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 골라골라 풀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44
최영희 지음, 조경규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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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인간만 골라 뭘 할까? 그것도 풀이?

흔히들 SF는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다고들 한다. 그래서 동화보다는 청소년이나 성인독자를 대상으로 다루어지게 마련인데 이 책 만큼은 예외로 해야 할 것 같다.

이제는 뻔한 소재가 되어버린 지구를 지키는 이야기에는 수학 공식처럼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패턴과 주인공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우선 지구를 위험에 빠트리는 악당과 이에 맞서는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으로 이어지는 영웅 캐릭터는 뭔가 비범함을 갖고 있게 마련이다. 예외적으로 평범한 인물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알고 보면 능력자거나 특별함을 감춘 위장술에 불과하다. 그리고 어김없이 첨단 무기를 공급해주는 박사가 등장해 감초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책 ‘인간만 골라골라 풀’은 설정을 살짝 비틀어서 그 같은 공식을 어린이 눈높이로 풍자했다. 대표적인 것이 최영희 작가는 지구를 지키는 ‘맨’의 계보에 턱 하니, 사람이 아닌 미친 염소 ‘염맨’을 끼워 넣었다. 게다가 사건 해결의 실마리와 첨단 무기를 제공하는 박사라는 존재를 추적해 보면 문방구 할머니다. 주인공 풍이가 선택된 이유도 사나흘에 한 번꼴로 문방구를 드나들며 쿠폰에 야무지게 도장을 받아가기 때문이다. 포켓몬스터 카드 중 ‘라이츄 브레이크’ 카드를 뽑는 게 인생의 목표인 평범한 꼬맹이. 열 살밖에 안 된 이 꼬맹이가 지구를 지키는 임무를 떠안게 된 것은 따지고 보면 순전히 문방구 할머니랑 엮였기 때문이다.

빛과 물이 넉넉한 행성을 찾아 우주를 떠돌아다니다가 적당한 행성을 발견하면 터를 잡고 농사를 짓는다는 외계인 아그리꼴라도 우리가 흔히 접해왔던 외계인 악당과는 사뭇 다른 점이 많다. 이들의 생김새나 지구에 온 목적을 보면 먼 옛날 우주로부터 날아와 지구에 생명체를 퍼트렸다는 외계 생명체 유입설을 떠올리게 한다. 한 행성의 생명은 이미 생명체가 존재하는 또 다른 행성으로부터 전파된 것이라는 것이 가설의 핵심인데 아그리꼴라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지구에서 신나게 농사짓고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단순한 목적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그래서 그들은 인간만 골라서 습격하는 풀을 퍼트리기로 한다. 이들의 계획을 돕던 연구원이 바로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 문방구 할머니라는 설정도 기발하다. 젊은 날 식물학 박사였던 문방구 할머니는 외계 생명체 아그리꼴라들에게 고용된 연구원이었다. 다이아몬드를 대가로 받는 대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외계인의 요구대로 일한 결과는 식인식물의 탄생이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익숙한 광경을 떠올리게 된다. 자본과 권력이 결탁해 순전히 이익추구만을 위해 해로운 물질을 생산하고 판매한 결과 부메랑처럼 많은 사람이 위험에 빠지게 되는 상황 말이다. 식인식물이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슬며시 뿌리를 내리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면서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는 과정은 환경파괴로 인해 지구생명체가 위협받는 상황과 아주 흡사하다. 외계인들 측면에서 보면 고작 탄소화합물에 불과한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무모함을 이토록 통렬하게 꼬집을 수 있을까 싶다. 다행히 문방구 할머니인 김도경 박사가 뒤늦게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인간을 구하고자 비장의 무기를 풍이에게 남긴다. 이 어마 무시한 임무가 담긴 메시지와 무기가 등장하는 부분에서 작가는 허를 찌르는 유머와 위트로 독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세상이 홀딱 망할 징조가 나타나거든 목에 걸고 싸우라고 준 것이 바로 유치원생 여자아이들이나 걸고 다닐 법한 분홍색 왕 구슬 목걸이니 말이다. 정작 주인공 풍이가 가장 무서워하고 믿음직스러워하는 무기는 엄마의 뒤집개다. 뒤집개를 든 채 결연한 표정으로 책표지에 등장한 주인공 모습과 내용상 위기 상황을 뒤집는 주인공 역할을 보면 이 설정 또한 복선이 아닐까 싶다. 자신에게 주어진 느닷없는 임무에 주인공 풍이는 아이답게 지구를 지키는 것은 당연히 어른들의 몫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우리도 알다시피 어른들이란, 실은 일을 저지르기만 했지 해결은커녕 확대 재생산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예외 없이 상황은 악화되고, 검은 풀 소행으로 보이는 실종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더니 급기야 풍이 엄마마저 실종되고 만다. 주인공 풍이는 ‘지구를 지키는 것은 침략자의 비밀을 알아차린 사람의 몫’이라고 한 문방구 할머니 말을 뒤늦게 떠올린다. 마침내 유치해 보이는 분홍색 목걸이가 동물들과 말할 수 있는 장치라는 것도 알아낸다.

