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구 똥을 찾아라!
김태호 지음, 조윤주 그림 / 예림당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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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는 속담을 이토록 재미있게 비튼 책이 있을까 싶다.

우리 속담이나 말에는 유독 ‘개’ 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부정적인 뜻으로 쓰는데 최근 들어서 ‘개이득’ 같이 긍정적으로 쓰이는 경우도 나타나곤 한다. 그러나 이 경우는 우리 청소년들이 욕이나 비속어를 일상어에 섞어 쓰는 것에 편승한 것으로 바람직한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면이 있다.

그런데 이 책 ‘백구 똥을 찾아라.’는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 ‘강아지 똥’의 해학적 풍자 버전이라고 할 만큼 재치 있고, 재미있으며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을 때가 된 거다.’라는 속담마저 비틀어 사람을 변화시켜 죽을병을 고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이 책을 펼치면 그야말로 온통 개판이다. 개똥 마을이 배경이기 때문이다. 사람 반 개 반인 이 마을의 진짜 주인공은 개똥이다. 옆 마을은 지저분하다고 놀려 댔지만개와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하며 사는 평화로운 마을이다. 그런데 이곳에 단강오리 원님이 부임하면서 마을의 평화가 깨진다. 요즘으로 치면 말끝마다 틀린 문자나 써대며 잘난체하고, 개똥만 봐도 손 씻어야 할 만큼 깔끔한 체를 하며 특권의식에 쩔어 있는 요즘 말로 낙하산 인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권력남용으로 백성들의 재산을 함부로 빼앗고 당연히 백성들의 원성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말하듯 개만도 못한 짓을 일삼던 이 원님을 가로막은 것은 삽살개였다. ‘삽살개 따위가 감히?’ 하고 분에 못 이겨서 덤벼든 원님은 개똥을 밟아 개똥에 얼굴을 처박는 바람에 똥독이 오른다. 병증은 점점 심각해지고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심정이 된 원님 앞에 범상치 않은 도인이 나타나 백구(흰 개)의 똥을 약으로 쓰면 나을 거라고 일러 준다. 원님의 병증은 점점 심해진 터라 그 허무맹랑한 처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데 하필 간신히 구한 흰 강아지가 마음이 급했던 원님이 준 기름진 음식을 먹고 물똥만 싸대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그런 원님 앞에 개똥 처방을 내린 거지 노인이 다시 나타나 깨달음을 준다.

 

특히 이 책에서인상적인 장면은 그렇게 찾아도 없던 흰 개가 밤새 내린 장대비로 모습을 드러낸 장면이다. 사실은 마을 개의 절반이 흰 개였는데 때 끼고 꼬질꼬질해서 누런 개, 회색 개, 검정 개로 보였던 것. 바로 이 부분에서 얼마 전 우리나라 고위 교육공무원이 국민을 개, 돼지로 빗대어 내뱉은 말이 묘하게 연상되면서 씁쓸한 상징을 드러낸다. 마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던 개들이야말로 실은 소위, 잘난 사람 높은 사람으로부터 함부로 취급받던 백성의 상징인 것이다. 그리고 정작 개만도 못한 탕감 오리의 상징인 단강오리 원님이 개똥으로 응징당하고 개똥으로 치유 받으면서 개과천선한다는 내용은 우리의 현실을 통쾌하게 빗대어 풍자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청문회를 통해 개만도 못한 짓을 한 지난 잘못으로 인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싸질러놓은 똥(?)을 수습 못 해 미끄러지는 인사를 숱하게 보아왔다. 하필  전직대통령까지 포함된 직면해 있는터라 이 책은 마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씁쓸한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통쾌하고 시원한 정치 풍자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행복한 결말이다. 원님은 식전에 개똥 처방 약 백 사발을 들이키고 비로소 백성의 고달픔을 살필 수 있는 새사람이 되었다. 우리가 사는 현대에선 어떻게 적용될까? 개똥으로 상징될 수 있는 국민의 욕을 한 바가지 먹고 개과천선하면 좋은데…글쎄?

우리 정치권엔 이미 불치병에 걸린 인사들이 많아 개과천선을 바라기보다는 새 인물에 기대를 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 보았다.

 

이 책 ‘백구 똥을 찾아라.’는 단순한 옛이야기를 넘어서 현실을 반영한 통쾌하고 시원한 정치 풍자의 묘미를 갖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왜 하필 ‘똥’일까를 생각해 보면 더 재미있는 해석도 가능하다.

 

 

 

반드시 시전복 백 사발해야 속득쾌유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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