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렁 씨의 뒤죽박죽 만물상 - 나를 키우는 힘! 창의성 생각톡 무지개
임정순 지음, 박은애 그림 / 알라딘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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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성서의 한 구절을 떠오르게 한다.

이미 있었던 것 즉 그것이 후에 있겠고 이미 행한 것을 후에 다시 행하리니

해 아래에 새로운 것이 전혀 없도다.’(전도서 1장 9절)

 

주인공 민준이는 공부는 잘하지만, 친구들이 깡통 로봇이라고 부를 만큼

사고력이 경직된 아이다. 반면 민준이가 시기하고 질투하는 아이 기홍이는

창의력이 뛰어나고 유연한 사고 방식을 가진 아이다.

모둠 수업을 하는데 친구들이 끼워 주지를 않아 마음이 상했던 민준은

똑 소리나게 과제를 해서 아이들 코를 납작하게 만들고 싶었다.

간절한 마음이 통했던 건지 헐렁씨의 뒤죽박죽 만물상이라는

이상한 가게에서 마법의 도구 같은 초록 돌멩이를 얻는다.

그 덕분인지 학교에 간 민준은 전에 없이 독특한 발상으로 자신감을 얻고

친구들의 주목을 받는다. 그런데 구세주 같은 헐렁씨가 무섭게 돌변해

대가를 요구하면서 민준은 고민에 빠진다.

좌충우돌을 겪은 끝에 민준은 자신이 얻은 초록 돌멩이가 원래 자신의 것이었으며

자기 안에 내재 되어 있던 창의력의 싹을 자른 것이 할아버지의 차별 대우였음을

떠올리게 된다. 민준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는 독자들이 책을 통해 알아가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또한, 창의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남의 것을 훔쳐 새로운 것을 만들면 그게 뭐가 창조예요?”‘

라며 민준이 헐렁씨를 힐난하는데 타인의 발상과 아이디어를 가져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헐렁씨의 행태를 꼬집는 장면에서다.

그 유명한 헤리포터 이야기도 실은 오래 전부터 구전 되어 오던 나니아 연대기

어시스의 마법사같은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다면

창조의 범위에 들어갈 것이다. 문제는 남의 발상이나 설정을 가져 오면서도

자기 것으로 소화 시키지 못하고 뒤죽박죽 짜깁기하는데 그치고

스스로 합리화 시키는 뻔뻔함에 있지 않을까?

헐렁씨가 바로 그런 인물의 상징이 아니었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아무리 교묘하게 숨겼더라도 제 자식(작품)의 흔적은 알아보는 법이다.

그러니 적어도 남의 발상이나 모티브는 가져다 쓰더라도

먼저 선점해 졸지에 원작을 아류작으로 만들어 버린다던지

전혀 새롭지 않은 그러고 그런 소모품으로 전락시켜 버리고 마는

불상사는 피해 주는 게 예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언젠가 본 김재욱이란 블로거의 표절에 대한 언급이 인상적이었는데

겸허한 모방은 창조를 낳는다. 그러나 비양심적인 모방은 그릇된 열매를 낳는다.

그래서 표절은 아마도 모방의 패륜아쯤 되지 않을까 싶다.’고 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창작의 씨앗을 갈망하다 본 모습을 잃고 떠나게 된

헐렁씨 캐릭터는 특히 아이들에게 시사하는 점이 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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