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붕대 스타킹 반올림 31
김하은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얼음 붕대 스타킹을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비슷한 소재의 다른 작품들을 읽었을 때와 느낌이 사뭇 달랐다.

아마도 나에겐 평생 잊지 못할 충격적인 사건과 현재 진행 중인 사회 현상과 오버랩 되었기 때문일 거다.

우리는 그동안 가해자가 사회적 약자인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오히려 흥미 위주의 가십거리로 전락시키는 잔인함을 숱하게 보아왔다. 이 책은 어쩌면 그런 에피소드중의 하나로 주인공이 아픔을 극복하고 성숙해가는 과정을 다룬 성장소설로 읽힐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엉뚱하게도 이 책의 내용이 지금 우리 사회를 반영한 상징적 의미로 다가와 읽는 내내 아프고 괴로웠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건. 사 개월여가 지난 지금 정부 여당 관계자는 단순 사고로 규정하고 충격과 슬픔에 빠져있던 대다수의 국민은 이제 그 불편한 현실을 남의 일로 치부하고 외면하고 싶어 한다. 그러는 와중에도 정작 피해자인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진실을 덮으려는 기득권세력에 의해 진의를 매도당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회구성원들로부터도 소외되고 있다.

선혜가 겪은 충격적인 사고와 아무 일도 없었다고 치부하는 엄마 그리고 소문을 확대 재생산시키는 수겸이, 호기심 어린 시선들……. 이들을 각각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 정부, 언론, 일반 국민들로 대입시켜보며 묘하게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선혜가 개인적으로 겪어야 했던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 거대하게 움직이는 사회현상이 연상되어 소름이 끼쳤던 것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나의 감정이입이 지나쳐서 일지도 모르겠다.

 

합동 분양소에서 본 희생자 가족이 써 놓았던 메모가 잊혀 지지 않는다.

메모의 주인공은 아마도 희생자 가족의 누이였던 것 같다.

 

‘○○○ 오빠. 하늘나라는 어때? 거기는 춥지도, 무섭지도 않겠지.

그런데 난, 오빠가없는 이곳이 너무 춥고 무섭다.’

 

나 역시 요즘들어 선혜 만큼은 아니어도 내가 몸담은 현실이, 우리 사회가 새삼 소름 끼치도록 무섭고 차갑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제 그만하고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뭘 그만하란 말인가? 내가 지켜본 바로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그렇게 우리 자신을 가해자이며 피해자로 방치한 채 덮으려는 거대한 음모에 무력감이 느껴질때가 있다. 그래서 더 이 책을 읽는 내내 선혜가 느꼈을 추위와 무력감에 공감이 갔다.

다행히 선혜는 따뜻하게 관심을 가져준 친구들로 인해 용기를 얻고 세상을 다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우리를 구한 건 친구들’이었다던 단원고 생존학생들의 증언이 떠올랐다.

 

한여름을 향해 치닫고 있음에도 차갑게 얼어붙고 있는 우리 사회의 끝도 부디 얼음붕대 스타킹과 같은 훈훈한 해피엔딩이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도저히 내가 내는 것 같지 않은, 마치 짐승처럼 울부짖는 내 울음소리가 빈터를 가득 채웠다. 갑자기 여름날 더위가 나를 확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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