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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 마귀할멈 - 제7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부문 우수상 ㅣ 작은책마을 42
박지혜 외 지음, 김유대 그림 / 웅진주니어 / 2014년 12월
평점 :
이토록 기발하고 유쾌할 수 있을까?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일상에서 찌들고 억눌린 평범한 아이들이다.
시험점수 때문에 엄마의 잔소리와 꾸지람을 걱정하거나 아래층 할머니 눈치보느라 자기집에서도 맘껏 뛰어놀 수 없거나 졸립고 지루한 수업시간을 참고 견뎌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는 아이들이다.
책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의 미덕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휘된다. 걍팍하게 쫓기는 아이들의 심리에 그치지 않고 기발하고 둑특한 아야기로 재 탄생시켜 아이들의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먼저 노래하는 포도주스를 보자. 엄마는 웅이가 사온 포도주스를 먹고 그 부작용으로 입에서 나온 모든 말을 마치 뮤지컬 가수처럼 노래로 표현하게 된다. 듣기 싫은 잔소리도 노래로 바뀌는 순간 유쾌한 반전이 이루어지고 유머가 된다. 잔소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웅이 아니 이땅의 아이들의 바램를 이토록 기발하게 실현한 이야기가 있을까?
검은 칠판의 비밀역시 지루하고 따분한 수업시간에 생기는 아이들의 심리를 보여 주는 것 만으로 상황을 경쾌하게 반전시키고 있다.
아래층 마귀할멈또한 유년시절을 지배하는 핵심 키워드, 죄책감이라는 심리를 코믹하고 기발한 발상으로 형상화 시켜 결코 가볍지 않은 메세지를 던진다. 특히 아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어른과 화해하는 데 있어 아이다운 상상력을 활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아이의 죄책감에서 비롯된 잘못된 행동에 대한 응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른인 아래층 할머니가 아이의 억압된 심리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해결책을 제시하고 돕는 다는 설정이 어른으로서 흐믓하고 뿌듯했다.
아이들이 부디 억압되고 고달픈 현실속에서도 반전을 이룰 수 있는 유쾌한 상상력 만큼은 잃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이야기들을 꼭 권하고 싶다.
구슬처럼 반짝이는 눈에 다정하게 웃는 누나가 우리 엄마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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