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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골을 찾아서 ㅣ 샘터어린이문고 83
김송순 지음, 클로이 그림 / 샘터사 / 2025년 4월
평점 :
.『바람골을 찾아서』는 보물을 찾기 위한 소년의 여정을 통해
세대 간 아픔을 이해하는 여행을 그린다.
손자 현준이는 노쇠한 할아버지를 위해 바람골로 향하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단순한 모험이 아닌, 시간이 남긴 깊은 상처였다.
바람골에서 만난 낯익은 새 형, 투닥거리던 더벅머리 아이, 그리고 총성이 가득한 밤.
현준이는 단 하루 동안 전쟁의 어두운 단면을 목격한다.
총을 든 손이 무섭고, 발밑을 적신 피가 무서웠던 어린 소년의 공포를, 온몸으로 겪는다.
한때 영화나 게임 속에서나 존재하는 ‘판타지’였던 전쟁은,
현준이에게 차가운 현실이 되어 다가온다.
진짜 보물의 의미
이 작품은 전쟁이라는 주제를 아이의 눈높이에서 풀어낸다.
피해자이면서도 이해되지 않는 세대의 아픔을, 현준이는 직접 체험함으로써
비로소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 짧지만 길었던 하루는, 피해자였던 이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것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판타지와 현실을 넘나드는 이야기의 결은 신비롭지만, 끝내 이야기는
우리 발밑의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보물을 찾아 손에 쥐었을 때, 가장 빛났던 것은 반짝이는 금은이 아니라,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역사의 무게라는 것을.....
현준이 손에 쥔 진짜 보물은, 세대와 세대를 잇는 마음,
아픈 과거를 함께 짊어지는 공동체의식이다.
할아버지의 미소와 함께 이야기는 마무리되지만,
그 미소는 과거를 치유하는 현재의 손길이자, 미래를 향한 다짐처럼 느껴진다.
현재 진행형인 전쟁의 공포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처럼
오늘도 지구 곳곳에서 총성이 멈추지 않는 이 시대에,
『바람골을 찾아서』는 어린 학생들에게 전쟁이 더 이상 게임이나
영화 속 허구가 아님을 일깨운다.
전쟁은 현실이며, 그 한복판에서 울부짖는 것은 언제나
가장 힘없는 이들의 목소리임을, 이 작품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전한다.
민족 공동체 회복을 향한 염원
6.25 사변을 온몸으로 겪은 세대가 점차 사라져 가는 오늘,
극명하게 다른 체제와 환경 속에서 성장한 다음 세대는 과연
이 민족적 비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어떻게 갈라진 오늘을 넘어, 다시 이어야 할 내일을 이야기할 것인가.
『바람골을 찾아서』는
기억하는 것, 함께 아파하는 것, 그리고 잊지 않고 이어가는 것.
그것만이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며,
진정한 회복과 통일을 향한 첫걸음이라는 것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