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이펙트
페터 회 지음, 김진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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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으로 유명한 덴마크 작가 페터 회의 신작 "수잔 이펙트"를 읽었다. 아직 접해보지 않은 나라가 많겠지만 특히 덴마크는 정말 생경한데 그런 낯선 나라 작가의 문체란, 이야기란 어떤 것일까 호기심을 느끼며 읽었다. 차가운 북유럽 태생이어서일까, 그녀 특유의 것일까 모르겠지만 소설 전체에서 먼지가 바스락거리는  것 같은 건조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건조함 속에서 빛나는 매끄러운 부드러움 때문에 정말 독특하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왜 사람들이 페터 회의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인공 수잔과 그의 남편 라반, 그리고 그의 자식들은 정말 특이하다. 혈연 관계로 맺어져 있지만 우리나라 같은 뜨거운 정이 끓고 있기 보다는 차라리 차가운 개인주의자들끼리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느낌? 어쩌면 작가는 그렇게 은밀하게 애정을 나누고 있는 개인주의자들을 부각시킴으로써 이후의 결말을 더욱 극적으로 만드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 때문에 결말이 더 진하게 다가왔다.


주인공 수잔은 천재 물리학자다. 거기에다 자신의 눈을 쳐다보는 누구나 "진실"을 말할 수 있게 하는 초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이른바 "수잔 이펙트". 세상에, 정말 멋진 능력이 아닌가. 수잔이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녀에게 자신의 속내를 속수무책으로 털어놓는 걸 보면서 타인의 마음을 제대로 몰라 곤란을 겪었던 일이 떠올라 그 능력이 너무나 부러웠다. 어쨌든 그런 매력적인 능력을 가진 수잔은 일명 "미래 위원회"라는 조직의 마지막 보고서를 빼내오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그 때까지 인도에서의 일로 곤경에 처해 있던 수잔과 수잔의 가족은 그 보고서로 자신들의 삶을 되찾으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 보고서가 단순히 문서 한 장의 무게가 아니란 걸 알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베일에 싸여진 덴마크의 비밀 조직, "미래 위원회". 그리고 진실에 다가갈수록 속속 의문의 죽음을 맞는 미래 위원회 조직원들, 그들이 감추려고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죽여서라도 그들의 입을 닫아야 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커지는 스케일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어떨 때는 아! 하고 놀라운 감탄사를 내뱉을 수도 있었다. 그것은 약간의 두려운 감정이 섞인 비명이기도 했다.


소설을 읽는다면, 누구나 나와 같은 느낌을 갖게 되지 않을까.  


결말까지 정말 좋았던 소설. 


 물리학이라는 문학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소재를 끌고 와서 이토록 멋진 소설로 승화할 수 있다니, 페터 회의 능력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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