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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깨비가 듣고 있어 ㅣ 북극곰 이야기샘 시리즈 7
김정민 지음, 은희 그림 / 북극곰 / 2023년 2월
평점 :
분명 눈으로 읽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귀로 듣는 소리처럼 느껴진 것은
요즘 아이들이 접하기 힘든 형식을 빌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독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물한다.
겨울밤 할머니의 이야기.
익숙한 방식의 스토리 전개,
다소 비현실적인 초롱이란 아이의 이름까지.
너무 뻔해 보이는 설정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 것은
잊고 있던 감성을 자극했기 때문일 것이다.
동화책이 나오기 전까지 오랜 세월 윗세대를 통해서
전해오던 방식의 스토리텔링은 문자가 아닌 소리였다.
그 소리에는 일정한 리듬과 교감이 있었고 글자를 통한
전달방식과는 사뭇 다른 정서가 배어있었다.
겨울밤, 할머니, 도깨비등 뻔한 소재를 버무린 것에 불과한 것 같던 이야기는
묘한 흡입력으로 독자를 사로잡더니 의외의 반전으로 허를 찌른다.
동시에 이야기의 힘과 본질마저도 새삼 깨닫게 한다.
떠돌던 이야기가 소리로 전달되어 가는 과정에서 개연성을 갖추게 되고
자연스레 사람들 삶에 녹아들 듯이 할머니와 손녀의 이야기를 엿듣던
깨비가 존재의 모호성에서 벗어나 사람과 함께 하는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은
그 상징성과 더불어 깊은 감동을 준다.
뒤에 이어진 ‘마술’이라는 단편 역시 소외되었던 길고양이와의 관계로
각성하게 된 마술사가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외면하고 방치 했던
내면의 꿈을 접하게 한다는 이야기인데
마술로 이미지화된 그들의 꿈을 통해서 삶을 지탱해 줄 힘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야기를 다루는 작가의 태도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고양이 집사로서의 경험과 교감을 가지고 이토록 멋진 스토리를 엮어내고
이야기가 갖는 본질과 그 역할마저도 짚어 내었다는 점에서
남다른 작가의 역량과 내공을 접할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