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전 - 1323 고려, 바다를 삼킨 소년 오늘의 청소년 문학 48
모세영 지음 / 다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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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6년 신안 앞바다에서 한 척의 배가 세상으로 돌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배 자체보다 그 안에 잠들어 있던 수많은 도자기와 동전, 향료와 불상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그것을 '신안 보물선'이라 불렀고, 발굴된 유물의 규모와 가치에 놀랐다. 그러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 배가 품고 있던 것이 정말 유물뿐이었을까.

 

모세영 작가의 보물전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되는 소설처럼 읽힌다.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은 오래된 시대를 증명한다. 하지만 유물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누가 그것을 만들었는지, 어떤 손으로 실었는지, 어떤 꿈을 품고 항해했는지는 끝내 침묵한다. 역사는 물건을 남겼지만, 사람들은 잊혔다.

보물전은 그 잊힌 사람들을 상상으로 다시 불러낸 이야기다.

 

작품의 주인공 맹랑은 역사책에 이름이 남을만한 인물이 아니다.

왕도, 장수도, 영웅도 아니다. 염전에서 태어나 자신의 삶조차 선택할 수 없는 소년.

그러나 작가는 바로 그 가장 낮은 자리에서 역사를 바라본다.

그것은 거대한 사건을 작은 인간의 눈높이로 다시 읽어 내는 일이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보물은 목적이 아니라 장치가 된다. 독자의 시선은 처음에는 바닷속 보물선을 향하지만,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자연스럽게 맹랑의 삶으로 이동한다.

결국, 우리가 따라가게 되는 것은 보물의 행방이 아니라 한 소년이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 마주하는가이다. 작가는 보물의 무게보다 한 사람의 삶이 지닌 무게를 더 크게 느끼게 만든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역사의 빈틈을 대하는 태도다. 역사소설은 흔히 기록되지 않은 부분을 상상으로 메운다. 그러나 보물전의 상상은 단순히 허구를 덧씌운 게 아니다. 오히려 기록이 미처 품지 못한 인간의 감정을 복원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발굴된 것은 도자기였지만, 소설은 그 도자기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두려움과 희망을 함께 길어 올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역사를 사실의 집합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만으로는 한 시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숨결과 욕망, 좌절과 희망이 함께 복원될 때 비로소 역사는 살아 움직인다.

보물전은 문학이 역사를 어떻게 되살릴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박물관이 유물을 보존하는 곳이라면, 역사소설은 기억의 복원에 가깝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책을 덮고 나면 보물선은 더 이상 금은보화를 실은 배가 아니다. 누군가의 생계를 싣고, 누군가의 미래를 싣고, 누군가의 이름 없는 삶을 싣고 항해하던 배가 된다. 그리고 그 배가 침몰하면서 함께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것은 물건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한다.

그러 의미에서 보물전은 신안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유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품이라기보다 유물 뒤편에서 끝내 이름을 남기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오늘의 독자 앞에 다시 세워 놓는 소설에 가깝다. 오랜 세월의 무게를 견뎌낸 보물이 사실은 말이야…….’ 라며 들려주는 이야기 같아서 더 깊은 감동과 여운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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