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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성교육 사전 세트 : 여자아이 몸 + 마음 - 전2권 - 초등 여자아이가 꼭 알아야 할 53가지 성교육 이야기 ㅣ 아홉 살 성교육 사전
손경이 지음, 원정민 그림 / 다산에듀 / 2020년 5월
평점 :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9살. 10대가 되기 전 마지막 한 자릿 수의 나이. 이 시기의 아이를 키우는 내게 <아홉살 성교육 사전>은 ‘안 읽을 수 없을걸?’이라고 말하는 듯한 다분히 상업적인 제목의 책이다. 아홉 살 마음 사전, 아홉 살 성교육 사전, 아홉 살 00...시리즈가 있는 거 보면 아홉 살이 뭔가 중요한 기점인 거 같은데 우리집 9세를 보면 음... 잘 모르겠다. 일단 우리집에 있는 9세는 한쪽으로 밀어놓고 책에 나오는 9살 아이 마음과 몸을 들여다 보았다.
<아홉살 성교육 사전> 여자아이 마음 편에는 1장 자긷다움, 2장 성역할, 3장 자기결정권, 4장 우정과 사랑으로 나뉘어져 있다. 아이가 현실에서 겪을 만한 에피소드를 짧게 제시하고 그에 대해 성교육 사전 선생님이 설명해주는 식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중가중간 객관식 혹은 O, X퀴즈로 책 내용을 점검하는 형식으로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장황하지 않고 짧고 간결한 설명 덕분에 아이들이 이해하기도 쉽다. 특히 3장 ‘장난과 폭력’ 부분과 ‘경계교육’ 부분이 좋았다. 성고정관념이나 성역할에 대한 이야기는 학교에서도 교육하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자기 결정권이나 경계에 대한 근본적인 이야기까지는 학교와 같은 공교육 기관에서 하지 않는 것 같다. 자존감과 연결되는 자기결정권과 경계는 가족 관계에서 가장 침해받기 쉽고 존중받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경험을 한 아이들은 성폭력 및 폭력 상황에서 ‘안돼요, 싫어요’ 배웠다 하더라도 말하지 못한다. 반면, 자기 결정권을 행사해 본 아이, 자신의 경계가 존중 받아 본 아이는 자신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경계를 침범하는 상황을 민감하게 의식할 수 있다. 그래서 성교육에 있어서 핵심은 자기결정권과 경계라고 생각한따.
평소 우리 가정 내에서 이 부분을 잘 지키지 않는 남편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오죽하면 아이도 “아빠는 왜 엄마가 싫어하는 데 자꾸 엄마 위에 올라가고 그래.”라고 말하겠는가. 다른 사람이 싫어하는 거 하면 안된다면서 아빠는 왜 그러냐는 아이 항변에도 남편은 자신의 행동에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 가족이니까, 부부니까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애인사이에도 동의를 구하지 않으면 성폭력이라고 짚어주었는데 가족 사이에도 그렇다는 것을 짚어주면 좋겠다. 아직 9살인 아이들은 애인봐는 가족이 더 경험에 가까울 것 같다.
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친구와 비교하지 말고 내가 잘하는 것을 찾아보라고 되어 있는데,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면 되는 거지 무언가 장점을 억지로 찾아야만 할까? 예시로 뜬 것들도 심부름, 책읽기 이런 것들이다. 모두 어른 관점에서 잘했으면 하는 게 예들로 제시되어 있다. 친구들과 비교하지 말기에서 비교라는 것 자체가 주는 공허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절대값에서 자신을 인정해주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홉살 성교육 사전> 여자아이 몸 편은 마음편과 같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몸, 신체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우리 몸의 구성이라든지 생리, 사춘기, 임신에 대한 것들이 잘 나와 있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신체에 관해 정확한 용어로 설명해주어서 좋다.
다만, 앞부분에 이뻐지고 싶다는 아이 고민에 대해 있는 그대로이 내 모습을 아껴주라고 했는데 현실적인 아이들 고민에 대해 이상적인 답을 구체적 사례없이 하는 느낌이다. 이렇게 설명해도 아이들은 그래도 이뻐지고 싶다고 생각할 것 같다. 미의 기준이 상대적이라는 걸 보여주는 예시가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선사시대에는 엉덩이가 큰 여성이 미인이었고 어느 원주민 집단은 티비가 없을 때는 다이어트를 안 했는데 티비가 도입되고 나서부터 너도나도 다이어트를 했다는 것과 같은 예들 말이다. 사회에서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아름다움은 우리 자신이 스스로 원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렇기 바라는 타자화된 욕망일 뿐이라는, 시대문화적 욕구가 반영된 상대적인 미일 뿐이라는 걸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설명해주었으면 한다.
남자니까, 여자니까와 같은 말을 우리집에서는 하지 않아도 학교에서 혹은 또래집단에게, 미디어를 통해서 아이들은 교육받는다. 잠재적으로 흡수된 이 교육은 뚜렷이 보이지 않아 바꾸기 어렵다. <아홉살 성교육 사전>과 같은 책을 자주 접해서 계속해서 자각하고 인지하는 게 방법이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