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하나님
주원규 지음 / 새움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 감상평 : 여러분, 이 책 진짜 재밌어요ㅠㅠ 보면서 소리 엄청 지름ㅠㅠ 끄앙! 으어워워워! 허어억!!!! 저는 진짜 재밌게 봤고, "도가니" "이끼" "곡성" 같은 영화 흥미롭게 보셨다면 아마 이 소설도 맘에 드실 것 같아요! 완전 추천!

총점: ★★★★☆





[심장 부여잡고 쓰는 멀쩡한 후기]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뭔가 불경한 느낌을 받았다. [나쁜 하나님]이라... 그간 읽었던 많은 텍스트 대부분은 기독교의 하나님을 '하나님'이 아니라 '하느님'으로 표기했다. 글 쓴 사람들이 기독교를 잘 몰랐거나, 일부러 '하느님'이라고 써서 혹시 있을 종교 마찰을 피해보려는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주원규는 제목에 '하나님'이라고 씀으로써, 앞선 두 가지 이유를 모두 직선으로 깨부숴 버렸다. 하나님을 잘 알고 있으며, 그를 피하지 않겠다는 어떤 강하고, 범접하기 두려운 의지가 제목에서 뿜어져 나왔다.






작가 주원규의 이력도 흥미롭다. <열외인종잔혹사>로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했고 장편소설<너머의 세상>, <천하무적 불량야구단>등 들으면 알만한 책들을 썼다. 최근엔 웰메이드라고 평가 받는 tvN 드라마 <아르곤>을 집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가 '목사'라는 점이 내 눈길을 끌었다. 전업작가도 있지만 투잡을 뛰는 작가도 많다. 그런데 그중 다른 직업이 목사인 작가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이 소설은 기독교를 주제로 하지 않았는가. 목사가 쓴 하나님이라... 그의 전작들로 미루어 보아 이 소설 역시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이거 아주 쎄게 가겠구나. 


지금은 무교이지만 중학교 시절까지 나는 교회를 다녔다. 모태 기독교 집안도, 특별한 신앙도 아니었다. 그냥 바쁜 부모님 대신 날 보육 할 곳이 교회밖에 없었다. 머리가 좀 크곤 발길을 끊었지만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 예수님의 희생을 슬퍼하는 사람들, 자신의 죄를 땅을 치고 울며 고백하는 죄인들의 모습이 여전히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래서일까. 신을 믿진 않지만 신에 대적하는 행위는 어딘가 불편했다. 일반인인 나도 불경스럽게 느끼는 것을, 목사인 작가가 과연 어떻게 돌파한단 말인가. 게다가 제목인 <나쁜 하나님>과 달리 정작 죄를 짓는 건 우리 인간이 아니던가.


주인공 '민규'의 처절한 분투는 그래서 더 그 죄를 씻고 신 앞에 바로 서려는 인간의 강한 의지로 읽힌다. 민규의 편에 함께하는 유재환 목사, 한영호 장로, 김정은까지. 이들이 선이라면 시의원 김인철은 철저한 거악(巨惡)이다. 김인철이 믿는 것은 악마. 민규가 믿는 것은 순수한 하나님! 고작 돌팔매 하나가 전부였던 어리고 약한, 그러나 용감한 다윗처럼 골리앗을 향해 돌진하는 민규의 사투를 숨죽여 따라나가던 그 때! 마침내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그 때! 소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독자를 충격에 빠트린다. 선은 악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거라고 했던가. 거악이 사라진 곳에서야 비로소 독자는, 지금까지 내가 믿었던 것이 무엇인지 혼란스럽게 자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작가 주원규는 '종교소설이란 멍에 아닌 멍에'를 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이 소설은 소재만 종교일 뿐, 다루고 있는 메세지는 이 사회의 모든 부조리한 면에 걸쳐 있음을 알 수 있다. 민규는 절규한다. 



"너희들의 하나님은 미쳤어. 악마도 두 손 두 발 다 들고 퇴장해버린 진짜 나쁜 하나님이라고!"


머릿속에 왕왕 울리는 이 절규를 아프게 곱씹어본다. 그리고 정작 내가 삶에서 내가 믿었던 것은 무엇인지, 그것이 과연 진실인지, 내 입맛대로 함부로 재단해버린 무언가는 아닌지 자문해본다. 주원규는 똑똑하고 무섭다. 그는 기독교의 내부고발자가 아니라 오히려 이 <나쁜 하나님>이란 불경한 제목을 내걸고 <믿음>의 진정한 의미를 독자에게 묻고 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더 쎄고, 더 충격적이고, 더 찝찝하다. 올해 읽은 소설 중에 가장 좋다. 주원규의 다른 소설을 찾아 읽어야겠다는 조바심이 든다. 빨리 만나고 싶다. 그의 또 다른 모습들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