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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는 눈꽃펑펑치킨을!
지안 지음, 도아마 그림 / 시공주니어 / 2023년 12월
평점 :
언뜻 보면 소외 계층 아이들과 이웃의 온정을 다룬 이야기 같지만
이 책에는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크리스마스 특유의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를 현실적이면서
따뜻하게 풀어내었다.
크리스마스 특별식을 위해 치킨 쿠폰을 하나하나 모으는 아이들의 이야기와
눈썰매 타기가 간절한 시각장애 아동을 주인공으로 그 가족과 이웃들의
관심과 배려를 섬세하게 풀어내었다.
먼저 첫 번째 이야기. 치킨을 먹기 위해 쿠폰을 모으는 아이들
그런가 하면 먹방을 위해 차고 넘치도록 치킨을 주문하는 유투버.
이 극명한 대비가 한 건물에서 일어나는 일이란 걸 보면
공간적 배경인 빌라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맨 꼭대기에 사는 유튜버 몽땅씨. 건물의 주인이며 노란 스포츠카 주인이기도 하다.
반면 반 지하방에서 사는 주인공 아이들은 전형적인 서민 계층의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몽땅씨의 유투브를 보며 빈약하고 쓸쓸한 식사 시간을 채운다.
보통 이런 구도에서 등장하게 마련인 대립과 갈등의 클리셰를 지안 작가는
보기 좋게 비틀고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의 이야기로 승화시켰다.
대목인 크리스마스엔 쿠폰을 받지 않은 식당의 현실적 설정 또한
식당 주인의 선물로 소외된 이웃에 대한 따듯한 관심과 배려로 반전을 보여준다.
먹방 유투버 몽당씨의 왕팬이었던 아이들은 우연히 몽땅씨가 자신과 같은 빌라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되자 먼저 관심 갖고 손을 내민다.
매운 음식 먹방을 한 몽땅씨가 배탈 날 것을 우려한 아이들은 소화제도 건네고
자신들도 아껴먹는 워터 젤리도 건넨다.
아이들의 바람대로 치킨 먹방을 하는 몽땅씨는 아이들과 치킨을 나누며
다 함께 눈꽃펑펑 치킨 크리스마스 데이를 보낸다.
두 번째 이야기 ‘나는 백만 번이나 썰매를 탔어.’에는
평범하게 누릴 수 있는 일상과 썰매타기가 누군가한테는
간절한 염원이 될 만큼 평범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디테일하게 다룬다.
글을 읽다보면 시각장애 아이의 입장에서 간접체험 하는 느낌이다.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욕망을 자제하고
포기해야 했던 주인공은 자신의 마음을 썰매에 투영시킨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아이를 보다 보면
훈훈함을 넘어 뭔가 힐링이 되고 위로마저 받는 느낌이다.
아동뿐 아니라 주변의 어른들조차 아우르는 지안 작가만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왠지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