정부는 검은 풀의 습격에 갖은 방법을 써보고 가축을 희생양으로 삼고자 하는 것도 통하지 않게 되자 초강력 농약과 폭탄투하라는 극단적인 대응책을 발표한다. 그러한 위기를 앞둔 시점에서 풍이는 말이 통하게 된 미친 염소 염맨의 도움으로 국면 전환을 이룬다. 사실상 인간 최악의 위기를 다룬 이 책은 인간의 위기를 지구의 위기로 전제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엄밀하게 보면 위기를 초래한 것은 인간이다. 심지어 ‘인간만 골라골라 풀’은 먼저 공격하지도 않는다. 어찌 보면 인간이 무심코 저지른 잘못에 무서운 재앙으로 다가오는 환경의 역습을 상징하는 것 같다. 녹조로 가득 찬 4대강 등 현실에서 우리는 이미 비슷한 현상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인간에게 재앙으로 닥친 검은 풀을 없애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미친 염소 ‘염맨’이라는 사실 또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염맨은 가축 흑염소다. 미친 염소라는 별칭처럼 인간에게 길들지 않고 툭하면 우리를 뛰쳐나와 아이들을 공격한다. 그러다 동물과 말이 통하게 된 풍이의 도움으로 죽을뻔한 위기를 넘기자 위험에 빠진 풍이를 구하게 된 것을 계기로 검은 풀을 없애는 데 앞장선다. 여기에서 작가는 단지 말이 통하는 것과 소통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풍이는 평소 두룽마을 어린이로 살아가는데 고달 품을 안겨준다고 여겼던 염맨과 도아리 누나와 소통하게 되면서 검은 풀의 비밀을 알게 되고 약점도 찾아낸다. ‘인간만 골라골라 풀’의 천적이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일 수 있다는 것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풍이는 외계인들이 밝힌 식인식물을 만들게 된 두 가지 사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일깨워 줌으로써 그들 스스로 오류를 인정하고 지구를 떠나게 한다. 하지만 그들이 전제한 ‘인간은 지구 상에서 가장 사악한 포식자라는 것과 지구의 다른 동물들은 인간을 경멸하고 두려워한다’는 관계설정이 오류가 되기 위해서는 사실상 인간들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봉준호 감독의 ‘옥자’라는 영화를 보면 소위 문명인이라고 자부하는 인간이 생명체를 어떻게 인식하고 다루어 왔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과거 인디언들은 사냥할 때 희생당한 동물들을 상대로 형제라는 호칭을 써서 애도하고 고기와 가죽을 내어준 것에 감사함을 표시하며 절대로 필요 이상의 생명을 거두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아그리꼴라들은 오히려 인간도 결국은 자연 일부에 불과할 뿐이며 우리의 생존이 결코 다른 생명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 준 셈이다. 아그리꼴라들이 지극히 평범한 어린아이 풍이에게 설득된다는 설정은 작가가 그들이 전제한 사실을 오류로 만들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생각한다.

최영희 작가는 포켓몬 카드 같은 그야말로 사소한 것에 목숨 거는 평범한 아이와 뭔가 비밀스러웠지만 따뜻한 감수성을 지닌 사춘기 소녀, 문방구 할머니, 미친 염소, 구슬 목걸이 등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을법한 인물들과 물건에 캐릭터를 부여함으로써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춘 채 지구를 지키는 것은 어른도, 영웅도 아닌 바로 너희들 손에 달려 있다고 설득력 있게 말한다. 그리고 우리 어른들에게는 ‘인류의 위기가 정말 지구의 위기일까?’ 라며 되묻는 것 같다. 기발하고 황당한 설정에 깔깔거리고 읽다 보면 눈 깜박할 사이 시간이 지나는데 서늘한 여운이 꽤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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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아파트의 아이들 리틀씨앤톡 고학년 동화 1
정명섭 지음, 이예숙 그림 / 리틀씨앤톡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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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벌어진 악몽 같은 상황은 우리 생활에서 전기가 사라졌을 때 겪게 될 불편함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냉장고 음식은 썩어나가고 거리는 온통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 더미로 꽉 찬다.

