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각각의 인물들이 매 장마다 자신의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연작 형식을 띠고 있다. 1장의 교코는 대학 동창과 결혼한 선배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고, 2장의 겐은 고교를 자퇴하고 집에만 박혀서 게임만 하는 히키코모리다. 3장의 지에는 남편에게 버림받을까 봐 거짓 임신 행세를 하고 4장의 준페이는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자꾸만 부정한다.
이들은 저마다 불행한 삶을 살고 있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 않거나 그 사실을 꽁꽁 숨겨버린다. 그래서 해결할 방법조차 찾지 않는다.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전철을 타고 '이동'하게 되면서 그 "멈춤"에 시동이 걸린다. 그리고 이들은 "분실물 센터"가 있는 "우미하자마 역"에 도착한다.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혹은 주운 것을 되찾아주기 위해, 또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도착한 인물들.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결코 평범한 역무원이 아니다. 펭귄과 빨간 머리 남자! 어?
낡고 오래 된 전철역에 까만 깃털과 오동통한 하얀 배를 드러낸 펭귄이라니! 이 난데없는 귀여움은 마음의 문을 닫은 인물들을 무방비 상태가 되게 한다. 그래서 인물들 자신도 모르게 이 문을 스르르 열어버리고 만다. 펭귄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다. 판타지처럼 사람의 말을 하거나 무언가 반짝이는 힌트를 주지 않는다. 그저 이런 얼떨떨한 귀여움으로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것일 뿐. 그렇지만 이미 경계가 풀린 이들은 이로 인해 한 발짝 뒤에서 자신의 문제를 되돌아보게 된다.
거기다 빨간 머리 남자 소헤이를 빼놓을 수 없다. 앳된 얼굴에 붉게 물들인 머리를 한 분실물 센터 직원 소헤이. 그 역시 인물들을 깜짝 놀라게 하지만 결코 어떤 해답을 주는 법은 없다. 잠깐 조언을 하기도 하지만 실상 인물을 변화시키는 것은 그 인물들 스스로이다.
이 소설의 독특한 점이 여기에 있다. 펭귄과 빨간 머리 남자라는 장치는 판타지적이지만 마치 "신"이나 "선생"처럼 인물들을 섣불리 도와주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잃어버린 것들을 계속 맡아둘지, 혹은 돌려줄지를 물어볼 뿐이다. 이 때 인물들은 분실물을 바로 돌려받을 지 잠깐 고민하게 되는데, 이런 시간을 통해 인물들 스스로 문답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그리고 이렇게 마음의 짐을 던 인물들에게 소헤이는 "앞으론 잃어버리지 마"하고 손을 흔들어줄 뿐이다.
이 문제 해결 과정에서 스스로 고뇌하는 이들의 속내는 독백으로 나타나는데, 이것들이 꽤나 직설적이어서 어떤 도덕적인 교훈처럼 들리는 한편,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정공법을 쓰기 때문에 오히려 납득하기가 더 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