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전시회 상상 동시집 26
강벼리 지음, 정마리 그림 / 상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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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집이지만 어른인 내가 읽기에도

공감되고 정서적 여운이 컸다.

 

시를 읽는 동안 노랫가락 하나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는데...

죽을 때 단 한 번 운다는 가시나무새를 소재로한

시인과 촌장의 노래 가사 또한

묘한 일치점이 있어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호기심을 자극하며 엽기적인 상상력을

유발할 것 같은 제목과 시어였지만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결핍과 외로움에 시달리다가

다른 존재가 되어 버린 아이들의 상처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첫 장을 펼치면 등장하는 인형의 집처럼 아이들의 내적 결핍을

정확히 짚어 내면서 묘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네가 사는 곳이

우리 집보다 더 차가워서 좋아

나도 이제

침대 위에서 잠들고 싶어

나쁜 꿈을 꾸더라도 말이야.

 

결핍과 소외로부터 비롯되었을 억눌린 아이의

욕망은 서글프기 그지없다.

 

타이틀인 요괴 전시회에선

 

도와주려고 하지는 마

의지하고 싶지 않아

다시 약해지는 건 싫으니까

자꾸

너한테 맛있는 냄새가 나.

 

언뜻 보면 도움을 거절하고 끝내 요괴가 되고자 한

아이의 이야기 같지만

다시 약해지고 싶지 않다는 독백에서

어설픈 동정과 도움 뒤에 찾아온 더 큰 실망과 분노가

스며들어 끝내는 요괴가 되어 버릴 수 밖에 없던

아이의 심연을 포착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어두운 심연만을 다룬 것은 아니다.

다양한 층위의 정서적 결을 섬세하게 짚어 내면서

많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시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결계를 뚫고 낯선 공간에 발을 들여 놓은듯한 느낌이 들게 되는데

신비로운 이 계를 떠돌다 마주친 낯선 존재가 실은 오래전부터 소외시키고 버려둔

유년의 편린임을 깨닫고 선뜩해지는 슬픔을 체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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