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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물끼리
여기 지음 / 월천상회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은
콧물끼리
입니다.
필명이 재미있는 작가 여기가 쓰고 그린 책인데요.
글자에 물짜만 노란색으로 되어 있고
코끼리 코가 노란 게
콧물을 많이 흘리는 코끼리 이야기 인가 싶지요?
면지를 보니 무언가 쭉쭉 흘러내립니다.
콧물 같다고 아이도 대번 맞추더라고요.
그림책 시작 부분을 보니 책 표지와 연결되면서 바로 이해가 되네요.
코가 없는 코끼리...코가 없으니 눈이 어딘지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긴 하네요.
코가 없는 코끼리는 주위 친구들에게 비웃음을 삽니다.
놀림도 당합니다.
그래서 매우 속이 상해요.
엉엉 우는 주인공 코끼리
그렇게 한참을 울자 눈물콧물 범벅이 되었어요.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떨어지는 거 있죠.
풀어봐도, 당겨봐도
나무에 매달로 해봐도
안돼요.
날파리들이 귀찮게 합니다.
에잇 뭐야 함서 머리를 흔들었어요.
어랏!!
콧물이 척척 날파리들을 없애주네요.
신세계를 발견하게 됐죠.
이후 콧물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연습을 한 주인공은
콧물을 가지고 재주를 부리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콧물을 가지고 다른 동물들과 함게 즐겁게 놉니다.
콧물 풍선을 가지고 하늘을 날아 오르는 주인공.
이제 콧물은 주인공에게 없어선 안 될 소중한 일부가 되었네요.
코끼리가 아니라 콧물이 있는 콧물끼리라고
자기 자신을 명명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책을 보는 아들에게
콧물끼리의 이름을 물어보았어요.
이미 이 책을 여러번 본 뒤였거든요.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코찔찔이...ㅡㅜ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콧물끼리'라는 발상이 무척 참신했습니다.
콧물을 코로 만들어낸 다는 발상이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여러번 읽으면서 마음 한 쪽이 불편했습니다.
서로 다른 모습을 인정해 주는 걸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콧물로 코를 대신한다면 결국 같아지려 노력해야만 된다는 이야기 아닌가 싶어서요.
코가 없는 코끼리...자신의 정체성에서 가장 중요한 코를 상실한 것
매우 인상적이었고 그것을 대신할 만한 걸 스스로 찾아냈다는 것이
긍정적인 부분임에 반해
코를 대신하는 콧물이 아닌 다른 걸로 스스로 자립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우린 모두 다 다르게 생겼잖아요. 다른 모습 그대로 인정해 주고 자립할 수 있는 것이
더 긍정적인 메세지를 던져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구룬파 유치원에 보면 구룬파도 친구들에게 외면 받아 숲에서 내쫓김을 당하고
자기는 최선을 다해 일하지만 접시 공장, 과자 공장, 신발 공장 등에서 다 쫓겨나잖아요.
구룬파의 있는 모습 그대로의 최선을 아무도 알아 주지 않죠.
마지막에 아이들만이 구룬파의 원래 모습을 인정해 주고 알아주면서 끝나는 이 이야기가
이 책을 보며 많이 떠올랐습니다.
코끼리의 '코'를 없애고 '콧물'로 대치한 발상은 신선하지만
조금은 아쉬운 책.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눌 부분이 많은 책.
이번 주 그림책으로 추천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