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주스 가게 - 제9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49
유하순.강미.신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불량한 주스가게

제목부터가 참 임팩트하다. 십대의 정서를 파고드는 저자의 능력은 수록된 또 다른 제목인 올빼미, 채널링하다의 주인공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어떻게 십대를 키워 본 나보다도 그들의 내면을 이렇듯 잘 파고들었을까 싶다. 이 책은 십대 아들을 둔 엄마인 내게 깊은 반성과 함께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불량한 주스가게의 아들과 엄마는 언뜻 보면 서로에게 무관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게이름조차 ‘불량한 주스가게’ 라고 할 만큼, 남들 같아선 숨기기에 급급한 아들의 불량스러움조차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엄마가 등장한다.

그 엄마에겐 섣부른 훈계나 다그침도 자신의 병을 앞세운 요란한 신파적 호들갑이나 회유도 없다. 그저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담담함만 있을 뿐이다. 이 책은 언뜻 엄마의 병을 계기로 개과천선하게 된 상후의 이야기로 비춰질지 모르나 내가보기엔 성숙한 시선으로 자식을 묵묵히 지켜보고 믿어준 엄마의 이야기로 보여 진다. 그것이 얼마나 힘겨운 실천인지는 누구보다도 잘 안다. 나 역시 상후 엄마처럼 외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 때문이다. 내 아들은 상후처럼 불량하지도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음에도 난 늘 아들을 못 미더워했다. 성급한 기대와 조급함이 늘 아들과 내 사이를 가로막았고 그 틈을 비집고 불신과 원망만 자라났다. 그렇게 아들도 나도 지쳐갔다. 이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십대를 둔 대부분의 엄마와 아이들의 모습이라면 여기 이 책에서는 진정한 믿음이란, 믿을만한 행동을 해서도 믿을만한 상황에서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그 자체가 믿음이라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그 믿음 속에 진정한 치유의 힘이 있음을 강변한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시행착오 끝에 결국 스스로 제 길을 찾아가면서 성숙해 가는 것이 ‘삶’ 이므로 부모가 해 줄 것은 요란한 뒷받침과 걱정보다도 믿음이 앞서야 함을 깨닫게 한다. 정말 아이들과 함께 자식걱정이 남 다른 이 땅의 학부모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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