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천명관 지음 / 예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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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린내 나는 부둣가를 내 세상처럼 누벼가며
두 주먹으로 또 하루를 겁 없이 살아간다.
캔_내 생에 봄날은

희망도 없고 꿈도 없이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기막힌 세상 돌아보면 서러움에 눈물이 나 

비겁하다 욕하지마 더러운 뒷골목을 헤매고 다녀도 
내 상처를 끌어안은 그대가 곁에 있어 행복했다 
촛불처럼 짧은 사랑 내 한 몸 아낌없이 바치려 했건만 
저 하늘이 외면하는 그 순간 내 생에 봄날은 간다

천명관의 소설 '이것이 남자의 세상'에 딱 어울리는 브금(BGM)이 아닐 수 없다. 

인천을 주름 잡는 조폭 두목 양 사장은 그 지역 건달들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이다. 산 채로 생매장을 당했지만 불굴의 의지로 사흘 만에 탈출하고, 자신을 파묻은 이들을 찾아 모두 인천 앞바다에 던져버렸다는 무시무시한 양 사장의 일화를 들은 건달들은 그의 앞에만 서면 오금을 저릴 정도였다.

악역으로 주로 나오는 김병옥의 모습처럼 무서울 것만 같은 이 양 사장이, 그런데 좀 이상하다?


조직의 똘마니 '울트라'에게 흠씬 두들겨 맞질 않나, 전라도의 남 회장을 잘 못 건드렸다가 얻어 터지질 않나, 우리가 생각하는 그 카리스마 있고 무자비한 모습의 조폭 두목이라기엔 꽤나 허술하고 인간적이다.

거기다 뒤늦게 찾아온 사랑의 감정에, 사춘기 소년처럼 우물쭈물하기까지!

이는 그의 오른 팔인 '현근' 역시 마찬가지다. 감히 양 사장에게 사기를 친 '뜨끈이'의 손가락을 단칼에 잘라버리는 무자비함도 있지만 애인 '루돌프'를 향한 마음 만은 여느 연인들처럼 말랑말랑하다.

반면 누군가 자신과 부딪히고 가면 그의 어깨에 칼을 박아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장다리'는 오로지 '돈'과 '복수'만 생각하는 잔인한 인물이다.

또 도박 빚을 갚을 길이 없어 결국 보석 강도 질을 감행한 '삼 대리'들은, 부인까지 사채업자인 '박 감독'에게 뺏길 뻔 했으면서도 또다시 도박판으로 돌아가는 어리석음을 보여준다.

날 것처럼 살아가는 사나이들의 인생을 각 캐릭터를 통해 조각처럼 보여주는 이 소설은, 조폭의 탈을 쓰고 있지만, 실은 우리 옆에 있는 평범한 남자들의 이야기이다. 패기 넘치던 시절이 있었지만 가정의 무게에 등이 무거워진 아버지나, 무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눈을 빛내는 오빠의 모습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여러분은 떡밥(?)을 회수하는 작가의 천재적인 능력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젊은 시절, 자신만의 패기 넘치는 꿈을 가졌던 사나이들의 쇠락과 그릇된 욕망, 여전히 그들 가슴에 뛰고 있는 사랑의 모습들이 참 흥미롭게 다가오는 소설,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인생이 찐하게 담긴 느와르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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