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 - 코펜하겐 삼부작 제3권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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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의 내면에 불안을 관찰하는데 있어 독보적인 능력을 가진 작가로 자기매김"한 토베의 자전적 소설, <의존> 을 읽으며 사람들의 불안한 원인은 다르지만 다양한 불안 속에서 사는 인간들의 내면으로 연결지어 본다.

그가 불안했던 원인은 '정착'할 줄 모르는 그의 사랑의 욕망,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삶의 태도, 채워지지 않는 어떤 것을 약물로 채우려했던 나약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펜하겐 삼부작 2,《청춘》에서 토베는 글쓰기의 열정을 보였고, 출판을 위해 용기를 냈다. 그리고 작가이자 비평가인 비고 F. 묄레르와 만나면서 문학계로 진출하게 된다. 이어 <의존>의 첫장면은 비고 F와의 무미건조한 결혼생활로 시작된다. 작가로서의 토베의 삶은 순탄한 편인가. 하지만 작가가 아닌 토베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비극적인 여성작가의 삶"으로 마무리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삶을 그는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냉정함으로 일관하여 자신의 결점과 삶을 글로써 남겼기 때문이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독자의 몫일테지만, 자신의 삶에 어떤 원망이나 자책도 없이 미화시키지 않고 써냈다는 것이 가치롭게 느껴진다.

토베는 작가로서 인정받았고 유명해졌음에도 어떤 타인의 시선에도 신경쓰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어떤 윤리적인 것으로부터도 자유롭다. 거기에서 나는 작가의 문제의식을 읽었고, 나는 나의 삶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인식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는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대해 질문해 보았다.






 

 

토베 디틀레우센는 "젊음 그 자체는 그저 덧없고 연약하며 잠시뿐인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통과해야 한다. 젊음에 그 밖의 의미는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한다. 그가 통과한 그의 젊은 시절, 청춘은 "당장이라도 없애 버리고 싶은 하나의 결함이자 방해물에 지나지 않"는다.

'젊음', '청춘'에 대한 그의 생각이 인상적이다. <어린 시절>이 그러했듯 <청춘> 역시 내 인생의 한 시절, 통과해야만 하는 시간일 뿐이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토베, 가난한 여성 노동자의 신분으로 살아간다. <어린 시절>부터 단 하나의 꿈, 시인이 되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토베는 쓴다.

 

준비된 자라고 할 수 있을까? 기회가 올때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 그리고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 것, 그렇게 시인이 되었다.

 

토베의 데뷔작,

 

네 작은 목소리를 들어 보지 못했어

네 창백한 입술은 내게 미소 지은 적도 없지

그리고 네 작은 두 발의 발길질

그건 내가 영영 볼 수 없는 일

 

글은 너무나 담담하고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관찰자의 시선으로 보여진다. 그 시선이 좋았고, 편하게 읽히지만 여운은 오래 남는다. 누구나가 느꼈을 감정 속에서 어떤 가치를 발견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내가 겨우 스무 살이라는 걸, 그런데 마치 한 세대 동안이나 결혼 생활을 해 온 듯 느껴진다는 걸. 이 녹색 공간 너머에 있는 삶들은 나를 지나쳐, 다른 사람들을 위해, 마치 케틀드럼과 톰톰 소리에 맞춘 듯 바쁘게 달려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겨우 스무 살밖에 안 됐지만 나의 매일은 먼지처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내 위에 내려앉는다. 어느 하루는 다른 모든 날들과 닮아 있다.
- P12

이제 가을이고, 나는 목에 오실롯 털가죽을 댄 검은 코트를 입고 숲속을 이리저리 걸어 다닌다. 내 세계가 다른 여자들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느낀 나는 동행 없이 혼자 걷는다. 그들과는 식사 시간에 그저 피상적인 대화만 나눌 뿐이다.
- P44

