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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 코펜하겐 삼부작 제1권 ㅣ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평점 :

북유럽 덴마크 작가, 토베 디틀레이센의 자전적 에세이다.
그녀의 생에 한 시절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 솔직하고 간결한 문장 속에는 인간의 내면에 불안, 두려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녀의 강인함과 자신의 꿈을 향한 의지도 느껴졌다. "어린 시절은 관처럼 좁고 길어서, 누구도 혼자 힘으로는 거기서 나갈 수 없다."는 저자의 말처럼 그녀는 힘들었지만 그 길을 빠져나와 우리 독자와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집에서 태어나 어머니의 사랑을 갈망했던 어린 소녀, 오빠와 자신을 비교하게 하는 구조 속에서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신비로운 사람을 기다리는 어린 토베, 언어 능력에 특출한 재능과 섬세한 감수성을 가졌지만, 자신에게 놓여진 환경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던 소녀의 어린 시절, 이러한 결핍이 주는 시련 속에서 작가적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아니 에르노가 그러했고, 뒤라스가 그러했으며, 콜레트도 그러했다.
여성이기에 어머니로부터의 영향력이 컸을까?
여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은 어떻게 인식해야할까?
그녀들의 글에 공통점은 '슬프다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을 따라 자신의 역사를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어린 시절, 소녀의 모습에도 여리고 약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은 존재로 다가왔다.
김소연 시인의 말처럼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 여성의 이야기가 우리에겐 더 많이 필요하다."
가족의 영향력이 대물림이 된다는 통념이 적용되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저자의 어린 시절을 마주하며 나의 어린 시절을 회상해보게 되고, 가족 안에 나의 모습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나의 어린 시절과 엄마인 지금의 '나'를 넘나드며 이 작품을 마주했다.
우리는 그 시절 무엇이 가장 소중했고, 무엇을 원했는지, 그리고 나는 그 시절을 담담하게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을지. 그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생각으로 꼬리에 꼬리는 문다.
저자는 솔직하다. 솔직할 수 있다는 것, 꾸며내지 않고, 미화하지 않은 나의 이야기를, 나의 언어를, 나의 세계를 글로 쓴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또 다시 질문하고, 생각하게 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이야기 자체로 페미니즘 문학이 된다!
* 출판사로부터 책 제공을 받아 쓴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