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시프트 (2019년 1월 독서국민운동본부 추천도서) - 100세 시대 행복을 부르는 마법의 주문
최승우 지음 / 용오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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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초등학교 아이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기사를 접한 적 있다. 장래희망을 ‘부자’라고 답한 아이들이 많다고 해서 큰 충격을 받았었다. 국민소득 삼만 불 시대에 접어든 선대의 업적이 무한 경쟁이라는 짙은 그늘을 드리운 탓이라고 치부해 버리자니 씁쓸했다. 우리가 자랄 땐 그래도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살아 있었다. 그런데 90년대 IMF와 2000년대 금융위기사태로 비롯된 집단적 공포로 각자도생이 우선시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일반인들이 어렵고 껄끄럽게 여겨온 경제학과 돈을 매개로 삶의 문제에 접근했다는 점이 신선했다. 저자가 평생 몸담아 온 금융 경제 분야의 지식을 바탕으로 삶에 대한 철학과 성찰을 풀어간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책 제목인 다운시프트라는 말도 낯설고 저자의 이력으로 봤을 때 어려운 경제학 용어에 기가 질리는 건 아닐까 걱정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기우였다. 이 책의 장점은 가독성이 매우 좋다는 거다. 더욱이 나처럼 금융 경제에 문외한인 사람도 쉽게 접근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각 장의 단락별 꼭지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명언을 비롯해 내용을 풀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녹여낸 저자의 해박한 상식을 접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돈에 대해 그저 막연히 필요악이라고 여겼던 나의 무지와 편견을 일거에 깨트리고 돈에 대한 성찰, 더 나아가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설계하고 노년을 맞을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가 되어 준다. 특히 제3장 첫 번째 단락 ‘돈은 신용과 인격의 거울’이 인상적이었다. 재무 설계사들이 고객에게 투자나 은퇴 설계 제안서를 작성해 주기 전에 고객의 재무 상태를 먼저 분석하는데 고객의 재산부채상태 표와 현금흐름표를 작성해 이 두 가지 재무제표를 보면 돈과 관련된 고객의 인격이 어떤지 알 수 있다는 거다. 돈을 어떻게 버는지, 투자에 대한 태도는 어떤지. 어디에 돈을 쓰는지, 무엇을 위해 쓰는지, 위험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 등 한마디로 돈의 수치 속에는 인격을 비추는 거울이 들어 있다는 거다. 돈을 벌 때는 시장의 공정한 게임 법칙을 지키면 되지만 쓸 때는 각자의 도덕적인 가치관이 개입된다는 것과 돈에 대한 고정관념을 끄집어내어 없애는 것이 성숙한 돈을 향한 첫걸음이라는 말에 새삼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경제학과 돈을 소재로 이토록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것에 놀랍고 철학적 사유와 깊은 성찰에 이르게 한다는 점에선 여느 문학작품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한다. 여담이지만 얼마 전 끝난 화제의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등장한 부부 중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커플은 ‘우양우’ ‘오나라’였다. 그 잘난 서울대 의대 출신임에도 우양우는 근의 공식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인 오나라를 무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무지함조차 사랑스러운 듯 따뜻하게 보듬으며 화목한 가정을 이룬다. 문득 이 책이 그동안 경제학이나 돈에 대해 무지했던 나 같은 독자조차 무시하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이끌 만큼 친절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언급해 보았다.

결국, 이 책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옆의 사람, 더 나아가 세상과 관계를 맺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심도 있게 짚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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