"이제 우리는 아버지고, 어머니고, 아이고, 그렇네요. 정신적인 보통 가족이 됐어요." 그러자 에베가 묻는다. "왜 정상적인 보통 사람이 되고 싶어 해요? 당신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데." 그에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사람이 되는 건 내가 기억하는 한 아주 오래 전부터 내가 원해 왔던 일이다.
- P81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거기 있다. 우리는 춤을 추고 축하를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이 역사적인 사건은 내 의식 속에 정말로 스며들지는 않는다. 나는 언제나 어떤 일이 일어나고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것을 정말로 경험하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를 살아가는 일이 거의 없다. 우리는 등화관제 커튼들을 뜯어내 갈기갈기 찢어질 때까지 짓밟는다. 우리는 행복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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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 코펜하겐 삼부작 제2권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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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 디틀레우센는 "젊음 그 자체는 그저 덧없고 연약하며 잠시뿐인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통과해야 한다. 젊음에 그 밖의 의미는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한다. 그가 통과한 그의 젊은 시절, 청춘은 "당장이라도 없애 버리고 싶은 하나의 결함이자 방해물에 지나지 않"는다.

'젊음', '청춘'에 대한 그의 생각이 인상적이다. <어린 시절>이 그러했듯 <청춘> 역시 내 인생의 한 시절, 통과해야만 하는 시간일 뿐이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토베, 가난한 여성 노동자의 신분으로 살아간다. <어린 시절>부터 단 하나의 꿈, 시인이 되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토베는 쓴다.

준비된 자라고 할 수 있을까? 기회가 올때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 그리고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 것, 그렇게 시인이 되었다.

토베의 데뷔작,

네 작은 목소리를 들어 보지 못했어

네 창백한 입술은 내게 미소 지은 적도 없지

그리고 네 작은 두 발의 발길질

그건 내가 영영 볼 수 없는 일

글은 너무나 담담하고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관찰자의 시선으로 보여진다. 그 시선이 좋았고, 편하게 읽히지만 여운은 오래 남는다. 누구나가 느꼈을 감정 속에서 어떤 가치를 발견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나는 어린 시절에 내가 두려워했던 것이 하나 떠올린다. 착실한 숙력공. 나는 숙련공에 대해서는 아무런 거부감이 없지만, 미래의 모든 밝은 꿈을 가로막는 건 ‘착실한‘이라는 단어다. - P22

우리 아버지와 크로그 씨는 나치들 자신이 그 불을 지른 거라고 하는데, 내게 어떤 의견이 있다면 그 둘과 같은 의견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는 겁이 난다. 마치 세계라는 대양의 거대한 파도들이 작고 연약한 내 배를 언제든 위집어 버릴 것만 같다. - P42

어머니는 그저 다른 사람들의 내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느지에 대해 철저히 무지할 뿐이다. - P70

나는 내가 왜 사람들을 거의 참아 내지 못하는지,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야 내가 기꺼이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 P78

(...), 스페인에서 죽게 될 잘생긴 청년에 대해 생각한 다음, 괜찮은 시 한 편을 쓴다. 그 시의 제목은「내 죽은 아이에게」이고, 쿠르트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그래도 나는 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 시를 쓰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 P115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는 내가 아닌 인간 존재와의 깊은 친밀감을, 사랑이라고 불리는 그것을 갈망하기 시작한다. 나는 사랑이 뭔지 모르면서 사랑을 갈망한다. - P144

사무실에서의 급한 일들, 선술집에서의 저녁, 집까지 데려다 주는 젊은 남자들, 그리고 나치당원인 집주인 여자가 있는 내 추운 방. 이 삶에 주어진 위안이라고는 한 줌의 시들뿐인데, 그것들은 시집으로 묶기엔 아직 편수가 충분치 못하다. - P188

오늘 밤은 이 책과 단둘이만 있고 싶다. 이 일이 내게 얼마나 큰 기적인지 정말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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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뤼아르 시 선집 을유세계문학전집 121
폴 엘뤼아르 지음, 조윤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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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엘뤼아르, 양차 대전의 시기에 병약한 몸이지만 참전의 경험을 하고, 여러 운동에 앞장서며 변화하는 자신의 내면의 감각을 시로 표출한 시인, 20세기를 살아낸 작가들에게는 그들의 삶에서 들려오는 특별한 목소리가 있다.

