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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거리 수사대 1 : 한양풍문기의 진실 ㅣ 사계절 아동문고 110
고재현 지음, 인디고 그림 / 사계절 / 2023년 11월
평점 :
흥미로운 정보와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다.
조선 시대에도 지금처럼 댓글이 있었다는 것과
한낮 풍문으로 떠돌다가 사라질뻔했던 사연에 누군가 주목하고
진실을 파헤쳐 억울함을 풀어 주었다는 점에서 현대를 돌아보게 한다.
정보 접근이 훨씬 쉽고 사실 파악이 분명한 사안임에도 진실을 파헤치기는커녕
축소 은폐하고 외면하는 이천년대의 현실이 씁쓸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이 그렇고 이태원 참사 또한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어났음에도
정부측의 해괴한 해명과 무책임한 대응에도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무관심한 태도가
만연한 요즘 아닌가. 그래서 더욱 이 이야기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억울하게 물에 빠져 죽게 된 가족들의 사연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땔감 도둑질을 은폐하기 위해 취약한 대상을 희생양으로 삼고 모면하고자 했던 마을 사람들의 행태가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지 조선 계급사회에서 그것도 노비의 신분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준 동지의 활약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이 책의 묘미는 그러면서도 불확실한 정보로 인한 부작용을 동지의 친구이자 상전인 연이의 입을 빌려 정확히 짚어주는 데 있다. 연이의 지적과 윤휘의 성찰은 그런 면에서 우리한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비인 연이를 비롯해 상인 계층인 연이, 공권력의 상징인 두태, 양반인 윤휘등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진실을 밝히고자 애쓰는 면면은 요즘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소위 민주주의를 이루었다고 자부하는 요즘 시대에도 금수저니 전관예우니 해서 진실보다는 자본의 위력이 더 큰 힘을 발휘하며 때로는 조선 시대 보다 더한 특권이 합법적으로 통용되는 요즘 시대였다면 저들의 활약이 빛을 발할 수 있었을까? 겸임 같은 범법자라 하더라도 거대 로펌을 등에 업고 부정 축재한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다면 감형받는 등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어서다.
책방 거리 수사대는 시대를 초월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면서 현재 우리의 모습 또한,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진실을 밝히는 데는 남자도 여자도 양반도 하인도 없다는 연이의 말과 단 한 사람의 온기 덕분에 소리 내어 울 수 있었고 비로소 살아 있음을 알릴 수 있었다는 동지의 말은 깊은 울림과 함께 우리의 현실을 더욱 곱씹게 한다.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억울한 그들에게 위로조차 되어주지 못하는 이웃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