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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인간 ㅣ 김동식 소설집 1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평점 :
추천별 ★★★★★(5점 만점)
솔직히 이 작가님 책 한 권은 꼭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함
이 작가님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름 ;;; 뭔가 큰 일 하실 분 같음;;;
안 읽더라도 일단 갖고 있는 게 신상에 이로울 듯^^;;
그리고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읽다가 심장에 무리 올 지도 모름 너무 충격 먹어서
반전이 진짜 완전 대박이고 ;;; 새롭고 신선하고 장난 아님
별 5점 만점에 5점 줬다.
호불호 갈린다고 하지만 나는 일단 호호호호호호호호호 ★
작가 김동식이 낸 첫번째 소설 '회색 인간'을 읽었다. 그는 글을 한 번도 배워보지 않았다. 고작 네이버 지식인에서 배운 글쓰기 방법이 그의 가이드였고 오늘의 유머 게시판 독자들이 그의 교정교열 편집자였다. 사는 동안 책도 거의 읽지 못했다. 지금까지 주물공장 노동자로 일하느라 책 읽을 여유가 없었다. 그는 지루한 단순 노동을 견디면서 오직 머릿속으로만 이야기를 상상했다. 아마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가 상상한 이야기가 말 그대로 '폭발'한다는 걸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제도권 교육이나 틀에 박힌 문단의 문법에 물들지 않고 그야말로 순수하게 자신의 뜻대로 펼쳐낸 이야기들은, 그래서 거칠고 투박하지만 매번 놀라움과 반전, 신선함의 환희를 안겨다 준다. 독자가 한 발짝 걸어갈 때, 김동식은 두 발짝, 세 발짝 앞서간다. 그것도 늘 예상치도 못한 길로.
작가가 되는 데 따로 자격이 있는 건 아니지만 특히 한국 문학은 '등단' 없인 데뷔도, 출간도 힘든 것을 감안할 때 이 작가의 등장은 아마 한국문학 작가들과 독자들에게 바짝 긴장감을 안겨 줄 하나의 '사건'으로 취급되어야 할 것이다. 작가들에겐 등단 없이도, 정식코스(문창과 or 국문과 - 습작생 - 등단) 없이도 책을 출간할 수 있다는 새로운 길을 제시해 준 것이고, 혹은 이야기의 힘만 있다면 충분히 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것이다. 또한 독자에겐 지금껏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작가와 그 글을 맞아야 한다는 기분 좋은 도전이다. 그런 면에서는 과장되게 말하자면 '혁명'이 아닐지?
그의 글은 묘사도, 캐릭터 설정도 거칠고 부족하지만 이야기의 메세지 만큼은 혀를 내두를 만큼 확실하고, 통찰력이 살아있다. 거기엔 인간사의 추악하고 거짓된 위선을 낱낱이 폭로하는 섬뜩함이 포진 되어 있다. 묘사가 부족함에도 이미지가 생생해서 마치 한 편의 단편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분량은 짧지만 주제가 묵직하고 분위기가 냉소적이어서 한 편 한 편이 끝날 때마다 어마어마한 충격으로 입이 쩍 벌어진다. 아니, 이런 글이 있었다고? 이렇게도 쓸 수 있다고? 이런 작가가 있다고? 매번 놀라움의 연속일 것이다.
이 놀라운 글이 어쩌면 그저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만 소비되었을 지 모른다니. 정말 눈 밝은 편집자를 만나 작가도 독자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글을 쓰는 수준이라면 어깨에 힘 깨나 들어갔을 법도 한데 그는 독자의 지적에 겸손하고 한 번 틀린 맞춤법은 다신 틀리지 않을 정도로 성실한 작가다. 그 인성에 다시금 놀라고, 스스로 부끄러워진다. 착한 편집자가 착한 작가를 만났구나.
이 작가의 등장이 어쩌면 한국문학계를 뒤흔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김동식이 일으킨 이 작은 균열이 부디 한국문학계 지각변동을 일으키기를. 그래서 너도 나도, 이 지금까지 없던 작가 김동식처럼 지금까지 없던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를. 나는 지금 한 명의 독자로서 변화의 시작점에 서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이 작가의 1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