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회도 살인사건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5
윤혜숙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을 소재로 한 흥미진진한 추리물이다. 계회도는 요즘으로 치자면 기념사진 역할을 하는 그림이다.

윤혜숙 작가는 역사 속에 묻히거나 잊혔던 소재를 발굴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역사 소설임에도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장르 소설 같은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내용은 갑작스레 살해된 아버지의 죽음을 직면한 주인공의 이야기다.

오해와 어쩌면 자신이 외면했을지 모를 진실과 마주하게 된 진수의 갈등과 고뇌는 낯선듯하면서 익숙한 우리의 모습을 많이 투영하고 있다. 가족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애증의 고리는 주인공의 삶처럼 때로는 예기치 못한 상흔과 회한을 불러일으킨다. 사라진 아버지의 그림과 연쇄 살인의 고리에 자신이 걸려 있을 줄 꿈에도 몰랐을 진수의 혼란과 절망이 가슴 아팠다. 

비록 권력과 탐욕에서 비롯된 추악한 현실과 마주하게 됐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진수는 더 올곧은 삶을 살게 되리라 생각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내용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책을 읽는 내내 독자인 내가 진수가 되어 아버지의 죽음의 실체를 파헤치는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그림은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되고 해석된다. 계회의 회원들에게는 기록으로, 고관대작들한테는 권력과 사용 재산으로, 만수 아버지한테는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작가는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각자의 처지와 목적에 따라 그 의미가 사뭇 달라지는 현상을 풀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과 삶의 아이러니를 절묘하게 매치했다. 

그림을 전공하고 오랜 기간 미술 레슨을 하다 보니 공통으로 받는 질문이 있다.

"어떤 그림이 좋은 그림인가요?"  

그러면 나는 예외 없이 같은 대답을 하곤 한다.

"봐서 좋은 그림이요."

그건 결국 각자의 몫이라는 말이다. 명화라고 알려진 그림보다 봤을 때 내게 울림을 주는 그림, 그것이 비록 소위 이발소 그림이라 불리는 평가절하 받는 그림이더라도 누군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면 그 사람을 위한 명화다. 나는 무엇보다도 그림에 재능이 있는 진수가 그 진정한 가치를 깨달았다는 것에 안심이 되었다. 어쩌면 그건 이름 없는 화공으로 비명횡사한 아버지가 진수에게 남기고 싶었던 진정한 유산이 아니었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