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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최강 겁쟁이 그느르국에 가다! ㅣ 이야기 반짝 11
최은영 지음, 국민지 그림 / 해와나무 / 2023년 11월
평점 :
보살피고 돌보아 준다는 뜻의 ‘그느르다’ 란 단어에서 따 온
‘그느르국’은 말 그대로 안전하고 위험요소가 전혀 없는 곳이다.
아이들의 불안장애는 이유식기에서부터 서서히 시작해
부모와 떨어져 잠을 자는 시기부터 본격화 된다고 한다.
그 시기를 잘 넘긴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첫걸음을 무난 하게 떼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분리불안 장애에 한동안 시달린다고 하는데
나 역시 어릴 때 심각한 분리불안 장애를 겪어서
서준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공감할 수 있었다.
그때의 공포는 지금 생각해도 끔찍할 정도였으니까.
많은 분들이 그느르국을 서준의 판타지 공간으로 해석하는 것
같으므로 나는 다른 각도로 접근해 보고자 한다.
분리 불안 장애는 엄격히 말하면 아이의 기질적 문제보다
부모의 준비부족에서 기인한다.
아이가 부모에게서 벗어날 적당한 때를 놓치고 지나치게
밀착되어 있다가 갑자기 떨어질 때 나타나는 증세이기 때문이다.
동물들을 예를 들면 일정 시기가 되면 새끼들을 가혹하리만치 내치는데
오직 인간만이 그 시기가 명확하지 않고 제각각이다.
문득 그느르국은 서준의 판타지가 아니라 아이들이 못 미더워
손을 쉽게 놓지 못하는 어른들의 판타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의 지나친 염려와 못 미더움.
사사건건 간섭하며 안전하고 보장된 삶으로 이끌기 위해
기꺼이 자녀들의 매니저 역할을 자초하는 부모와 학원 교육의 현실은
그느르국의 명분과 규칙에 맞닿아 있다.
젤리 31호를 사교육 시장의 교육자로, 안전을 위한 각종 규제를
사교육 스팩 쌓기에 대입시켜 보면 그렇게 억지스럽지만도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이가 독립된 개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이 스스로의 용기도 필요하지만
용기를 북돋아 주고 넘어지고 다치더라도 스스로 일어설때까지 기다려주는
어른들의 자세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또래와 어울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수 있다.
그느르국을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친구와 함께 어울리며 규칙을 어기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말 잘 듣는 아이가 잘 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삶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듯이 이 책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한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