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밤중, 두근두근 편의점
김보경 지음, 홍해인 그림 / 책과나무 / 2023년 11월
평점 :
이 책은 아이들의 일상을 통해
사회현상과 상처받은 동심, 가족관계에서 발생하는
단면들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구김살 없는 삶이 미덕일까?
그렇지 않은 삶에는 깊은 성찰이 있다는 것을
작가는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먼저 편지글 속에 있는 아이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352일 1년여 가까운 기간 농성 중인 아빠를 걱정하고 있다.
보통 부모가 아이를 걱정하기 마련인데 부모를 걱정하는
아이 모습은 낯설면서도 먹먹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 이면엔 우리가 외면해 왔던 사회현상과 갈등의 문제가
깔려 있는데 나와는 무관하고 먼 이야기로 여겨졌던 것이
내 가족의 이야기로 피부에 와 닿게 되는 것이다.
아이의 걱정과 혼란, 분노는 고스란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과 부당함을 향한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며 공감하게 한다.
두 번째 애착 인형을 찾으러 나간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사려 깊지 못한 어른의 행동으로 멍든 동심의 단면을 볼 수 있다.
흔히들 아동 학대 하면 물리적이고 신체적 학대를 떠올리게 되는데
아이의 삶을 주도 하면서 문제의 원인은 아이 탓으로 돌리고
심지어는 나쁜 아이 프레임을 씌우는 식의 정서적 학대를 서슴치 않는
어른도 적지 않다.
버려진 애착 인형은 아이의 다친 마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적 결핍이 만들어낸 치유의 공간(편의점)에서 다친 마음을 위로 받게 된다.
한밤중임에도 찾으러 나갈 용기를 낸 덕분이다.
갑작스러운 입양 동생을 얻게된 세 번째 가족의 이야기에선
동생 때문에 고달픈 언니 오빠의 애환을 엿볼 수 있다.
새 식구에 적응해 가면서 가족애를 깨닫는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는
왠지 모르게 흐믓한 미소가 지어지는데 그것은 아마도
주인공의 미래가 더 고달파 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오빠가
되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일 거다.
이렇듯 세 개의 이야기 속에는 녹녹치 않은
현실과 부딪쳐야 하는 아이들의 일상과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견뎌내며 내면의 힘을 키워가는 동심이 녹아 있다.
저마다의 처지에서 고달플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삶에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다.
작가의 말에서 언급한 나와 이웃의 마음을 살피며
한 해를 열기에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