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이름 붙이기 - 마음의 혼란을 언어의 질서로 꿰매는 감정 사전
존 케닉 지음, 황유원 옮김 / 윌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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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메르시어의《언어의 무게》를 읽고 난 후 발견한 신간! 책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언어의 무게》에는 ‘모든 것은 이름이 불리고 이야기된 후에야 실제로 존재했다’ ‘언어로 이해해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고 믿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생과 죽음의 기로에 섰을 때 여러 단어를 머릿속으로 되뇌며 정신이 온전한지 강박적으로 점검한다. 자신의 언어를 찾기 위한 여정을 보여주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다.

나만의 언어를 갖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가능할까. 그것이 왜 필요할까. 많은 질문을 만나게 했다.

어쩌면 위에 질문을 가진 나로서는 자연스럽게 책, <슬픔에 이름 붙이기>를 읽게 된건지도 모르겠다.



"언어는 우리의 인식에 너무나도 근본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언어 자체에 내장된 결함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를테면 우리가 사용하는 어휘가 시대에 몹시 뒤쳐져서 더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설명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우리는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우리는 우리의 말이 이해되는지 결코 확신하지 못한 채 우리의 대화에서 기이한 공허함만을 느낄 것이다." | p.16




언어 예술가 존 케닉은 불완전한 언어의 빈틈을 메우고 싶다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겼다. 그렇게 12년이 걸려 탄생한 감정을 표현하는 신조어들의 목록이 <슬픔에 이름 붙이기>이다. "정의하지 못할 만큼 모호한 슬픔은 없다"고 말하며 감정들에 이름을 붙히는 작업을 한 작가가 위대하게 느껴진다.



✔️ 필사를 부르는 책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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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 알려진 혹은 비밀스러운
라데크 말리 지음, 레나타 푸치코바 그림, 김성환 옮김, 편영수 감수 / 소전서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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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같은 카프카의 작품들은 독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 혼란함을 어렵게 느끼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오며 책을 덮어버릴지도 모른다. 우리가 인생의 중요한 부분들을 덮어버리고 살듯이. 그것은 생각하며 질문을 던지는 삶에서 멀어짐을 의미할 수 도 있다. 카프카 문학은 어느 것 하나 쉽게 설명하는 부분이 없다. 생각을 너머 사유의 영역으로 그의 문학과 함께 빠져들어야 가능한 부분들이 존재한다. 모든 문학작품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세계고전문학작품은 작가의 삶과 작품의 배경을 공부하지 않으면 작품의 줄거리만 읽게 되는 표면적인 독서를 하기 쉽다. 문장과 행간에 숨겨진 작가의 문제의식을 파악하고 나만의 해석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공부가 병행되어야 한다. 그 길에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카프카 문학이 어렵게 느껴지고, 카프카에 대해 궁금하다면 《프란츠 카프카: 알려지지 않은 혹은 비밀스러운》책을 추천한다.

이 책은 프란츠 카프카 사후 100주기를 맞아 소전서가가 출간한 그래픽노블이다. 체코 출신 시인 라데크 말리와 일러스트레이터 레나타 푸치코바가 작업했다. 또한 전 한국카프카학회 회장을 역임한 편영수 교수의 전문적인 감수를 통해 독자들이 카프카를 정확히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인간 카프카와 작가 카프카의 경계를 허물며 카프카 문학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본질적인 카프카는 이 세계와 갈등을 겪었고, 세계는 여전히 그와 갈등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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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어휘력 (양장) - 말에 품격을 더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힘
유선경 지음 / 앤의서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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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어휘력> / 유선경 지음 / 앤의 서재




  오랜만에 읽은 인문학 에세이, "어휘력"이라는 키워드에 이끌려 선택한 책이였다. 나는 독서토론을 자주 하게 되면서 사용하는 어휘의 한계와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머릿 속에 멤도는 생각들을 글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무엇이 중요한지는 어렴풋이 알겠는데 '어떻게'에서 막혔다. 그 지점에 만난 책, <어른의 어휘력>은 나에게 '어떻게'에 대한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고, 어렴풋이 느꼈던 지점들을 명확하게 정리해 주었다. 또한 나의 머릿속에만 있던 생각들을 작가가 대신 적확한 "텍스트와 콘텍스트"로 설명해주었다. 후련한 기분까지 든다.

