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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침머리 대장 ㅣ 초등 읽기대장
김송순 지음, 유재이 그림 / 한솔수북 / 2023년 12월
평점 :
오리장안의 안락한 삶을 누리던 대장오리
오래전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었을 때의 감동이 느껴졌다.
마당을 나온 암탉 잎싹과는 캐릭터와 세계관의 차이가 크다.
우선 주인공이 오리라는 것과 잎싹이 별 볼 일 없는 노계였다면
삐침머리 대장은 말 그대로 오리장 안의 안락한 삶을 누리며
대장 노릇을 하던 오리였다는 점이다.
바람직한 리더로서가 아니라 특권을 누리던 쪽에 가깝다는 점도 차별 된다.
구덩이에 버려지다
“내가 왜 여기 있느냐고? 누가 말 좀 해 줘!”
이 외침에서 알 수 있듯이 삐침머리가 하루아침에 몰락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그 절망의 순간
“살아 있으면 어서 구덩이 밖으로 나와!”
하고 외쳐주는 꽁지가 있어 삐침머리는 구덩이에서 벗어나게 된다.
너구리한테 물릴 뻔한 다급 한순간 난생처음 해 보는 날갯짓으로.
우리 또한 삶을 응원해 주는 누군가로 인해 몰랐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갈림길에서 찾은 자유와 리더쉽
기운 차린 삐침머리는 처음엔 오리장으로 돌아가길 꿈꾸지만
날갯짓을 뽐내려다 농장 오리들의 비웃음을 산 후 넓은 세상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렇듯 자신이 속했던 세계가 전부인 줄 알던 삐침머리는 역시 구덩이에서 살아나온
꽁지, 구름이와의 관계에서 리더쉽을 발휘하고 진정한 대장으로 거듭난다.
이들은 녹녹지 않은 삶속에서 저마다 부상을 안고 살아가게 되는데
그 와중에도 새 생명은 움트고 구름이가 낳은 햇살이를 키우는 공동체로
거듭나게 된다.
떠나보내고 마중하는 삶
햇살이는 삐침머리와 꽁지 구름이의 보살핌으로 무럭무럭 자라고 어느덧
흰 깃털로 탈바꿈한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연대해 희망의 싹을 틔운 이들은 햇살이가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길 희망하는데 부상 때문에 현실적으로 날기가 힘든
삐침머리와 구름이는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꽁지와 햇살이 둘만 개울가로
날려 보내게 된다.
그리고 삐참머리와 구름이는 달달달 거리는 수레 소리에 혹시라도 살아나올지
모를 또다른 동료를 마중하기 위해 구덩이로 향한다.
하늘을 날아야만, 멀리 가야만 확장된 삶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준 결말이어서
더 큰 감동이 느껴졌다.
죽음의 문턱에 이르게 하는 절망과 비상을 꿈꿀 수 없는 부상당한 몸일지라도
서로 보듬고 격려하는 동료애로 희망찬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준 글이다.
하루하루가 고달프고 엄혹한 현실에 놓인 어른에게도 이정표가 되어줄 만해서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고 힐링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