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씨앗 - 제인 구달의 꽃과 나무, 지구 식물 이야기
제인 구달 외 지음, 홍승효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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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연과 관련해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책도 그런 것 같다. 2014년 연말 즈음해서 최재천 교수님의 책을 읽은 뒤 자연과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자연스레 관련 분야의 신간들을 접했다. 제인 구달의 새로운 책 ‘희망의 씨앗’도 그중 한 권이다. 제인 구달이라 하면 침팬지 학자로 유명한데 이번 신간은 동물이 아닌 식물에 관한 이야기라 해서 책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을 동시에 느꼈다.

 

 

서점에서 미리 보아 알고는 있었지만 책을 받아 손에 쥐자 그 두툼함에 놀랐다. 후주를 제외하고도 약 500쪽에 달해서 끝까지 집중해서 읽을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다. 책은 총 4부로 되어 있다. 1부는 어릴 적부터 자연과 하나 되어 자란 제인 구달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고, 잎, 뿌리, 씨앗과 열매가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하고 그들이 자신의 의도를 어떤 방식으로 달성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식물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2부와 3부에서는 식물이 세계 역사에 깊이 관여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식물에 열정적인 관심을 가졌고 ‘식물사냥꾼’들에 의해 씨앗들이 어렵게 대륙을 이동했다는 부분을 읽을 땐 우리나라에 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이 생각났다. 그리고 신성한 역할을 담당했던 식물이 인간에 의해 원래의 용도와 다르게 사용되어 많은 이들에게 피해준 것을 보고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었다.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 산업에 관한 부분을 읽을 땐 나보다 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4부는 대기업의 영리나 법인화된 국가의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훼손된 자연을 되살리고 지켜나가는 방법을 짚어본다.

우주선을 띄워 달과 화성을 탐사하고, 100년 전에 침몰한 타이타닉 호를 탐사하는 시대인데 유독 땅 속 세계에는 관심이 덜했던 것 같다. 식물들의 방어전략, 의사소통, 장엄하고 공경할만한 생명력, 특히 미송 숲 속의 모든 나무들이 땅 밑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고 크고 오래 된 나무들이 ‘어머니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웠다. 자연에 대한, 특히 식물에 관한 연구가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도 연구해야 할 게 무궁무진함을 느꼈다. 그런데 인간보다 더 오랜 시간 끊임없이 진화해온 식물이 인간의 이기심으로 대부분 훼손되고 파괴되었다니 내 마음까지 피폐해진 느낌이었다.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다. 유기농 식품을 먹는 게 좋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사막이 늘어나고 빙하가 녹는 걸 알고 있었다. 사계절이 있어 아름답다던 우리나라는 지구온난화로 이미 봄과 가을이 너무나 짧아졌다. GMO 농산물을 알고 있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편리함에 익숙해진 행동을 변화시킬 만한 동기를 못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인간과 식물의 상호 의존적인 모습을 보고 나니 나 스스로 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후손들에게 지구의 자연을 온전히 물려줄 수 있을까? 그 방법은 간단하다. 종자 보호와 환경과 식물보호에 열정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관심을 갖는데서만 그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도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직접 실천하면 좋을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GMO 작물의 폐해와 위험성을 알았으니 우리집 식탁에 GMO 농산물을 올리지 않는 것부터 실천하려 한다. 이 책이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책으로도 나오면 좋겠다. 책의 내용이 유익한 만큼 생태계를 지켜야 되겠다는 강한 동기를 심어줄 것 같다.

평소에 도로 경계석 틈에서 자라는 잡초를 보며 단순히 독하다고만 생각했지 싹을 틔우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 생명력에 감탄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식물에게 그와 그녀라고 불러주는 제인 구달의 모습은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 작은 씨앗이 자연을 되살리는 희망이듯 그녀의 모습 또한 나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249 - "우리는 우리 식물을 상실한 자격이 없어요. 식물의 상실에 동의하는 것은 죽음에 동의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잃어버린 종을 다시 심고 숲을 보존한다면 우리 식물은 존속될 것이고 우리도 그럴 거예요."

392 - 간디는 "자연은 인간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지만, 인간의 탐욕을 채워 주지는 않는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425 - 더 나은 생활 방식을 위한 기업의 탐욕 및 공공 수요가 환경의 건강 그리고 사람들의 건강과 우열을 겨룰 때, 이익을 내는 쪽이 이긴다는 것이 진실이다. 우리는 향후 수년간 마을 주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근거해 결정을 내리던 토착민들의 슬기를 완전히 잃어버린 것일까? 얼마나 더 많은 슈퍼마켓과 호화스러운 아파트 건물이 필요한가?

이것은 탐욕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충격적인 무지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환경 파괴적인 행위의 결과에 대해 단지 이해하지 못하고 혹은 이해할 하지도 않는다. 또 다른 사람들은 너무 잘 알고 있지만, 무력감과 절망감에 어찌할 줄 모른다.

448 - 확실히 자연은 회복력이 있다. 우리의 희망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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