스토리구조이다. 누명을 뒤집어쓴 미모의 암호해독가와 중년의 미국 대학교수. 듣기만 해도 머릿속으로 한 편의 영화가 그려진다. 하지만 한줄한줄에 담긴 내용은 그 이상의 지식을 안겨준다. 곧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쉽다. 분명 그 영화는 실망을 안겨주리라. 그리고 7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두 권 합쳐서) 2시간만에 소화하려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그것은 분명 그간에 우리가 수없이 보아온 싸구려 할리우드 영화 한 편을 본 것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라고.
나는 이 책을 읽고 기독교에 대해 새로운 지적 호기심을 느낀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서적을 또 한아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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