 

제목 불 꺼진 아파트의 아이들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아파트 층수로 대비되는, 즉 생활 수준이나 삶의 목적이 다른 각계각층의 상황을 보여준다. 속수무책으로 격게 될 재난(?) 앞에서는 누구든 예외일 수 없다는 것과 그로 인해 평소라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세 아이가 뭉치게 되는데...

이야기는 전기가 나간 재난 상황에서 세 아이의 혼란과 궁금증을 따라가며 원인과 진단,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방식인데 그 과정에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법한 독특한 캐릭터의 어른들이 등장해 친절(?)하게 이끌어 준다.

첫 번째 등장한 어른은 아이들 사이에서 괴짜로 소문난 채모령 선생이다. 채모령 선생의 활약으로 아이들은 전기가 나간 상황에서도 전기를 사용하는 이상한 가게를 찾아가게 되고 황경과 전기 에너지에 관한 다양한 배경지식과 재난 상황에 이르게 된 원인은 물론 해결의 실마리까지 얻고 나름 실천할 방향까지 찾게 된다.

채모령 선생의 힌트로 아이들은 에너지 박사님을 찾아가게 되는데 흥미진진한 모험담처럼 펼쳐지는 후반부는 읽는 이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

독특한 캐릭터를 잘 살린 일러스트 덕분에 아이들이 끝까지 흥미를 잃지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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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깡통 집 햇살어린이 48
김송순 지음, 유연경 그림 / 현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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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 상처받고 실망한 이 책의 주인공 찬우를 만나면서 어릴 적 한 단면이 떠올랐다. 어릴 때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은 뭐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른들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것이 짜증 났고 말 잘 듣기를 은근히 강요받는 것도 부당하게 느껴졌다.

“엄마는 좋겠다. 어른이라서…….”

 나도 모르게 무심코 던진 말에 엄마는 한숨 쉬며 이렇게 답했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걱정이 많아진다는 거야.”

그러면서 엄마는 쓸쓸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봤었다. 가슴 한편을 슥 스치는 서늘함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이제 나는 엄마가 말한 걱정이라는 것이 삶의 무게라는 것과 성장해야 하는 것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게 된 나이가 되었다.

 

찬우는 우울증에 빠진 엄마의 짜증과 방임 속에 또래 집단에서 소외되고 폭력에 노출된다. 결국, 심한 트라우마까지 얻게 된다. 일탈과 게임으로 돌파구를 찾다 보니 소위 골치 아픈 말썽꾸러기가 되어 버렸고 감당할 수 없게 된 엄마는 겨울방학을 맞아 찬우를 귀찮다는 듯 별거 중인 아빠에게 떠넘긴다. 결손가정 아이의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다 읽고 보니 한 가족의 성장통을 다룬 이야기였다. 찬우의 부모는 확실히 바람직한 부모상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섣불리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는다. 담담하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찬우의 좌충우돌 일상을 보여 준다. 그러면서 찬우 부모가 처한 각자의 입장차와 갈등을 자연스레 노출한다. 오리를 대하는 찬우의 심리적인 변화를 통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삶에 관해 담담히 이야기한다. 사랑을 갈구했던 찬우의 내적 결핍과 상처는 자신보다 약한 존재였던 오리를 진심으로 보살피게 되면서 치유 된다.

내용과 결이 전혀 다르지만, 제목이 비슷한<깡통 소년>이란 책이 있다. 미숙한 어른과 조숙한 아이의 좌충우돌 성장을 다룬 그 책의 저자 뇌스틀링거는 ‘칭찬과 꾸중을 통해 아이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들이 겪은 고통과 경험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배우고 자란다.’라고 일침을 가했었다.

