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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구의 은따 탈출기 ㅣ 좋은꿈아이 9
임정순 지음, 현숙희 그림 / 좋은꿈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왕따가 노골적인 따돌림이라면 은따는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보고 가담했을 법한 경험일 수 있다. 때로는 알고도 모른 척 외면하면서 지나치는 유년기의 성장통이라고나 할까. 손동구 이야기는 단순한 은따 탈출기라기보다 아이들이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겪는 좌충우돌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
딱지치기에만 온통 관심이 있던 손동구는 어느 날 정신 차리고 보니 반에서 은따가 되어 있었다. 반 친구 호태가 쏘아붙인 ‘땅꼬마 코찔찔이 손똥구, 너는 딱지나 갖고 놀아.’ 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은 좋게 말하면 늦되는 아이고 나쁘게 말하면 유아적인 특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약간 덜떨어진 아이라는 할 수 있다. 또래 아이가 벌써 이성에 관심을 두고, 소위 잘나가는 아이를 중심에 두고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한 걸음 뒤처져 있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은따가 된 아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해결책이 반에서 제일 키가 크고 똑똑한 온달을 딱치치기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일이다. 잘나가는 아이를 자기편으로 만들 생각에 동구는 온달이 처한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것으로 환심을 사고자 한다. 그러나 일은 꼬여만 가고 오히려 억울한 누명까지 쓸 위기에 처한다. 아이들 세계를 아주 실감 나고 경쾌하게 풀어간 이 이야기는 뜻대로 되지 않은 삶의 본질을 보여준다. 어찌 보면 주인공 동구가 자기중심적인 유아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현실을 깨닫고 자신이 처한 억울함과 배신감을 극복하면서 갈등을 해결한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 알고 보니 뒤에서 조용히 지켜본 온달과 동구가 심리적 갈등을 스스로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기다려준 교장 선생님을 통해 작가는 아이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비록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때로는 오해와 갈등의 연속이겠지만 스스로 극복하고자 하는 용기만 있다면 언젠가 꼬였던 관계도 회복하게 되게 마련이고 그러한 경험이 본질적으로 자아를 성장 시킨다는 것을 보여준다. 봉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잘나가는 아이의 환심을 사고자 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에 부닥친 친구의 문제를 해결하고 도움을 주고자 한 진심과 맞닿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긍정의 메시지를 어린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한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그게 바로 딱지 정신이지. 친구에게 의리를 지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우리집에서 딱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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