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만 모르는 엔딩 ㅣ 사계절 1318 문고 116
최영희 지음 / 사계절 / 2018년 11월
평점 :
너만 모르는 엔딩
십 대의 언어로 독특하게 버무린 SF다.
최영희 작가의 SF가 재미있는 것은 어렵지 않아서다.
이해하기 힘든 과학적 배경지식을 깔고 있다기보다 판타지처럼 쑥 들어갔다
나오는 구조 속에 십 대들의 일상을 절묘하게 녹여냈기 때문이다.
외계인들은 친구, 옆집 아저씨, 공무원 같은 특별할 것 없는 익숙한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이들이 부딪치는 사건이나 세계관은 단순 판타지와는
분명한 차별성을 보여준다.
‘최후의 임설미’ 같은 작품처럼 삼선슬리퍼를 신는 십대들의 일상적인 문화가
어느새 인류멸망의 키워드로 작동되고 외계인의 음모가 폭로된다.
인류멸망이라는 어마 무시한 위험 요소를 막는 것은 획일화된 문화 속에
자신만의 개성을 고집하는 것이라는 설정을 보면 작가가 얼마나 따뜻한 시선으로 십 대들의 삶을 응원하는지 엿볼 수 있다.
현실에서는 어른들과 사회 시스템에 억눌릴 수밖에 없는 그들이지만
범 우주적 관점에서 봤을 때 그들의 삶은 지구를 지키고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며 인류멸망을 막는다.
이 단편집에는 외계인뿐 아니라 로봇, 스마트 슈트같은 미래 기술에 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낯설고 이질적인 존재와 기술에 대한 불안을
유머러스한 언어로 자유롭게 푼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가슴 깊이 울림을 주는 지점과 맞닥뜨리게 된다. 꼭 십 대들 뿐만 아니라 소소한 일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며 응원하고 위로해 주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