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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집중 왕 ㅣ 초록달팽이 동시집 21
신재섭 지음, 김순영 그림 / 초록달팽이 / 2025년 2월
평점 :
다양한 층위의 정서와 감정을 접할 수 있었던 작가의 전작 ‘시옷 생각’도
참 좋았는데 이번 작품집은 거기에 서사성이 더해진 느낌이었다.
첫 번째 시 ‘우당탕 유전자’부터 인상 깊었는데 아이들의 특성을 먼 원시시대의
근원적 본능과 연결한 것이 탁월하다고 느꼈는데
아파트라는 물리적 공간에 갇혀 학원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요즘 아이들의 처지와
자연을 만끽하며 탁 트인 넓은 공간을 활보했던 유년의 기억이 맞물리면서
무릎을 치게 하는 요인이 있었다.
작가가 대상으로 한 4학년은 유년기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아동기에 접어들면서도
일찍 사춘기를 맞는 아이들한테는 정서적 혼란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집중 왕’에서도 단순히 전학 온 아이로 인한 경쟁심이라기 보다 이제 막 이성에
눈을 뜬 아이의 설레임이 느껴지고 그 뒷 이야기가 상상이 되는 그런 점 말이다.
‘민들레 꽃’이란 시에서는 작가의 강연 경험이 녹아 있지 않을까 싶은게
시어에 담긴 장면이 고스란히 그려졌다.
책방 문 열어 젖히고
어른들 틈에
민들레처럼 앉았다.
=중략=
고려산 동네 책방에
연태 지훈 단호
민들레 꽃이
피었다
-민들레 꽃 中-
작가의 시는 이렇듯 손에 잡힐 듯 현실에 닿아 있으면서도 머나먼 원시의
무의식과 ‘지팡이 할머니’의 지팡이처럼 사물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그래서 더 상상력이 확장되고 읽는 재미가 크다.
횡단보도 앞에서 여행가방을 든 저쪽 여자와 검둥개를 안은 이쪽 남자(CCTV의 기록)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무심히 지나쳐 버린 우리의 일상속에서 포착된 장면들...시인의 눈은 참 섬세하고
따뜻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잘 보이지 않는 것,
낮고 여린 것에게 향한 내 마음이,
녹슬지 않도록,
더 다정다감하게 어린이 곁에 동시 곁에 머물고 싶다
- 작가의 말 中-
동심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이지만 그 이면의 확장성이 더 흥미진진하게 다가오는 시어들에 그러한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더불어 시인의 마음에 기대어 마음이 정화되는 순간을 만끽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