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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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을 당했던 민족들에게는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어떤 '공감대'가 있는 것일까.


작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히트 쳤던 영화 중 하나는 '겟아웃'이었다. 백인 여자친구를 둔 흑인 남자친구가 그녀의 집에 인사를 가면서 각종 기묘하고 공포스러운 이야기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많은 관객들을 충격에 빠트린 것은 2016년, 여전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 요소를 영화에서 각종 은유로 보여주고 있단 것이었다.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돌려 말했기 때문에 더 충격적이었을지도 몰랐다.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쉬쉬하고 있던, 겉으로 드러내면 '인종차별주의자'로 몰리기 때문에 그저 내색하지 않고 있었던, '인종차별'을 영화에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흑인 여성 과학자를 다룬 '히든피겨스'와 '문라이트'도 화제를 모았다.




나는 조금 의문이 생겼다.


다민족 국가, 흑인이 대통령이 되고,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서 존중하고 살고 있을 것 같은 그런 미국에서, 이런 영화가 히트를 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대통령이 흑인인데 여전히 인종차별이 있고,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여성이었는데도 여성차별이 ... (우리나라는 좀 특수한 상황이지만 ㅠㅠ)



그 땐 잘 몰랐는데, 이 책을 보고나서 그 의미를 조금 알 것 같았다. 의미를 안다기보단, 흑인들이 느끼는, 인디언들이 느끼는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한국 사람들이 일본으로 여행을 가서 라멘이 맛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지만, 한일이 맞붙는 상황이 되거나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만행이 드러나면 당장이라도 그들의 머리채를 쥐어 뜯을 것처럼 분개하는 그런 기분이랄까.




아프리카에 뿌리를 두고 있는 흑인들도, 그런 박해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백인에 대해 이중적인 감정을 가질 것 같다,는 생각을 지금에서야 한다. 지금까지 미국은 여러 인종이 하하 호호 웃으면서 사는 그런 나라인줄 알았는데 ㅠㅠㅠ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는 우리나라 위안부 할머니들 생각이 많이 났다. 주인공 코라 때문일지 모른다.

코라가 빈번하게 백인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고, 도망가다 잡히고, 잡힐 것을 두려워해서 도망가지도 못하고, 행복한 꿈을 꾸다가 무산되고 막 이런 비참한 과정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떠올리게 했다.


얼마 전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한 명'도 읽었는데, 그 가슴 아픈 장면들이 코라가 당하는 일들과 많이 겹쳐서 더 슬프고 더 공감이 많이 갔다.




시공간을 초월해 내게까지 전해지는 어떤 아픔.


아직도 그 차별과, 그 아픈 역사가 살아 있단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또 요즘에는 성차별, 노인 차별, 청소년 차별, 등등 각종 차별과 혐오가 난무하고 있어서 이 책이 더 의미가 있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작가.

콜슨 화이트 헤드라는 이 작가가, 자신의 조상이 차별받았던 이야기를 아주 적나라하게 쓰는 동안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영어로는 black이나.. 뭐 깜둥이ㅠㅠ 이런 단어들을 썼을 텐데, 스스로 가슴에 못 박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사실 읽으면서, 아니 이렇게 차별적인 용어를 막 쓴단 말이야? 작가 이 사람 무서운 사람이네? 하고 작가 사진을 보았다가, 정작 흑인이라서 깜짝깜짝 놀랐던 적이 여러번이다. 알고 있었는데, 너무 적나라해서 놀랐다. 나도 그런데 작가는 어땠을까....


자신의 조상을 '깜둥이'란 단어로 지칭할 때, 이 작가가 느꼈을 그 마음이란 건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이런 소설을 쓴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 고난과 가시밭길이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너무나 의미 있고 멋진 소설을 썼다는 게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소설을 쓴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지만, 이 한 권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눈물 흘릴 수 있게 했다는 게... 이 책을 통해 배운 게 많은 한 명의 독자로서 참 감사하다. 아마 세계 곳곳의 독자들도 같은 마음이겠지.


무엇을 읽을까 고민한다면, 이 책을 읽으시라고!!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인종차별 뿐 아니라, 성차별에 관한 문제, 박해 받았던 역사 등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


누구라도 꼭, 읽어보길.




이 소설은 영화 《문라이트》로 오스카상을 받은 배리 젠킨스의 각본·감독으로 드라마화 될 예정이다.


어떻게 이 흥미진진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지 정말 기대 된다.

미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원작 소설로 미리 읽어봐도 굿굿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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