  작가가 "일곱 살 때부터 멈춘 적 없는 것은 책 읽기와 글쓰기, 세상구경"이다. 책읽기와 글쓰기의 힘, 그리고 세상과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어휘력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나가는 방식과 작가의 말과 어휘에 감각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였던 이유가 아닐까. 가독성이 좋으면서 훅 들어오는 깊이 있는 문장들, 철학과 문학, 신화, 주입식 교육, 사회적 문제 등 다양하게 연결지어 사유하는 작가의 인문학적 소양에 반했다.

  "전깃불 하나 들어오지 않는 어둡고 추운 텅 빈 방 같은 영혼에 프로메테우스의 축복을 받은 것처럼 환하게 불이 밝혀져 따뜻해지고 생기 도는 순간이 있다. 거기엔 늘 사람의 '말'이 있었다."/p.139 

  말의 소중함은 말해 뭐하겠는가. 하지만 너무 쉽게 소비되고 있지 않은가. 저자는 어휘력이 부족해지는 이유를 근원부터 파악하고 단순히 어휘를 늘려서 어휘력을 향상하는게 아니라 인간에 대한 관심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그것과 연결될 거라고 말한다.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글에서 얻을 팁도 많다. 기본 문장 구조와 주어의 중요성, 글을 쓸때의 자세, 승자독식의 어휘에서 벗어나는 방법, 적재적소에 다채롭게 사용할 수 있는 형용사 찾는 방법, 자료와 근거 활용법(컬럼으로 예시들어준 부분 ♡)등. 그리고 가장 중요한 '생각의 충만함'!!! 

  문학에세이 강의를 들으며 에세이를 쓸 때 느꼈던 부분, '아직 마음속 생각이 충분하지 않구나.'/p.151 였고, "공부"가 부족했던 나, "파고들 자신도 시간도 없"었던 그때의 나를 되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뭐, 너무 좋았구나! 에세이 잘 안읽는 내가 왜 이렇게 좋았나 생각해보니, 역시 작가의 글에서 느껴지는 깊이감, 간결하지만 단단함이 느껴지는 저자만의 문장, 어휘와 말, 글에 진심이신 작가의 모습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인것 같다. 책에 "안표"를 너무 많이 붙혔나... ㅎㅎ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독서법, "필사"를 해야겠다! 그리고 "글맛"의 경험을 쌓아야겠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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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 그린 - 버지니아 울프 단편집
버지니아 울프 지음, 민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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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버지니아 울프를 좋아한다. 나는 울프의 생을 문학강의를 통해 듣거나 작가연보를 본 것으로 알 뿐이지만 이해와 공감이라는 감정을 배제하고 울프가 글을 써간 방식과 실천가로서의 면모를 존경한다. 그리고 울프의 작품을 사랑한다. 

  처음 읽은 울프의 작품은 <등대로>였다. 이어 <자기만의 방>을 읽었고, 이후 시간을 두고 <댈러웨이 부인>을 읽었을 때 나는 감탄을 했다. 그리고 <디아워스> 영화를 보고 다시 한번 울프에게 빠졌다. 최근 읽은 <존재의 순간들>에서는 존재와 비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푸르스트와 연결되는 사유 지점이라 반갑고 놀라웠다. 울프의 작품들을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자전적인 소설 <등대로>를 읽어서 인지 울프의 에세이는 울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글로 느껴졌다.

  이번에 읽은 작품은 버지니아 울프의 단편집 《블루&그린》 이다. 울프는 사망 직전까지 50여 편에 달하는 단편 소설을 썼으며, 《블루&그린》은 지금껏 소개되지 않았던 스케치글을 포함하여 총 18편의 보석 같은 최고작을 엄선하여 담았다.

  나는 울프의 글이 우리의 삶과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울프는 일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력과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멈추지 않은 작가이다. 그리고 '자기 주변의 세계를 면밀히 의식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삶의 방식이라고 지적'한 것처럼 존재하는 순간들에 대한 글을 쓰고자 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자세히 묘사할 수 있을까. 나의 의식에 흐름을 따라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울프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나의 의식마저 출렁이며, 흐르는 느낌이 들고, 타이머신을 타고 어디론가로 순간 이동하는 기분도 든다. 그렇게 시간의 연속성을 깨고 내가 있던 어느 순간이라도 의식의 흐름에 따라 떠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삶을 이룬다. 