폴 엘리아르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의 시에 조금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그가 내는 여러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자유와 사랑을 노래한 시인"이라는 수식어는 그의 삶의 태도와 사상, 시에서 표현되는 저자의 문제의식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엘뤼아르의 시, 「자유」는 처음 읽는 나에게도 감동을 주었다. 이 시는 전쟁 중 절망과 고통을 겪는 당대 사람들에게 정신적 위안을 주었고, 현대를 사는 나에게는 자유에의 의지에 대한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이 시는 1942년 발표된 시집『시와 진실』에 수록되어 있다. 엘뤼아르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프랑스 점령에 저항하는 레지탕스 운동을 전개하면서 쓴 것으로, 투쟁과 희망 그리고 삶과 자유에 대한 찬사이다. 이 시는 유럽 전역에 번역되어 희망의 메시지로서 라디오나 낙사한을 통해 폭넓게 배포된 작품이라고 한다. 원제목은 '단 하나의 생각'이며, 이 시로 엘뤼아르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엘뤼아르는 저항시인이기도 하지만 초현실주의 시인이라 그렇게 쉽게 읽히지 않는 시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과 의식의 흐름대로 나의 의식을 맡기며 시의 구절 구절을 음미하듯 읽혔다.

"단 하나의 생각", "자유"를 향한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졌고 그 시를 읽는 당대 사람들 역시 함께 그 마음을 나누지 않았을까. 그 마음에 동요되는 시.

세계고전문학, '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시'라는 장르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엘뤼아르 시 선집》은 그가 살아낸 시대의 배경과 그가 경험한 것들의 메타포들로 '소설'과는 다른 방식으로 나의 인식의 창을 넓혀 주었다.


"시인은 영감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영감을 주는 사람이다"라는 그의 말대로 한 명의 독자인 나는 그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엘뤼아르 시 선집》을 읽는데 『해설』부분이 큰 도움이 되었고, 개인적으로는 '폴 엘뤼아르'에 관한 문학 강의를 듣고 싶어졌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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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 코펜하겐 삼부작 제1권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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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덴마크 작가, 토베 디틀레이센의 자전적 에세이다.

그녀의 생에 한 시절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 솔직하고 간결한 문장 속에는 인간의 내면에 불안, 두려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녀의 강인함과 자신의 꿈을 향한 의지도 느껴졌다. "어린 시절은 관처럼 좁고 길어서, 누구도 혼자 힘으로는 거기서 나갈 수 없다."는 저자의 말처럼 그녀는 힘들었지만 그 길을 빠져나와 우리 독자와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집에서 태어나 어머니의 사랑을 갈망했던 어린 소녀, 오빠와 자신을 비교하게 하는 구조 속에서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신비로운 사람을 기다리는 어린 토베, 언어 능력에 특출한 재능과 섬세한 감수성을 가졌지만, 자신에게 놓여진 환경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던 소녀의 어린 시절, 이러한 결핍이 주는 시련 속에서 작가적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아니 에르노가 그러했고, 뒤라스가 그러했으며, 콜레트도 그러했다.

여성이기에 어머니로부터의 영향력이 컸을까?

여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은 어떻게 인식해야할까?

그녀들의 글에 공통점은 '슬프다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을 따라 자신의 역사를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어린 시절, 소녀의 모습에도 여리고 약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은 존재로 다가왔다.

김소연 시인의 말처럼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 여성의 이야기가 우리에겐 더 많이 필요하다."

가족의 영향력이 대물림이 된다는 통념이 적용되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저자의 어린 시절을 마주하며 나의 어린 시절을 회상해보게 되고, 가족 안에 나의 모습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나의 어린 시절과 엄마인 지금의 '나'를 넘나드며 이 작품을 마주했다.

우리는 그 시절 무엇이 가장 소중했고, 무엇을 원했는지, 그리고 나는 그 시절을 담담하게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을지. 그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생각으로 꼬리에 꼬리는 문다.


저자는 솔직하다. 솔직할 수 있다는 것, 꾸며내지 않고, 미화하지 않은 나의 이야기를, 나의 언어를, 나의 세계를 글로 쓴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또 다시 질문하고, 생각하게 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이야기 자체로 페미니즘 문학이 된다!




