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담임 선생님은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는 표정으로 수미를 바라보았고 수미는 그때부터 그 사람이 전혀 무섭지 않고 우스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너를 겁줄 수 있고 나는 너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을 학생에게 대놓고 드러내는 사람이 정말로 우스웠다. 하지만 우스워하면서도 수미는 알고 있었다. 우스운 인간이지만 정말로 자신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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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수는 있어도 없었던 것으로 돌이켜놓을 수는 없지 싶었는데, 경찰서에 다녀온 후에는 헤어진다거나 돌이킨다는 것이 모두 발음만 있고 실체가 없는 말의 껍데기처럼 느껴졌다. 군

석양에 그림자가 늘어졌다. 이춘갑의 그림자가 이춘갑을 따라서 먹었다. 이춘갑은 먹는 그림자를 들여다보면서 먹었다. 그림자에도 젓가락이 있었고 움직이는 입이 있었다

남은 세 달이 졸처럼 달려들 것임을 오개남은 알았다.

개가 한밤중에 갑자기 우우, 울 때 오개남은 자리에서 뒤척이며 자신이 개의 주인이 아님을 알았다.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데, 아무도 없다는 것이 본래 그러한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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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상한 고물을 긴(강낭콩과 고구마를 삶아 으깨어 밤 따위를 넣은 단 식품)이라고 부르자지게 주인이 얼마나 비싸고 귀한 반찬인지를 묻고는 한 공기에 54팔았다. 된장국 찌꺼기는 인기 만점이고 쉰밥도 부족하다.
아아, 이 기이한 행태가 현실이라고 하면 누가 믿을까. 진정으로말하지만, 잔반 파는 일은 작더라도 단연코 인명 구조의 일환이 - P50

자선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파렴치하다고 할진 몰라도 상한 밥과 쉰 된장국, 즉 돼지 사료나 밭에 줄 거름을 불가피하게 돈 받고파는 지경에 처하기도 한다. 빈민 구제를 외치면서 풍악을 울리고,
자애로운 은혜를 베푼다는 명분으로 지체 높은 사람들이 세운 기치가 정녕 도덕이고 자선인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 P51

질적인 도움도 절실하지만, 궁지에 몰린 헐벗은 이들에게는 직접적인보살핌과 즉각적인 도움이 시급하다. 즉, 가난한 사람의 가려운 곳을긁어주려면 기부하는 사람은 옷가지보다는 음식, 쌀보다는 밥을 줘야 옳다. 그래야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2~3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달려가서 그 생필품을 타다가 위급한 상황을 막는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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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유한한 인간이 불멸을 얻어 내는 유일한길이다. 그 빠지는 대상이 나보다 더 크기에 기꺼이 나를 바치는 것이라면 천국에 오르는 계단이 될 수도 있고, 그것이 나 자신을 잃고 노예가 되는 것이라면 지옥의 문 앞에 서는 행위일 수도 있지만 또한 누가 알까.
내가 천국이라 믿은 곳이 사실은 누군가의 지옥이고,
누구나 지옥이라 말하는 곳이 나의 천국이라는 사실을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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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세태에 무지몽매하거나 세상 돌아가는 형편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 P18

우리는 보여질 뿐 통제력은 없다.
접촉을 원하면서도 접촉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나약함과 친밀함을 느끼고 표현하는 능력이 있는 한 우리에게 아직 기회가 있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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