 "울프의 단편선들은 그가 살아가던 시대의 삶의 현실을 담아내기 위해 울프가 시도한 다양한 실험을 한눈에 보여주는 멋진 전시장"이라는 해설가의 말처럼 다채로운 울프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단편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울프의 장편소설을 읽기 전에 읽어도 읽은 후 읽어도 좋을 작품집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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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 쿠쉬룩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1
서윤빈 외 지음, 전청림 해설 / 열림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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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림: <쿠쉬룩>




서윤빈 • 서혜듬 • 설재인 • 육선민 • 이혜오 • 천선란 • 최의택 | 열림원

나는 최근 1990년대와 그 이후의 한국 단편소설을 비평과 함께 읽고 나누는 모임을 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은 단편작품이여서 호기로웠다. 단편소설이라 쉽게 생각했던 것이다. 분량만 짧을 뿐인데 말이다. 

열림원에서 출판한 림LIM 젊은 작가 신작 단편집 시리즈 첫 번째 작품, <쿠쉬룩>은 "남겨진 마음 사이를 꿰뚫고 지나가는 일곱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 꾸준히 단편작품을 읽어오고 있고, 이번에 만난 <쿠쉬룩>을 읽으며 느낀 것은 단편소설 작가는 작품 속에서 자신을 숨기고 독자로부터 결론을 끌어내게 만드는 것 같다. 또한 단편소설 속 여백이 남기는 여운이 그 여백을 채우고 싶게 한다. 

<쿠쉬룩>의 일곱편의 단편작품들은 다양한 시선들로 생각할 지점들이 많았다. 
세상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면 내가 너무 과거에 머물러 있었거나. 고전작품들에서 찾는 보편적 가치들과 현대와 미래를 넘나들며 이야기하는 작품의 세계는 또 결이 다른 것 같다. (하지만 또 만나는 지점들이 흥미롭고) 인격AI와 인공지능, 비인간과 공존하는 세계, 현재이기도 근미래이기도 한 이야기 속에서 작가가 전하는 메세지는 특별했다. 진짜와 가짜의 삶, 과거-현재-미래의 선형적 시간 관념이 깨는 시선 등. 

「쿠쉬룩」은 마인드 업로딩 시스템에서 일하는 엔릴이 신경 네크워크에서 "증발"한 언니를 찾는 이야기다. 여기서 "증발"한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가 선택해서 "각자가 만든 세계"에 갇힌다. 그들의 선택에 사회의 구조적인 것들이 작용했고, 엔릴의 언니는 엔릴을 엄마 대신 돌보는 돌봄의 의무를 가지고 과거에 매여 있는 인물이였다.

"나를 찾으러 여기까지 온 거니? 기특도 해라."
"언니는.... 언니가 아니잖아."
"너는 아직도 거짓을 더 바라는구나."/p.173

"증발한 이들의 삶은 가짜보다 더욱 가짜 같은 진짜였을 수 있다"는 해설의 말이 와닿았다.

마인드 업로딩이라는 시스템과 거기서 자발적이고 의도적으로 증발하는 사람들, 그들의 선택을 어떻게 봐야할까? 그들의 진짜 삶은 어디있는 것일까? 나는 '마인드 업로딩(정신 전송)'이라는 단어부터가 생소했고, 많은 의문점이 생기는 지점이기도 했다. 

그 외 작품 중 인격을 가진 AI 연화 스토리,「마음에 날개 따윈 없어서」도 흥미롭게 읽었다. 기존의 나의 독서 장르와는 좀 달라서 시선했다. 
많은 독자들이 공감하며 읽을 것 같은 작품은「영의 존재」, 「이십 프로」, 「하나 빼기」이다.

/

인간은 보통 그렇게 생각하나요? 사랑이 틀어지면 상대를 죽여버리고 싶다고?/p.37

"아무도 찾지 않으면 그건 떠난 적도 없는 거야. 그냥 거기 계속 머물러 있는 거지."/p.67

나는 솎는 자인가, 혹은 결국엔 솎아질 자인가./p.98

연이의 한 마디로 우리 아빠는 연이 아빠보다 '낮은' 사람이 되었다. 그 후로 나는 별 생각 없이 지나치던 사람들 사이의 높낮이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누가 더 높은 사람인지. 어디가 더 놓은 자리인지. 그렇다면 내 위치는 어디쯤에 이는지./p.132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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