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오니? 사계절 그림책
정순희 그림, 김하늘 글 / 사계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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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워본 엄마로서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은

아이가 혼자서 시도하는 첫 몸짓을 지켜보았을 때다.

뒤집기, 배밀이, 기어 다니기, 혼자서기 등....

매 순간 대견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러던 아이가 처음 세발자전거를 떼고

처음 보조 바퀴 달린 두 발 자전거를 탔을 때

“엄마, 나 이제 아기 아니야.”

하고 스스로 대견해 활짝 웃는 아이를 보며 울컥했던 순간이

이 그림책을 보며 떠올랐다.

 

늘 곁에 있어 줄 것만 같던 형이 갑자기 보이지 않았을 때

아이는 당황하면서도 형과 함께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형과 늘 함께 오가던 익숙한 길.

갑작스러운 형의 부재로 낯설고 새로워진 그 길로

아이는 침착하게 발을 내디딘다.

형을 흉내 내기도 하고, 스스로 대견해 하면서

아이는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한다.

뒤에 숨어 몰래 지켜본 형의 존재를 모른 채

그렇게 아이는 성장한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에서 그런 순간을 맞는다.

늘 곁에 있어 줄 것만 같던 사람들의 부재를 통해

그리움과 때로는 상실의 아픔을 겪으며

삶에 한걸음, 한 걸음 내디딘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성장하고 있는가?

반문하면서 문득 이형기의 낙화 한 구절을 떠올렸다.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세상 모든 존재는 다른 존재와 상호작용하며 반드시 어디선가 끝이 난다.

이 끝나는 시점은 제각각 다르므로 필연적으로 이별을 불러온다.

사람의 기억도 마찬가지이다.

기억이 지나가면서 남긴 흔적들은

우리 삶의 동력이 된다.

그 기억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봄날 설레는 아기의 발걸음을 소재로 삼은 이 책을 보면서

뜬금없이 낙화를 떠올린 것은 아마도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며 떠나 보내야 하는

형의 시점에 감정 이입이 되어서가 아닌가 싶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기억 한 조각을 선물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형처럼 살금살금 나비한테 다가갔어요.

포로록 나비가 날아가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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