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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과 여우와 물고기 - 그림책에서 동화책으로, 폴짝! ㅣ 또박또박 그림동화
유승희 지음, 윤봉선 그림 / 노란돼지 / 2026년 10월
평점 :
친구가 되는 일은 생각보다 쉽다.
함께 놀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면 어느새 가까워진다.
하지만 친구가 된 다음부터가 더 어렵다.
나와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서운함과 오해가 생겼을 때 다시 마음을 여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친구와 가까워지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어쩌면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수달과 여우와 물고기』는 수달과 여우의 관계를 통해 서로 다른 마음이 만나고
어긋나는 순간을 담담하게 보여 준다.
수달은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지만 그 마음을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표현하지 못한다. 여우 역시 고마운 마음을 품으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두 친구는 서로를 위한다고 한 행동 때문에 오히려 상처를 입는다.
아이들의 관계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갈등이 없는 관계가 아니라 갈등이 생겼을 때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시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일 것이다.

특히 수달이 상처를 받은 뒤 여우의 사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장면은
아이들에게도 의미 있게 다가갈 만하다.
우리는 흔히 갈등이 생기면 ‘미안해’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이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상처받은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사과하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마음을 추스를 시간 역시 필요하다.
그 점에서 이 이야기는 화해보다 먼저 이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조용히 들려준다.
또한, 따뜻하고 편안한 그림은 이야기의 정서를 한층 부드럽게 감싸며,
그림책에서 동화로 넘어가는 어린 독자들도 부담 없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친구란 나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작은 물고기 한 마리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결국 ‘친구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는,
잔잔하고 따뜻한 우정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