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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군을 구한 뱃사공, 순생이 -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꾼, 동학 농민 운동 ㅣ 꿈초 역사동화 8
전세영 지음, 박철민 그림 / 꿈초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동학군으로 활동한 형을 둔 순생이를 통해서 당시의 시대 상황을 보여준다. 격변하는 시대 상황과 동학운동이라는 굵직한 사건을 배경에 깔고 있으면서도 어린 순생이의 시각을 담담하게 따라가면서 당시의 일상 속으로 어린이 독자를 이끌어 간다. 작가는 구한말의 암울한 상황을 확대해석해서 풀지 않았다. 그저 요즘 아이들이 또래라고 여길 수 있는 순생이와 형 지생이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농민들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 있었고 부패한 양반들의 횡포로 나라가 어떻게 위기에 처해 지는지 조망하고 있다. 양반들의 부당한 수탈에 항거하여 분연히 일어난 동학 농민 정신도 순생이가 접하는 소문과 불안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로 스케치 된다. 작가는 당시의 시대상을 직설적으로 들이밀지 않고 순생이의 가족사로 접근해 어린 독자들의 피부에 직접 와 닿도록 했다. 그리하여 순생이가 처한 처절한 현실은 바로 내 친구의 이야기처럼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기득권을 악착같이 지키려던 양반들이 끌어들인 일본군들에 의해 그들의 희망이 무참히 짓밟힌 대목에선 그 후의 참담한 역사적 사실과 지금 우리의 현실이 교차 되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커다란 슬픔과 좌절을 느꼈을 순생이 자신이 당장 할 수 있는 일로써 동학 정신을 이어가는 결말에서는 숙연함과 함께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평범한 아이 순생이를 통해서 풀어낸 이야기가 깊은 감동과 울림을 주어 큰 틀에서 다루고자 했던 동학 농민 운동을 아주 효과적이며 세련되게 풀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 국사 선생님이 우리나라에서 동학혁명이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났더라면 프랑스대 혁명과 같은 민주 공화정의 기틀이 되었을 거라고 한 적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그 말이 떠오른 것은 일본군의 개입으로 민중 혁명의 도화선이 꺼지고 끝내는 나라를 잃고 말았던 역사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동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제대로 된 민주 공화정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선 동학혁명 이후 삼일 만세 운동, 4.19 혁명, 5.18 광주 민주화 운동, 6. 29 선언을 끌어낸 데에 이어 2016 촛불 혁명을 이루어낸 저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동아시아 대표 국가인 한, 중, 일 중에 비록 분단 반쪽의 이남에만 해당하지만, 온전한 민주 공화정을 이룬 것은 우리뿐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과 일본의 정치 현실은 일당 독재에 가깝지 않은가. 이렇듯 동학혁명이 우리 민족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었음에도 그동안 소홀히 다루어진 데는 독재 정권을 비롯하여 기득권 세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이제라도 아이들의 교과서에서 동학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비중 있게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