* 출판사로부터 책 제공을 받아 쓴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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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2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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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파친코2 / 이민진 글.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



✍️시대의 비극, 제국주의 일본의 전쟁범죄의 모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 역사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보다 직접 관여하지 않고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아직도 과거의 만행들을 음폐하고 왜곡하는 그들을 보며 역사의 사실을 제대로 알고 인식하는 것부터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역사에 관심을 더 많이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파친코 2권에서는 선자의 아들 노아와 모자수의 이야기,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까지 4대에 걸친 가족의 서사가 이어진다. 1권은 일제강점기의 조선인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2권에서는 일본으로 떠난 조선인들의 삶의 모습, 어떤 대우를 받고 어떻게 삶을 이어가는지에 대한 모습들이 그려진다. 차별과 멸시 속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 비틀거리고 쓰러지지만 끝까지 묵묵히 살아내 온 이 가문의 단단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1편에 이어서 나는 또 선자에게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자라는 인물을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그녀가 선택한 삶의 모습은 그야말로 척박하다. 그녀가 선택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선택지의 삶의 모습은 그와 반대였을 것이다. 한수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고, 아들 노아 역시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의 선택이 잘못된 것일까!

사랑하는 여인으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선자가 선택한 방식은 다르다. 선자는 일본에 아내가 있는 한수를 용납하지는 못하지만, 아들 노아를 와세다대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한수의 도움을 받는다.

자신의 삶에서는 한수를 거부하지만 노아의 삶에 있어서는 그럴수 없었던, 일본에서 조선인으로 살면서 "어렸을 때부터 줄곧 노아의 교사들은 '당신네 나라의 자랑거리'라고 말했고", 언제나 열심히 노력하는 노아를 위한 선자의 선택이 잘못된 것일까?

선자는 어떻게 거절할 수 있었겠는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도, 달리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선자는 항상 노아의 삶에 한수가 끼어들까 봐 두려웠다. 그 돈 때문에 노아가 한수에게 얽매이게 될까? 하지만 돈을 받지 않을 수 있었을까?/p.107

그런 선자에게 한수의 정체를 알게 된 노아는 "당신. 당신이 내 삶을 빼앗았어요. 난 더 이상 내가 아니에요."/p.113라고 말하고, 떠난다!

선자의 두 아들, 노아와 모자수, 그들의 삶의 방식은 달랐다.

조선인, 일본인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 살고 싶어하는 노아, 그래서 규범과 질서을 잘 지켜서 일본인의 눈 밖에 나고 싶지 않은 노아, 착한 조선인이 되고 싶었던 노아는 일본 사회에 순응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인다.

그런 반면 모자수는 착한 조선인이 되는 것에 관심이 없다. 일본어 배우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다만 약자들을 일반화시키는 시선들을 싫어한다. 자신을 더럽고 천한 조선인이라고 놀리는 아이들에게 주먹으로 대응한다. 그리고 모자수는 폭력적인 차별의 장소, 학교를 가지 않고 파친코로 출근하게 된다.

신념이 다른 두 인물들의 인생길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생각할 지점들이 많았다.


노아의 선택,

노아가 떠난지 16년 후 선자는 노아를 만나게 되고, 노아 역시 모자수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것에 놀란다. "더러운 업계에서 일하는 조선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던 노아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소설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였다. 일본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야했던 재일조선인들, 하지만 이방인인채로 남겨지길 원하지 않았던 노아, 노아의 선택이 이것과 연결될 수 있을까.

"전 이 더러운 업계에서 일하는 조선인이에요. 야쿠자의 피가 흘러서 어쩔 수 없나 봐요. 결코 그 사람의 피를 씻어낼 수 없어요." 노아가 소리 내어 웃었다. "제가 받은 저주죠."/p.218


《파친코》, 파친코 사업은 재일조선인이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또한 일본인들이 가장 천하게 여긴 일이기도 했다. 두 아들은 다른 방식의 삶을 선택했지만 결국 파친코에서 일을 하게 되는 스토리 전개에서 파친코의 의


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파친코는 차별과 멸시, 가난과 폭력 속에서 삶을 이어가야만 했던 재일조선인들의 희망이고, 그들이 설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동시에 재력을 가졌음에도 그들이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선자, 양진, 경희! 이 세 여성이 보여준 공감능력과 연대의식은 시대를 불문하고 묵직하고, 따뜻하게 다가오는 여성들의 서사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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