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지금 현재 우리 사회의 최고의 화두가 아닐까 싶다.
부모세대들이 아스팔트 세대라면 요즘 아이들은 아파트 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 요즘 아이들에게 다른 주거 환경이 상상이나 될까 싶다.
‘나의 사직동’이라는 그림책을 보면서 추억이 서린 곳이 아파트를 짓기 위해 철거되고 나대지가 되었을 때의 당황스러움을 험했던 나로서는 ‘나의 사직동은 이제 없습니다.’라는 마지막 문장에 깊이 공감했었다.
추억이 서린 장소, 골목 곳곳이 사라지고 협소한 땅으로 변해버린물리적 공간의 변화에 허전함을 넘어서 분노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도 같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도시 아이들은 아파트에서 나고 자라고
아파트가 허물어진 자리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는 경험을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주거 공간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아파트의 역사가 그렇게 깊은지 몰랐었다. 아파트의 세계사와 한국사를 다룬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파트를 키워드로 다양한 문명과 역사에 접근하고 우리나라의 근 현대사를 망라한 이야기를 집대성한 기획력에 감탄했다. 무엇보다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 정보를 아이들 눈높이에서 탄탄한 문장으로 풀어낸 작가의 역량에 놀라게 된다. 여행 가이드가 안내하듯 자연스레 풀어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다양한 문명과 문화권의 역사와 인간의 삶을 접하게 된다.
우리나라에 이르러서는 세대를 아우르는 현대사를 조망하게 된다.
꼭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지식 정보뿐 아니라 우리 사회 일부 지역에서 재테크 수단으로 왜곡된 가치를 갖게 된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우리 삶도 돌아보게 된다.
다 읽고 나니 표지의 ‘아파트 최선의 주거 양식일까?’ 라는 질문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