 

이 책 <아빠의 깡통집>은 섣불리 이해를 구하거나 아이들을 가르치려 들지 않아서 좋았다. 찬우가 봄이라고 이름 붙인 오리와 애착 관계를 형성해 가는 것을 보면 어딘지 찬우와 부모와의 관계를 연상케 하는 면이 있다. 준비 없이 시작된 부모 역할은 예측하지 못한 현실과 상황에 부딪혀 삐걱거리고 간접적으로든 직접적으로든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실은 어른들은 그런 존재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를 보호해주고 감싸 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제 삶이 버거워 의무를 망각하고 손 놓기도 하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엄마에 대한 애착의 끈을 놓지 않고 무작정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찬우를 변화시킨 것은 어른들이라기보다는 자신으로 인해 상처 입은 약한 존재를 떠맡게 되면서 느끼게 된 책임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무엇인가를 책임지는 존재가 되었을 때 찬우는 비로소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거다. 이 책 뒷부분에 언급되고 있는 ‘여전히 쌀쌀맞은 엄마였다. 그런데도 나는 그 문자를 몇 번이고 들여다보며 벙실대고 있었다. 엄마는 분명히 나에게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고 한 대목에서 알 수 있듯이 찬우는 이제 부모의 사랑을 무작정 갈구하는 나약한 아이가 아니라 여유 있게 부모를 기다려 줄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났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앞으로는 찬우가 어떠한 상황에서든 용기있게  단단한 삶을 살겠구나 하고 안심할 수 있었다. 더불어 어른과 아이의 삶을 동등하게 다루며 희망을 보여 준 작가의 시각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어른도 아이처럼 상처받고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성찰하고 성장해가는 존재임을 어린이 독자에게 솔직히 고백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감동이 느껴지는 동화였다.

 

 

여전히 쌀쌀맞은 우리 엄마였다. 그런데도 나는 그 문자를 몇번이나 보며 벙실대고 있었다. 엄마는 분명히 나에게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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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슬기와 꿀벌 도시 내일을여는어린이 5
임어진 지음, 박묘광 그림 / 내일을여는책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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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어릴 때 읽었던 꿀벌 마야의 모험을 떠올렸다. 그러나 읽어보니 결이 사뭇 달랐다. 서정적인 자연을 배경으로 곤충에 빗댄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를 의인화 형식으로 푼 마야와 달리 꿀벌로 변한 아이의 눈을 통해 꿀벌 세계의 실상을 보여준 이야기였다. 지식 정보책에서 다룰법한 딱딱한 소재를 자연스러운 판타지로 녹여 내여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추구했다. ‘꿀벌 마야의 모험’이나 우리나라 이 원수 작가의 ‘잔디 숲속의 이쁜이’는 둘 다 곤충을 매개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했다면 이 이야기는 거꾸로 인간을 매개로 곤충들의 이야기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언뜻 소재나 다루는 방식이 비슷해 보이지만 드러난 주제의식은 확연히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만행으로 인한 자연의 피해와 그로 인한 환경의 역습을 설명이 아닌 스토리로 풀어내어 어린이 독자들이 자연스레 감정이입 할 수 있도록 다룬 점이 효과적이다. 대량생산과 이익추구라는 목표 아래 검증되지도 않은 채 적용되는 화학 농법과 유전자 변형식물 등의 실태를 자연스레 보여주면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제목도 참 의미심장하다. 사라진 슬기는 사라진 벌들과 이대로 방치됐을 때 결국은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를 인간으로 치환되면서 기성세대의 만행이 결국은 자연에 그치지 않고 슬기와 같은 미래세대의 생존에도 위협이 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문제뿐 아니라 거대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 현상등 포괄적 주제의식을 작가는 꿀벌 세계의 이야기를 통해 세련되게 직조했다. 어린이 독자들이 자연스레 슬기에게 감정이입 하게 함으로써 꿀벌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자연과의 상관관계와 그 이면의 문제를 내 삶의 한 단면으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꿀벌, 더 나아가 자연에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끌고 정서적 반향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단순한 지식 정보책들이 우후죽순 쏟아지는 요즘 무거운 주제를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특히 더 반가운 책이다.

 

 

 

 

 

 

 

 

절반이 넘는 벌이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남아있는 벌들은 도시의 앞날을 위해 기필코 목숨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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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우의 비밀 친구 - 저학년을 위한 자신감 동화 마음짱 인성왕
임어진 지음, 김요나 그림 / 알라딘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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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자신감이 칭찬과 격려에서 비롯된다고 오해하곤 한다. 영우는 자신의 내면으로 파고들어 스스로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자존감을 얻는다. 기특하게도 이 아이는 외부적인 요인이 아닌 스스로 성장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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